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마 싱글, 40km 이후만 Sub-3

JTBC 서울마라톤

by 산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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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 어디서 힘이 나왔는지 40km에서 피니쉬 라인까지 km당 랩 시간이고 마지막 195m는 50초에 달려 전체 8분 57초가 결렸다. 가장 힘든 구간을 마라톤 전 구간 중 가장 빨리 달린 구간이다. 이 정도 기록이면 Sub-3(2시간 59분까지)는 해야겠지만 턱걸이 싱글(3시간 9분 59초까지)이다.

20221106_115648.jpg 잠실운동장 피니쉬

상암월드컵 공원의 아침 6시 30분은 어두움이 남아 있다. 7시 30분 출발하려면 출발 준비를 서둘러야겠다. 11월은 낮 시간이 짧아 7시가 되어야 해가 뜨니 출발시간을 맞추려고 집에서 새벽 5시부터 준비를 했다. 대회장 기온을 4도로 쌀쌀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3년간 달리지 못한 갈증에 목말라하던 차에 서울에서 개최되는 첫 대회다 보니 참가자가 역대 최고다. 춘마에는 B그룹이었는데 제마에는 A그룹 배번이다. B그룹에서 달릴까 하다가 A그룹에 섰다. 렙 타임을 적용하기에 B그룹에 달려도 시간상 손해 볼 게 없고 앞서 가는 달림 이를 앞질러 가면서 달리면 마음이 편한 이점도 있다.


20221106_065825.jpg 풀코스 10km 부문이 함께 출발하니 엄청난 인파

이번 대회는 '나답게 달리자'로 서울을 가로지르는 서쪽 상암월드컵공원을 출발하여 양화대교, 마포대교, 천호대교 3개의 한강 다리를 건너 동쪽 잠실운동장에 골인하는 새로운 코스에서 열린다. 서울을 제대로 볼 수 있는 한강 다리에서 바라보는 서울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코스다.


휠체어 부문과 엘리트 선수들이 먼저 출발하고 A그룹의 출발 총성과 함께 105리 길의 긴 여정이 시작된다. 그 넓은 도로를 가득 채울 만큼 달림 이들이 많아 첫 1km는 주로 정리가 되지 않아 인파에 밀려서 달린다. 오늘 같은 기온이 달리기에는 딱 좋아 팔토시를 준비했다가 벗어 버리길 잘했다. 합정역 3km 지점을 지나니 이제야 주로 정리가 되고 양화대교를 건넌다. 한강의 다리는 1km가 넘는 긴 다리다. 바람이 심한 날이 많은 한강 다리가 오늘따라 바람이 거의 없다. 노들길을 따라 여의도로 진입을 하고 Kbs방송국 앞을 지나 여의도공원 옆길을 달린다.


9km 지점이 마포대교 중간쯤에 있다. 10km부터 애오개까지는 이번 코스 중에 가장 오름이 심한 구간이다. 그간 마포가 몰라 보게 고층빌딩이 숲을 이루는 게 많은 발전을 했다. 몸이 적응하는 거리에서 호흡도 속도도 괜찮다. 오름에서는 조금 밀리고 내림에서 만회하고 서소문을 거쳐 시청 앞을 지났다. 종로거리부터 동대문을 지나 군자역 사거리까지는 서울동마 코스와 같은 코스를 달리니 낯이 익은 길이다. 군자역 사거리에서 동마 코스는 능동로를 거쳐 어린이 대공원 방향으로 우회전하는데 비해 제마는 직진하여 천호대교를 넘는 길이다.


후미에서 늦게 출발한 B, C그룹 젊은이들이 많이들 추월해 갔지만 26km를 지나자 힘이 빠졌는지 조금씩 추월이 된다. 마라톤 풀코스는 오기와 혈기로만 되는 게 아니다. 아차산 터널을 지나면 내리막 길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 준다. 28km 지점은 천호대교 중간에 있다. 이때부터 여러 마라톤 클럽의 응원단이 나와 박수와 환호로 열렬히 응원해 준다.


도심을 지나는 마라톤 코스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 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내가 하는 달리기가 박수를 받을 만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응원해 주는 이가 있어 육체적으로 힘든 순간을 넘기는 원동력이 되며 마지막 결승선을 통과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포기하지 않는 나를 만나고 싶은 게다.


천호역 사거리를 지나 길동사거리는 옛 중마 코스이기도 하다. 둔촌 사거리를 지나면 32km를 지난다. 지금까지는 몸으로 달리고 남은 10km는 정신력으로 달리는 구간이다. 그간 쌀쌀한 날씨로 땀을 흘리지 않아 스펀지대는 그냥 통과했지만 진액처럼 흘러내리는 땀은 시야를 흐려 놓는다.


올림픽공원을 지나면 33km를 지나고 가락시장을 지난다. 중마 때 달려본 코스라 낯익은 길은 몸이 알아서 준비를 한다. 36km를 지나면 탄천교를 건넌다. 이 길은 예전에 성남을 다녀와서 잠실운동장으로 가는 길이라 훤하다. 많은 주자들의 발걸음이 둔했다. 지금까지 달려온 속도로 달려도 추월해 갈 수 있다. 기가 살아나면 없던 힘도 나온다.


다시 탄천 1교를 건너 잠실로 향한다. 다리 위 오르막 길도 밀리지 않고 달릴 수 있다. 이제 39km를 지났고 남은 거리는 3km 남짓이다. 달림이 들은 이제 달려온 길을 생각하지 않고 남은 길만 생각한다. 우리네 삶도 그렇다. 지나 온 길은 과거고 되돌릴 수 없다. 지난 일에 대한 회한보다는 남은 시간에 전념하는 게 잘 살아가는 방법이다. 그래서 마라톤은 인생을 닮았다 한다. 삼전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40km를 지난다. 급수대가 대로 길 가장자리에 있어 시간 절약을 위해 통과다. 이제 끝으로 가는 길이다. 남은 힘을 솟아 보리라 마음을 다잡고 달리고 다시 힘을 주어 달렸다.


그간 쓰고 남아 있지 않을 것 같던 힘이 달리니 샘솟듯 어디선가 힘이 나온다. 지난 춘마 때는 다리에 힘을 주니 쥐가 와서 살살 달래며 달렸지만 오늘은 잘 버티어 준다. 잠실운동장으로 들어가는 길이 바로 들어가지 않고 잠시 올랐다 돌아온다. 이제는 남은 거리 1km다. 더 이상 생각은 필요하지 않다. 잠실 주 경기장 진입로에서 응원해 주는 분들의 힘을 얻어 잠실운동장으로 들어서니 타탄 트랙의 촉감이 푹신하니 발에 전해 지는 촉감이 좋다. 그대로 달려 피니쉬 라인을 통과하니 예상하지 못했던 싱글을 달성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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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Jtbc마라톤 기록증

대회 초반에 만난 마라톤 tv에서 오늘 예상 기록을 물을 때 춘마에 기록에서 2 ~ 3분 단축이라고 했는데 예상외의 좋은 기록이다. 하프를 1:37:08에 통과하여 춘마 기록도 힘든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전반을 여유 있게 달린 게 후반에 속도를 올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인생사가 다 그렇지만 '조금은 비우고 살면 더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교훈을 몸으로 배운 대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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