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늦게 힘들게 오니언 벨리로 내려온 분은 아침에 탠트에서 나와서 나머지 구간에 대해 포기를 하고 여기서 JMT길을 접기로 했단다. 남은 구간이 만만치 않고 현재 몸상태로 보아 더 이상 진행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정해진 일정으로 매일 정해진 구간을 걸어야 하는데 버틸 몸상태는 아닌 것 같다.
누구나 도전을 할 수 있자만 누구나 완주를 할 수 있는 호락호락한 길이 아니다. 비만에 가까운 체중에 이런 험준하고 척박한 길이 무리였나 보다. 좀 더 몸을 만들어 다시 도전을 하겠단다. 적지 않은 비용과 1달 정도의 시간을 어렵사리 만들어서 여기까지 온 것이기에 거기에 대해 누가 말을 꺼내기는 어렵다. 그 선택은 오직 본인만이 내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제 그분을 끌어 주던 분도 여기서 그만두겠다고 한다. 함께 잘 알고 마음을 의지하던 분이 그만둔다고 하니 의지가 흔들린 것일까?
인요국유림숲의 캠핑장 사용법(좌) 사이트별 비치된 시설물 그간 집행부의 미숙한 운영이 마음에 들지 않아 마음고생도 한 것 같다. 체력상으로는 충분히 걸을 수 있는 컨디션인데 포기한다고 한다. 긴 트레킹은 극한의 체력이 필요로 하는데 팀웍이 맞지 않으면 마음고생이 크다. 거기에 마음의 생채기가 있었나 보다. 쿨하게 다시 오면 되지 더 이상 마음고생하고 싶지 않단다.
'산에 왔으니 사람을 보지 말고 산만 보면서 가자.'라고 했더니 '사람이 보이는데 어찌 산만 보며 가냐?'라고 한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기에 더 이상 어찌 힐수 없어 짐을 챙겼다. 다시 2명이 팀에서 이탈한다. 이제 남은 사람은 7명이다. 그래서일까. 코튼우드 캠핑장에서 대장이 오니언 벨리에서 보자고 하더니 '나머지 구간을 함께 하자.'라고 한다. 고객의 의견이 우선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여전히 나는 고객이라 생각하고 집행부는 원정대의 팀원의 일원으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산에 들었으니 산만 보자. 자꾸만 산에서 사람을 보니 마음이 힘들어지는 것 같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JMT길만 보고 걷기로 했다.
인요국유림숲의 존 뮤어 야생 길갑자기 팀 분위기가 어수선해진다. 아직 JMT길은 이제 서막에 불과하다. 또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조마조마하다. 계획하고 온 거리가 들쑥날쑥해 계획도 많은 수정을 해야 한다. 오늘 걸어야 할 길이 만만하지 않은데 꾸무적 거리고 출발할 생각을 않는다. 12시가 되어 라면으로 점심을 먹고 지원대와 같이 기념촬영을 했다. 이제 귀국길에 오르는 두 분과도 작별 인사를 나누고 오후 1시가 되어 오니언 벨리를 출발하여 어제 내려왔던 길을 다시 걸어 올라야 한다.
키어사지 패스를 오르는 길은 어제 밤중에 내려와 주변을 볼 수 없었는데 이곳에서 보급을 받고 JMT를 걷는 분이 많이 있다. 한낮 땡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10명이 7명으로 줄어 산을 오르는데 썰렁함이 느껴진다. 늘어 나는 인원은 잘 표시가 나지 않지만 줄어든 인원은 금세 그들의 빈자리가 보인다. 처음 만나는 길버트(Gilbit) 호수 주변은 하룻밤 쉬어가기 좋은 호수다.
길버트 호수의 잔잔한 수면(좌) 험준한 바위산을 넘는 키어사지 패스 준령 여기서 보이는 키어사지 패스 쪽은 까마득히 높게 보인다. 저기를 올라가야 한다고 하니 땀 꽤나 흘려야겠다. 호숫가 주변에는 야생 사슴이 한가히 풀을 뜯고 있다. 인기척에도 그리 경계를 하지 않고 암수 두 마리가 다정히 풀 뜯기에 열중한다. 사람이 해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는 것 같다. 그건 어느 날 이루어진 게 아니고 오래전부터 그들이 익힌 습성이다.
당초 계획은 글렌패스를 넘어 경치가 좋은 최적의 캠핑장 레이(Rae) 호수에 하룻밤을 보낼 계획이었는데 오니언 벨리에서 특별한 일도 없이 꾸무적 거리다가 레이(Rea) 호수는 커녕 글렌 패스를 넘기도 힘들게 생겼다. 오니온 벨리에서 키어사지 패스까지 고도 806m를 오르는 게 만만하지 않고 오후의 내려 쬐는 열기도 만만치 않다. 연일 강행군이다. 그때 힘들게 키어사지 패스를 오르면서 너무 힘든 나머지 "영혼을 잃어버렸다." 그렇게 힘들게 키어사지 패스로 향했다.
비취빛 하트 호수의 (좌) 키어사지 패스로 오르는 황량한 길 다시 곰 통에 꼭꼭 눌러 채운 식량은 다음 보급지인 뮤어 렌치까지 먹어야 할 7일분의 식량과 연료의 무게로 배낭이 어깨를 조여와 참고 참고 또 참아 키어사지 패스에 다시 올랐다. 여기서 PCT를 구간 종주한다는 젊은 남녀를 만났다. 중간중간에서 식량을 지원받고 걷는 젊은이들의 패기와 체력이 부럽다. 늘씬한 체형의 미녀와 강인한 체력을 가진 젊은이가 오늘따라 더 멋져 보인다. 황소개구리 호숫길은 윗길로 걸어 JMT길과 만나는 삼거리길에서 합류하였다. 어제 오후부터 이곳까지는 하루는 식량보급을 받기 위해 다녀온 길로 어프로치 구간인 셈이다.
키어사지 패스에서 만난 Pct 구간 종주 커플
국립공원 레인저가 만들어 준 바위 위의 길 표시샤르로트(Charloote) 호수 위를 지나는데 벌써 하루해가 저문다. 늦게 출발했더니 오늘 일정의 2/3밖에 걷지 못했다. 그런데 호수와도 거리가 멀어 저녁 식수가 걱정이다. 늦게 출발한 덕분에 야간산행을 해야 했다. 헤드랜턴을 켜고 걷는다. 하루거리를 채우지 못하면 내일 걸을 거리가 늘어나기에 거리를 최소로 줄여놔야 내일이 편하다. 글렌패스로 오르는데 계곡의 물은 바짝 말라 있다.
밤 9시경이 되어 더 이상 올라도 탠트를 칠 마땅한 공간도 구하기 힘들고 식수를 구하기가 더 힘들 것 같았다. 몇 동의 탠트가 보여 여기서 탠트를 치기로 했다. 경사면에 흩어져 대충 하룻밤을 넘기기로 했다. 하루의 트레킹을 끝내고 자고 있는 탠트에 "익스큐즈미"를 외치며 물이 어디에 있는지 물으니 윗쪽으로 올라가면 호수가 있는데 그곳에 물이 있다고 한다.
출발이 늦어 야간 트레킹 준비를 하고 걷는 Jmt길
렌턴 불빛에 의지해 남자들이 물통을 모두 챙겨 들고 10여분을 올라가니 두 개의 호수가 있는데 첫 번째 호수는 물이 말랐고 그위에 있는 두 번째 호수는 그리 깨끗하지는 않지만 정수하면 마실 수 있는 물이 이었다. 물통에 가득 채워 내려와 탠트를 치는데 이곳이 탠트 치는 자리가 아니라 어둠 속에 적당한 자리에 탠트를 치고 알파미에 물만 붓고 삼키듯 먹고 11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은 중간 탈출자가 생겨 마음도 허전한데 키어사지 패스를 오르면서 얼마나 힘들었으면 '영혼을 잃어버렸다.'는 말 까지 나오고 JMT길에서 야간 산행까지 한 날이다.
JMT에서 또 하루가 저문다. 오늘도 잘 버티어준 나에게 "수고했어."라고 토닥여 준다. "잘할 수 있을 거야."란 긍정의 마음으로 잠 지리에 든다. 자기 전 올려다본 글렌패스의 밤하늘엔 별들의 축제라도 있는 양 별들로 가득 차 있다. 이렇게 많은 별을 본지가 언젠가 싶다. 오늘 밤은 어린 시절 놀던 고향의 밤하늘을 보며 같이 놀던 동무들의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