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풀 달리면서 진화한다
3월 1일은 일본 식민지 통치에 항거하며 자주독립을 선언하는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며 세계만방에 알린 날이다. 예년에 비해 날이 많이 풀려 포근해서 달리기 딱 좋은 날이다. 서울에서 대회가 열리니 전철로 여유 있는 시간에 도착했다. 런다에 들리는 분이라고 인사를 하시는데 몰라 뵈어 죄송했다. 출발 때 기온이 8도로 약간 강바람이 있지만 달리기 좋은 날이다.
식전행사로 홍진영가수가 그녀의 히트곡 엄치척, 따르릉의 노래로 축제장으로 만들었다. 9시 정각 풀. 하프코스 동시에 출발은 이봉주선수의 만세삼창은 "대한독립"하면 따라서 "만세"로 3.1 정신을 기리고 홍진영가수의 카운트다운과 징소리로 출발했다. 좁은 주로를 감안해서 앞쪽에 출발했더니 막히지 않고 초반 1km를 잘 빠져나왔다.
이번대회 코스는 한강과 청계천을 따라가다 정릉천으로 올라 경동시장 인근에서 유턴해 오는 하프 2회전 코스다. 청계천 하류가 주로가 넓어 달리기 좋았다. 변경된 코스가 고저차도 적고 달리기 좋은 코스다.
출발이 좋으니 하프러너와 함께 달리는 속도감이 있다. 조금은 조심스러워 추월해 가는 러너도 보내주고 달려도 430 후반대로 찍히니 잘 달리고 있다. 딱 1명 있는 320 페메와 함께 달리는데 좀 빠른 것 같다고 하니 출발이 늦어 그러니 나중에 맞출 거라고 한다.
중랑천 하류의 용비교를 건너서 청계천을 따라 올라 가는데 길은 하프코스 런너들의 페이스가 점점 올라간다. 8km를 지나니 벌써 하프 1등 러너가 반환해 온다. 지난주 대구마라톤에서 1등을 한 김보건 님의 독주다. 2위와는 엄청난 거리차로 1등은 결정된 것 같다.
잠시 후 풀코스 1위는 기대했던 심진석 님이 아니고 다른 분이다. 심진석 님은 공사장 비계공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분으로 전마협에 들어가 동계훈련으로 케냐 마라톤 유학을 다녀와 첫 출전이다. 내심 기대를 했는데 2위로 오고 있고 거리차가 꽤 있다. 나중에 확인하니 1회전 뛰고 DNF 했다.
주로는 정릉천 자전거 길로 접어든다. 용담 4교는 잠시 지하도를 지날 때 러너들의 함성으로 스스로 힘을 얻는다. 1차 반환점은 제기동 용두교를 지나 지하통로에서 반환을 했다. 돌아오는 길에 하프. 풀 러너가 함께 달려오고 돌아 나가는 무기가 합치니 자전거 도로가 차고 넘친다.
여전히 페이스는 잘 유지되고 320 페메와 함께 했다. 달리면서 영상을 찍다 보니 조금씩 놓치기도 하지만 지금 페이스는 320 속도보다 좀 빠르다. 익숙한 길이다 보니 지루함이 없고 힐업다운 없어 달리기가 편하다.
싱글렛을 입었더니 약간 쌀쌀함이 있지만 땀은 촉촉이 젖는 느낌이라 달리기 딱 좋은 기온이다. 소음인 체질이라 땀을 많이 흘리면 후반 체력이 떨어지는데 오늘은 그럴 염려가 없다. 가끔 2.5km마다 비치된 급수대를 건너뛰어도 갈증이 나지 않는 최적의 날씨다.
포토존에서 여유로운 포즈로 달려 주기도 하고 출발지로 돌아오는 길에 2회전 시작하는 돌아오는 러너에는 심진석 님은 보이지 않았다. 1차 하프를 마치고 다시 출발이다. 서울에는 풀코스를 만들기 어려우니 하프 2회전 코스가 많은데 지루함이 있다. 교통통제가 어려우니 고충은 알지만 달리는 러너의 입장에서는 같은 코스를 2번 달린다는 건 지루함이 있다.
두 번째 용비교를 지나니 이제 하프러너가 빠져나가니 주로가 텅 빈다. 앞서 가는 러너와 뒤에 오는 러너도 뛰엄뛰엄이다. 풀코스 1,000명이 참가했으니 대구대회에 비해 20분의 1의 규모다. 함께 달려야 힘이 나는데 이제 의지로 달려야 한다.
그래도 나에게는 320 페메가 있으니 이제 동반주다. 최고기록은 295 정도라는데 이분의 페이스는 들쑥날쑥이다. 빨리 달리다가 어느 순간 늦추어 달리는 페이스로 35km를 지나니 속도는 참고만 하기로 했다. 이제 넉넉히 320 달성은 가능했고 얼마나 기록을 단축하느냐만 남았다.
동반주를 하던 320 페메가 37km를 지나니 뒤로 쳐진다. 들쑥날쑥하던 페이스로 체력이 떨어진 것 같다. 320은 아직 여유가 있으니 잎서 달렸다. 페메라면 이븐 페이스로 끌어 줘야 믿고 달리는데 좀 아쉽지만 그분이 빨리 달려주어 동기를 부여해 준건 감사한 일이다.
남은 거리에 최선을 다해 보자 하고 액션캠을 허리벨트에 넣고 달리니 팔 치기가 편하다. 띄엄띄엄 달리는 러너를 뒤로 보내고 달려가니 여자 2위가 앞서 달리고 앞에는 전마협 카메라가 있다. 39km에서 앞서 달리니 영동대교 전 오름이 마지막 고비다. 이제는 다 왔다 하고 집중해 달려 피니쉬를 통과하니 예상하지 못한 3시간 11분 53초다.
315 정도로 예상하고 달렸는데 좋은 기록이다. 정릉천 구간에 지하통로가 많아 GPS오류가 있긴 한데 거리도 42.195km로 좀 짧은 것 같기도 하다. 이 대회는 유일하게 연대별 시상이 있어 70대에서 1등을 하여 오랜만에 트로피를 받았다.
달리기 딱 좋은 날 언덕이 없는 주로가 좋은 기록을 만들어 준 것 같다. 나름 동계훈련을 꼬박꼬박 한 것도 밑거름이 된 것 같다. 마라톤은 정직하며 노력한 만큼 기록으로 돌여 준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하는 대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