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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1번지 내장산 백암산 연계 산행

가을빛이 고운 걷고 싶은 길

by 산달림

그새 중부지방의 단풍은 끝났고 마지막 단풍은 남쪽의 내장산인 것 같다. 제대로 단풍산행을 하려고 서둘러 출발해도 고속도로는 단풍철이라 차량 홍수다. 산행 들머리는 비교적 한가한 내장산 뒷뒤쪽인 봉덕마을 대가리에서 내장산의 최고봉인 신선봉으로 올랐다. 우화정 가는 길은 인산인해로 걷기 힘드니 뒤쪽길이 한갓진 길이다. 설악산에는 설악산이 없고 대청봉이 있듯 내장산에는 내장산이 없고 신선봉이 있다. 1.5km 된비알 길에는 드문드문 단풍나무가 선홍색 빛을 띤다. 신선봉 정상에는 인증사진 찍는 줄이 길고 바닥에는 산악회에서 온 산객들이 난전 같이 돗자리를 깔고 점심식사로 시끌벅쩍하다.


20251108_131554.jpg 내장산 단풍


이럴 땐 빠르게 다음 봉인 까치봉으로 걸음을 재촉하는 게 상수다. 하늘에 119 헬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선회한다. 환자 발생으로 헬기가 출동했다. 까치봉에서 신선봉으로 가는 내리막 바윗길에서 미끄러지면서 허리를 다쳐 긴급후송이다. 가을철은 낙엽이 바위 위에 내려앉으면 많이 미끄럽다. 조심 또 조심할 일이다.


순창새재로 곧장 가는 길이지만 여기까지 와서 까치봉은 찍고 가는 게 산의 예의다. 300m를 더 걸어 까치봉에 올랐다. 헬기 환자 수송으로 밀렸던 산객들로 산길이 북새통이다. 단풍철이면 겪는 연례행사 같다.

소등구재까지는 내리막 길이고 흙길이라 걷기 좋은 길이다. 군데군데 단풍이 곱게 물들었고 그 아래 산객들은 추억을 남긴다. "모든 잎이 꽃이 되는 가을은 두 번째 찾아오는 봄이다." 그 단풍꽃을 즐기며 소등구재로 내려 서니 물가라 유난히 단풍색이 곱다. 이곳이 이번 산행길의 첫 번째로 꼽는 단풍길이다. 이제 내장산이 끝나고 백암산으로 오른다.


20251108_132014.jpg 소등군재 단풍


순창새재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지 않아 좋다. 단풍터널을 지나 오르며 순창새재다. 2.3km 거리인 상왕봉은 오르막 길이지만 순한 길이다. 741m의 나지막한 남녘 산이지만 들녘이 넓은 이곳에선 백암산의 최고봉이다. 산객들은 꼭 정상에 오르면 인증사진을 남긴다. 추억도 되고 다녀왔음을 알리는 확실한 증거가 된다. 그래서 BAC 100 산 인증은 발도장 정상 인증사진으로 확인한다.


백양사로 가는 빠른 길은 사자봉으로 내려가는 길이지만 백암산의 단풍명소는 약사암에서 내려 다 보는 백양사 풍경을 보지 못하면 섭섭하여 백학봉으로 길을 잡았다. 도집봉은 바윗산이라 오르지 못하고 옆으로 지난다. 절벽에 펑퍼짐하게 자란 푸른 소니무 백암송은 이곳의 전망 포인트다. 가까이는 대각산, 뒤로는 방장산까지 한눈에 조망된다.


백학봉에 올라 정상 인증을 하고 내리막길이다. 까끌막 내리막길에는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어 조심해서 내려서야 한다. 갈길 바쁜 산객을 핏빛 단풍이 자꾸만 발길을 잡는다. 찍고 찍고 길을 내려섰다. 영천굴 가는 길에는 노란 단풍이 더 곱게 물들었다. 단풍의 색은 나뭇잎에 안토시안이 많으면 붉은색, 카로티노이드가 많으면 노란색, 탄닌이 많으면 갈색을 띤다고 한다.


영천굴에는 약수가 굴속에서 흘러나오는데 이 약수를 마시면 무병장수를 한다고 유혹한다. 이 말에 그냥 갈 산객이 어디에 있겠는가? 쭉 한 국자로 들이키니 갈증이 사라진다. 약사암 뒤쪽으로 학바위가 감싸듯 품고 있고 아래는 백양사 계곡의 단풍이 만산홍엽을 이루고 있다. 백암산의 단풍으로 꼽는다면 이곳이 단연 엄지 척이다. 약사암의 자리는 오묘한 자리에 터를 잡은 전망 좋은 암자다.


20251108_151853.jpg 약사암 단풍


백양사로 내려가는 길은 꼬부랑길로 구절양장 같은 길이다. 전망이 좋은 곳에 터를 잡았으니 길은 험할 수밖에 없다. 백양사는 단풍 행락객들로 인산인해다. 백양사의 유래는 환양선사가 영천암에서 불경을 외우고 있을 때 흰 양들이 바위 위로 몰려들어 불경을 들었다고 하여 백양사로 지었다고 한다.


내장산에 우화정이 있다면 백암산에는 쌍계루가 있다. 쌍계루 앞 연못이 비치는 당단풍의 반영이 아름다운 곳이다. 마침 스님이 올드 팝송 'YesterDay'를 부르신다. 떠나 버린 여인을 그리는 노래가 가을 단풍과 추억을 노래는 하는 가사가 잘 어울린다. 쌍계루 앞 연못 주변의 당단풍은 아직 완전히 붉게 물들지 않아 며칠 후에 찾아 도 고운 단풍을 볼 수 있다.

돌아오는 차시간에 맞추려면 인파 속을 빠르게 걸었다. 연인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한다. 단풍잎 아래는 여인들만 있다. 참 좋은 가을 단풍나들이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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