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시즌 오픈 여수 해양마라톤

최고의 해안 힐업다운

by 산달림

새벽 5시 08분 용산역에서 여수엑스포역으로 가는 Ktx 산천 501호 기차에는 마라톤 복장을 한 여행자가 여럿 보인다. 예년에는 하루 먼저 내려가 대회에 참가하곤 했다. 올해는 아내가 춥다고 안 간다고 하니 미리 내려갈 필요가 없어 새벽 기차를 타기로 했다. 광명, 서대전, 익산으로 내려가면서 여수대회에 참가하는 마라토너들이 제법 된다. 예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지만 Ktx개통으로 당일치기가 되는 편리한 세상을 살고 있다.




여수 진남운동장에 도착하니 8시 30분으로 출발 1시간 전이다. 운동장 스탠드 아래 실대 대기실에 들어가니 난방을 가동되고 있어 느긋이 복장을 챙겼다. 대회복장은 현장에 가서 결정하기로 하고 A, B플랜으로 두 가지 복장을 챙겨갔더니 예상보다 그리 춥지 않다. 서울 한강에서 달린 게 추위 적응이 되어서 그런지 바닷바람이 불어 춥다는 여수의 날씨가 겨울 달리기에는 나쁘지 않아 가벼운 복장으로 챙겨 입었다.


출발 전 트렉에서 워밍업으로 달릴 때 서산강군 님이 알아보고 찾아 주어 감사했다. 훈련량이 많아 섭 3을 응원해 주었다. 여수는 남쪽이고 어제는 강풍주의보가 내릴 정도의 강풍도 잠잠해져 2026 시즌오픈대회에 오길 잘했다. 여수까지 내려와서 바로 상경하기엔 섭섭해 대회 후에 지리산 산행 준비를 해 왔더니 55L 피엘라벤 배낭의 무게가 15kg는 되는 것 같다.


9시 30분 출발 신호에 따라 영하 2도의 기온이 아직은 바람이 강하게 불지 않아 가벼운 출발이다. 중간 정도에서 출발했더니 좁은 주자가 꽉 차 여수레일바크장까지 나가는 자전거 도로는 막힘의 연속이다. 새해 첫 대회고 영상도 촬영해야 하니 기록에 크게 집착하지 않으니 마음이 가볍다.


dji_mimo_20260111_092130_0_1768117802506_burst.jpg 제20회 여수마라톤 풀코스 출발선


출발부터 가벼운 내리막 길이라 330 페메와 같이 첫 5km를 23분 40초에 통과하고 체온이 올라 입고 있던 비닐을 벗고 나니 시원한 느낌이 좋다. 첫 번째 만나는 오르막은 메타세쿼이아 길로 꽤나 긴 오르막 길이다. 숏핏치로 심박수를 높이지 않고 오르니 바로 내리막 길이다. 젓갈 공장 앞을 지날 때는 비릿한 젓갈 냄새가 난다. 내리막이 끝나는 오천교까지 내려가니 다시 오르막의 시작이다. 그게 여수마라톤 코스의 특징이다. 마치 롤러코스트 타는 기분이다.


왼편으로 해양안전체험관을 두고 달리는 오름길도 만만하지 않다. 여수대회는 오름내림이 심한 걸 알고 왔고 그간 달려본 코스라 원래 이런 길이야 하며 시선은 바닥만 보고 오르면 고갯마루에 올라선다. 여수대회는 구간 1km 기록이 의미 없는 건 길의 조건이 너무 달라 비교할 수 없는 길이다.


신덕마을 앞을 지나 다시 고개를 넘으면 석유공단사거리를 지난다. 추워도 급수대에 목을 축여주고 달려가니 선두권 주자인 김보건 님이 달려오고 있다. 14km 정도를 달렸는데 18km를 지나고 있으니 힐업다운이 많은 길에서 엄청난 속도다. 그만큼 동계훈련을 착실히 다져온 결과다.


한구미터널 앞에서 15Km 표지판을 지나고 터널 앞에서 급수 후 터널로 들어섰다. 바람의 영향이 없어 포근해서 달리기 좋은 터널이다. 터널을 벗어나자 16km를 지나고 바로 앞에 1차 반환점이 보인다. 힐업다운 길의 절반을 지났으니 마음이 가볍다.


돌아오는 길은 앞바람이라 조금은 힘들지만 한강 바람을 많이 맞으면서 달려본 경험이 있어 달릴만하다. 그룹 지어 달리던 러너들도 체력이 각기 다르니 이젠 각자도생으로 왔던 길을 되짚어간다. 올 때 편히 달렸던 길은 힘든 오르막 길이 되고 힘들에 올랐던 길은 내리막이 되어 편히 달렸다. 살아가는 이치도 양지가 음지가 되고 음지가 양지가 된다. 지금 힘들다고 늘 힘든 게 아니라 쨍하고 해 뜨는 좋은 날이 찾아온다는 섭리를 배운다. 고개 마루에 올라서니 앞으로 넘어야 할 고개가 저 앞에 가로막고 있다. 저 산자락 길을 넘어야 하니 오름이 빡세다. 멀리 보지 말고 앞만 보고 달리는 게 이럴 때는 정답이다. 버티고 달리다 보면 그 고갯마루에 서 있는 나를 본다.


돌아오는 길은 50대 체구가 작은 여성분과 함께 했다. 오르막은 내가 빠르게 올랐고 내리막을 달리다 보면 어느새 따라와 앞서 내 앞에 달린다. 다시 오르막에서 앞서면 내리막에서 또 앞서 달린다. 은근한 경쟁이 흥미 있게 진행된다. 돌아오는 길의 내리막 길에 마음이 여유로우니 눈은 신덕해변 바다를 보며 잠시 여유를 부려 보았다. 파란 바다가 곱게 펼쳐지는 여수 앞바다다. 이곳에서 남해섬까지 바다밑으로 터널을 뚫어 연결되는 곳이다. 이 길이 개통되면 여수에서 진주나 부산을 가는 길이 한결 가까워지겠다.


오천일반산업단지 오르막 길은 늘 달려도 적응이 잘 되지 않는 길이다. 언덕이 올라서니 메타세쿼이아 길은 힘들게 올랐으니 내리막 길은 달리기 좋다. 마지막 오르길은 짧고 가파른 여수레일바이크 앞을 지나니 구 철길을 자전길로 조성한 곳이다. 은근한 오르막 길이라 속도가 나지 않는다. 여기까지 그 여성분과 레이스를 하였는데 이제야 따라붙지 않는다.


터널을 지나니 31km 지점으로 하프는 왼쪽으로 운동장을 진입하고 풀은 직진을 해야 한다. 체력이 떨어진 주자에게는 갈등의 선택 순간이 이곳에 한 번쯤 느껴 보는 곳이다. DNF 하고 편히 쉬자 하는 악마의 유혹이 있는 곳이다. 운동장 길은 눈길도 주지 않고 직진길을 달렸다. 시멘트길이라 충격이 심해 왼쪽 가장자리 우레탄 길로 달리니 돌아오는 러너를 피해 달려야 했다.


주로도 좁고 오가는 러너가 있어 몸은 지쳐 가지만 함께 달리는 고통을 나누는 동지가 있어 힘을 낸다. 나도 힘들지만 그도 힘든 길을 달리는데 달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합리화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미평지하도를 통과하고 36km를 지나니 2차 반환점이 앞으로 보인다. 이제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하니 버틸 수 있는 힘이 솟는다. 희망이 보이면 없던 힘도 솟는 게 정신력이다. 가끔은 주저앉아 다리를 주무르는 러너도 보이는 게 남은 거리는 정신력으로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곳에서 편안한 상태로 달리는 러너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도 나도 모두가 힘든 체력이 고갈된 시점으로 참고 버티며 달린다. 연신 2차 반환점으로 향하는 일그러진 얼굴이 그 고통을 말해 주고 있다. 영화 '짝패'에서 배우 이범수 님의 한 대사인 " 강한 놈이 오래가는 게 아니라 오래가는 놈이 강한 놈이다."


진남운동장으로 들어가는 길 입구가 41km를 지난다. 여기서 운동장 트랙까지는 마지막 바닥난 체력을 한 번 더 쥐어 짜야한다. 은근한 오르막 길을 몇 번의 커브길을 달려야 진남운동장으로 집입한다. 105리 길을 달려오는 러너를 응원해 주는 마라톤 가족들이 있어 힘이 난다. 운동장 트랙을 돌아오니 피니쉬 라인이다. 한번 더 힘을 내어 통과하니 3시간 30분 15초! 아쉽게 15초! 차로 330을 이루지 못했다. 좀 더 힘을 낼걸 그랬나?


모바일기록증.png 제20회 여수해양마라톤 기록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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