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Abc 트레킹 최고 캠프

by 산달림


4,130m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최고점에 오르는 날이다. 출발시간을 새벽 4:30으로 정해 놓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기대가 컸던 탓인가 늦었나 하여 시계의 야광 버튼을 누르니 새벽 3시다. 조금 더 자도 되겠다고 침낭 속으로 다시 파고 드니 후배의 코 고는 소리에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눈만 감고 시간만 보내는데 시간이 더디게 간다.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하면서 시간을 확인하여 3:50에 침낭에서 빠져나왔다.

Abc에 가지고 갈 간식과 여벌 옷을 챙기고 스페츠와 아이젠을 착용하고 이마에는 랜턴을 달았다. 새벽 추위에 대비하여 바람막이 옷을 입고 나섰지만 고산의 새벽 밤공기가 매섭게 파고든다. 스틱을 잡고 포터를 따라 롯지를 출발하였다. Abc 가는 길은 계곡을 따라 진행된다. 밤하늘에 별이 가득해 솟아져 내릴 정도로 많은 게 별들의 축제라도 열린 듯하다. 오랜만에 밤하늘에 별이 이렇게 많이 본건 처음이다.


포터는 여러 번 다녀 본 길이라 익숙한 길도 어두워서 잠깐잠깐 길을 놓지기도 한다. Abc로 올라가는 길에는 강줄기의 물소리가 크게 들린다. 높이가 있어 물 떨어지는 소리다. 주변을 보지 못하니 길에 집중이 되어 걸음이 빠르다. 경주마가 눈을 앞만 보게 하는 이유를 알겠다. 6시 15분경 마차프차레 베이스캠프에 도착할 때 먼동이 터 온다.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간다. 추울 때는 따뜻한 차 한잔이 몸을 녹여 준다. 뱃속을 녹여 주려고 밀크티를 한잔씩 마시니 따뜻한 온기가 뱃속으로 들어오니 온 몸이 훈훈해진다.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가는 길


이제 설국의 가운데로 들어섰다. 보이는 건 마차푸차레를 비롯하여 삐죽삐죽 솟은 고봉이 즐비하다. 서로 누가누가 더 키가 크냐 자랑하는 듯하다. 은색 세계 속에 오른쪽 위쪽으로 멀리 Abc가 있다. 신 새벽에 맑은 날씨라 멀지 않게 보이는데도 꽤 먼 거리다. 맑은 공기로 가깝게 보이는 착시현상이란다.


일본인 단체팀이 아침식사를 하고 분주히 움직인다. " 곤니지와!" 아침 인사를 건네니 " 꼬리아?"라고 묻는다.

그래도 멀리 나오면 이웃사촌이라고 일본인과는 같은 동양인이라고 조금은 가깝게 느껴진다. 그들은 단체 트레커라 요리사와 함께 다니며 일본식 요리를 하여 먹는다. 고산에서는 고소로 입맛을 잃어버리기 쉬운데 늘상 먹던 음식이라면 입에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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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가는 길 안내표지(좌) Mbc 롯지 풍경(우)


Abc로 향하는 길은 눈길이다. 좀 더 높은 고봉으로부터 천천히 황금빛으로 물들며 일출이 시작된다. 안나푸르나 남봉, 1봉, 3봉 순으로 도열해 있고 그 앞에는 마차푸차레가 있다. 해발 3,700m에서 4,100m까지 오르는 길의 숨은 턱까지 밀고 올라온다. 어제 진눈깨비가 내리고 세차게 불던 눈보라가 그치고 광활하고 장엄한 모습으로 주위를 감싼다. 고산이라 숨이 많이 찬다. 고소에 걸리지 않으려면 "비스타리! 비스타리!"다.


넓은 설원에 누군가 길을 내었다. 다져진 길이라 그곳만 디뎌야 한다. 조금만 길을 벗어나면 50cm의 깊이의 눈구덩이에 빠진다. 이 길은 겨울 동안 걷고 걸어 다져진 길이다. 거기에 내 발자국을 더해 길을 만든다. 이런 곳이 그간 오려고 동경하던 히말라야구나 하고 설국의 세계 속으로 빠진다. 이 길에서 묻는다. 내가 가야 할 길은 어디며 이 길에 무얼 해야 하는가?


이른 시간에 Abc에서 눈길을 따라 내려오는 포토들


지난밤에 Abc에 보낸 트레커와 포토는 산을 내려온다. 만년설로 둘러 쌓인 Abc캠프가 전망이 좋은 위치에 자리 잡았다. 4,000m이 넘으니 호흡은 가쁘지만 천천히 걸으니 걸을 만하다. 서서 가뿐 숨을 조절하는 분도 있다.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알려주는 안내판이다. Abc를 알리는 표지판 앞에서 흔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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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의 포트들(좌), Abc가는 눈길(우)
안나푸르나 아래 자리한 Abc 롯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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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 롯지에서 해바라기를 즐기는 트레커들(좌), 산을 내려 가는 트레커들(우)
Abc 베이스캠프를 알리는 표지판에 걸린 깃발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는 박영석 대장이 안나푸르나 코리아 루트를 개척하다가 불의 사고로 지금도 그 속에 영원한 별이 되었다. "1%의 가능성만 있어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이게 그의 도전정신이다. 그를 기리는 추모비를 찾아 큰절을 올렸다. 주변을 돌아보니 빙하지역이 험상을 얼굴을 하고 있다. 마치 강물이 흐른 듯 강바닥 같이 보인다. 그 위로는 안나푸르나 1봉이 자리 잡고 있다. 눈으로 보기에는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데 8,091m의 고봉으로 14좌 중 하나다.


박영석, 신동민, 강기석 이 곳에서 산이 되다.

안나푸르나는 산스크리트어로 '풍요의 여신'으로 부르지만 산세가 험하고 하루에도 몇 차례식 기상이 급변하며 수시로 발생하는 눈사태로 전문 산악인도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악마의 봉우리'로 부른다. 그냥 바라보는 산과 그곳의 실상은 큰 차이가 있다.


이곳에 오른 트레커들은 처음 느껴 보는 생경한 고산 풍경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양지쪽에 앉아 마시는 커피 맛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건 안나푸르나의 풍요 여신의 은총이 있었는지 바람 없는 곳은 따스하다. 이제 Abc를 뒤로 하고 내려갈 시간이다. 언제 다시 불러 준다면 다시 이곳을 찾겠지만 기약 없는 이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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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옆 안나푸르나 빙하(좌), 마차푸차레봉(우)
물고기 꼬리 모양을 한 설산 마차푸차레


올라올 때는 얼었던 눈이 기온이 올라 발이 푹푹 빠진다. 그중에도 여러 트레커가 다녀 눈이 다져진 곳은 발이 빠지지 않는 게 다행이다. 내려오는 길에 중국에서 혼자 온 맹낭한 아가씨를 츄일레에서 만나고 어제 데우랄리에서 만났다. Mbc 롯지에서 자고 지금 올라간단다. 그것도 인연이라고 내려가면 다시 만나지 못한다고 기념사진을 찍자고 한다. 늘 웃는 얼굴에 밝은 표정이 인상 깊은 매력적인 중국 아가씨다.


Abc 가는 길에 만난 명랑 발랄한 중국 아가씨


어제 만났던 중국 단체팀과 한국에서 온 트레킹팀을 만났다. 60대 초반 및 50대 후반의 연령대로 천천히 걷고 컨디션 조절만 한다면 Abc 까지는 오를 수 있다. 그 나이에 도전을 할 수 있는 마음은 젊게 사는 방법이다. 하산길은 오르 때와 달리 고소가 없느니 빠르게 내려올 수 있다. 길은 트레킹 길은 완만해 편히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데우랄리 롯지에서 맡겨둔 배낭을 찾아 내려오다가 주변이 바위로 둘러 쌓여 풍경이 좋은 히말라야 롯지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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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 가는 길은 오후엔 눈이 녹는다.(좌), 녹는 눈 사이를 걷는 트레커(우)


도반을 지나 뱀부에서 하룻밤을 자고 갈 계획이었는데 포터들이 아랫 시누와 까지 가면 어떨까. 한다. "노 프라붐"이다. 고소도 없고 내리막길이라 체력소모가 적어 일정을 단축하는 건 좋은 일이다. 그제 고라파니에서 만났던 1년을 배낭여행 중에 있다는 젊은 친구를 만났다. 어제는 참롱에 자고 오늘 뱀부까지 간단다. 이번 네팔 트레킹이 끝나면 남미로 떠난다. 천천히 즐기며 걷는 그의 여유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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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날라주고 내려가는 도꼬를 맨 포터들(좌), 히말라야 롯지의 점심시간 트레커들


캐네디언 젊은 친구가 절뚝거리면서 내려오길래 "Are you Tired?" 했더니 자기는 아침에 Mbc에서 Abc 올랐다가 내려 오르는 길이라 많이 걸었어 힘들다고 한다. 우린 데우랄리에서 출발하여 Mbc를 거쳐 Abc를 찍고 내려온다고 하니 눈이 똥그레지며 "keep going!"하고 씩씩 거리며 쉬지도 않고 절뚝거리며 내려간다.


들에 나갈 때는 필수품인 도꼬를 맨 아가씨


오후 3시 30분경 다운 시누와에 도착해 오랜만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다. 이곳은 온수 값을 따로 받는다. 상쾌한 기분에 Abc도 다녀왔겠다 오랜만에 히말라야 맥주를 한잔했다. 카~ 맥주의 목 넘김이 좋다. 한잔의 맥주에 이런 기분 좋은 느낌은 오랜만이다. 이건 안나푸르나가 주는 선물이다. 새벽부터 힘들게 걸었지만 Abc를 올랐기에 기분이 많이 좋은 날이다. 히말라야 산속의 신선함이 가슴 깊이 느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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