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3,200m 데우랄리

고산으로 드는 길

by 산달림


오늘은 Abc 가는 길에 눈 속 롯지 전 최고 높이로 걷는 날이다. 시누와 지역을 지나면 생활을 하는 주민은 살지 않고 트레커를 위한 롯지만 있다. 생활인으로 삶을 살고 있는 최고의 높이에 사는 마지막 마을이 시누와다. 오늘 거쳐야 할 곳은 뱀부, 도반, 히말라야 롯지 그리고 데우랄리이다. 아침에 잠시 마을 산책을 나왔데 계단식 밭이 그림처럼 보이는 동네다. 건너편 참롱 마을이 잡힐 듯 보이지만 계곡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야 하니 계단이 많아서 힘든 거리다. 눈이 천사같이 맑은 어린아이는 콧물이 흘러 소매로 닦다가 볼에 콧물이 묻어 있다. 절로 미소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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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와에서 윗쪽 롯지로 짐을 운반하는 짐꾼(좌), 볼에 콧물이 잔뜩 묻은 천사의 맑은 눈을 한 아이(우)


오름길에서 항공사에 근무하신다는 분과 그 일행을 만났다. 이곳 Abc 트레킹에 흠뻑 빠져 4년째 찾아왔단다. 이번에도 가이드를 겸해서 지인들과 함께 오셨단다. 부부팀, 여자분 4명으로 구성된 총 7명으로 구성된 팀이다. 모두 50대 후반으로 그리 산을 많이 다니지 않는 분도 있다고 한다. Abc트레킹은 전문가만 걷는 트레킹 지는 아니다. 설악산을 오색에서 대청봉 올라가는 길보다 쉽다.


단지 고소증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고소증은 평소 체력과 상관이 없다. 고소에 걸리지 않으려면 따뜻한 물을 수시로 자주 마셔주고, 천천히 걷기, 음주를 삼가고, 컨디션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비아그라나 타이레놀 등 약으로 극복이 되는 건 아니고 사람에 따라 어느 정도 완화는 될 수 있다. 고소 증상으로는 두통, 소화불량, 식욕감퇴, 어지러움증 , 손발 저림 등의 증상이 있다. 내 몸이 고소에 적응이 되는지는 아무리 설명을 해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경험을 해 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 히운출리가 보이는 곳에서 같이 쉬었다가 먼저 일어났다. 뒤에 천천히 오시겠다고 한다.


물고기 꼬리를 닮은 아직도 미등정 산으로 네팔인들이 신성시하는 마차푸차레


"비스타리!"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히말라야 산중에서는 6시간 정도만 숙면을 해도 자고 나도 개운하고 상쾌한 게 피로가 누적되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싫다거나 힘들지 않다는 것이다. 그게 히말라야가 주는 큰 선물이다. 여기서는 스트레스가 없다. 나를 보고 보듬어 주는 치유가 있고 힐링되며 마음의 평화와 안식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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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부 롯지들
대나무가 자생하는 뱀부의 폭포수


뱀부 롯지를 지난다. 이곳은 대나무가 많다. 대나무가 많아 붙여진 지명이라 한다. 도꼬에 짐을 가득 담은 짐꾼들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서둘러 앞서 간다. 그들은 그 무거운 짐이 담긴 대바구니를 남로라는 끈을 이마에 걸고 짐을 고개의 힘만으로 걷는다. 고산에 완전히 적응되어 평지 같이 걷는다.


진정한 행복이 뭘까. 그런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해답이 조금은 보이는 듯하다. 2,900m 높이의 히말라야 호텔 롯지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려는지 구름이 끼고 잔뜩 흐린 날씨다. 오후에 여행사를 통해 이곳에 온 광주에 사는 동해 씨를 만날 수 있는 날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때부터 비가 내린다. 삼 형제가 함께 트레킹을 와서 유명해진 팀이라 쉽게 만날 수 있다. 비가 내리니 서둘러 걷게 되고 우의를 입어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어 알아보기가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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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의 롯지 도반이란 합수점을 뜻한다.
도꼬를 매고 오르는 포터들 이마에 맨 끈은 남로라 한다.


난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영동곶감 울트라 마라톤" 복장을 입고 올라왔는데 우의를 입으니 입으나 마나다. 3,000m에 접어들면 고소에 조심해야 한다. 여기부터는 "비스타리! 비스타리"다. 늦음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면 천천히 걸어도 좋다. 가진건 언젠가 비워주고 가야지 영원히 가질 수도 영원한 자리는 없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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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아야 롯지와 복음밥


눈을 처음 만나는 히말라야 롯지 주변 협곡


히말라야 롯지는 깊은 협곡의 장대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계곡 양쪽으로 거대한 벽이 보인다. 이곳에서 점심으로 볶음밥을 먹고 나오면서 보온병을 깜빡하고 두고 나왔나 보다. 다시 가서 찾아보니 없다. 깜빡 깜박하는 정신줄을 바짝 잡고 있어야겠다. 부슬부슬 비가 내려 우의를 입고 데우랄리로 향했다. 네팔어로 데우랄리는 '작은 고개'다. 지명이 단순해 같은 이름의 지명이 여렀있다. 작은 언덕은 무수히 많으니 말이다. 비가 쉬지 않고 내리니 진행속도가 더디다.


한국에서 온 그 팀을 데우랄리로 오르는 길에서 만났다. 같은 여행사에서 온 분들에게 삼 형제팀의 소식을 물으니 그는 선두그룹에서 빨리 내려갔단다. 서둘러 내려 간 탓에 옆에 스쳐 지나가면서도 극적인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쉬움이 남는다.


오후 두 시경 데우랄리에 도착하여 짐을 정리하고 나오니 비가 서서히 그쳐 가고 눈앞에 마차푸차레가 우뚝 솟아 있다. 마차푸차레는 네팔인이 신성시하는 산이다. 네팔에서는 그리 높지 않은 6,993m로 알프스의 마터호른을 비교하여 네팔의 '마터호른'으로 부른다. 여기는 3,000m가 넘으니 눈인지 비인지 진눈깨비가 내린다. 계곡 안쪽으로 들어가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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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우랄리의 롯지(좌), 안갯속에 갇힌 히말라야 산(우)
데우랄리 맨 윗집 롯지의 트레커들

비가 개이니 주변을 스케치하듯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눈으로 담는 트레커들이 많다. 고도가 높고 비마저 내리니 갑자기 초겨울로 들어온 것 같다. 오리털 파커를 입고 털모자를 써도 따뜻하다는 느낌이 없다. 거기에다 롯지에 수용인원을 초과하여 이불도 부족하단다. 트레커가 많다 보니 방이 만원이라 일부는 식당에서 자고 이불도 주지 않는단다. 따로 동계용 침낭을 가지고 왔더니 요긴하게 쓰인다. 히말라야의 밤은 겨울을 연상하듯 춥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가는 계곡길

저녁에 한국인 부부팀을 식당에서 만났다. 아내분이 고소증으로 입맛을 잃어 음식을 먹지 못한단다. 날씨도 춥고 현지식으로 먹다보니 음식이 입에 맞지 않나 보다. 음식을 잘 먹어야 체력을 회복할 수 있고 그래야 고소도 적응할 수 있는데 이래저래 걱정이 큰 것 같다. 난로를 피우는 식당에 나와 방으로 오니 완전 냉방이다. 그래도 겨울용 침낭이 있어 이 밤도 포근히 잘 수 있어 행복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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