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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JTBC 서울마라톤

올해도 서울을 가로질러

by 산달림

올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로 제마의 출발지로 가는 길은 지하철역에서부터 대회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합정역 환승통로를 지날 때 5분의 기다림은 이런 대회가 없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다들 기다려 주는 문화화의식이 우리에게는 있다.


상암월드컵 경기장 앞은 풀코스 1.7만 명, 10km 1.7만 명에 가족과 스텝까지 더하면 4만 명은 훌쩍 뛰어넘을 것 같다. 대회장으로 갈 때 집에서 달리기 복장을 갖추고 출발하길 잘했다. 지하철에서 평소보다 20여분이 늦어 물품보관을 끝내니 7시 30분이다. 워밍업 장소는 평화의 공원 난지연못 뒤편을 이용했다. 화장실도 여러 개 있어 대기시간이 짧다. 대회기온 8도로 달리기 딱 좋은 날씨다. 비닐우의로 보온을 하니 딱 좋다.






0 ~ 5km 상암원드컵 경기장 앞 ~ 양화대교 남단


엘리트 선수와 A그룹이 출발하고 B그룹도 출발선으로 이동한다. 보온용으로 입고 있던 비닐 우의를 벗고 오늘 목표를 320으로 잡아 본다. 매 km당 4분 44초다. 9월 19일부터 한 달 넘게 호주, 뉴질랜드 배낭여행으로 절대 훈련량이 부족하니 이마저도 부담스러운 목표다. 여행 중에도 틈틈이 달렸지만 속도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지난주 춘마 4시간 페메가 더 내실 있는 훈련이었다.


출발과 동시에 봇물이 터지듯 달려 나가는 대열에 몸을 맡겼다. 마음보다 늦다고 생각되지만 초반은 꾹 참고 대열의 속도로 달렸다. 합정사거리 가는 길은 내리막 길이라 앞을 보니 도로를 꽉 채웠다. 첫 1km가 가장 늦은 4분 52초로 통과하고 몸이 풀리면서 속도를 높였다. 아직 달릴 거리가 많은데 미리 안달할 필요가 없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첫 번째 다리는 양화대교다. 한강의 다리는 바람 부는 날이 많다. 오늘도 바람이 꽤나 강하데 불지만 앞바람이 아니고 옆바람이라 땀을 식혀주어 좋다. 남단에서 병목구간으로 접어든다. B그룹은 그다지 막히지 않고 잘 통과했다. 급수대는 5km 통과 후 좀 떨어져 있다. 23분 47초로 첫 단추를 잘 꿰었다.



5 ~ 10km 공덕사거리 23:08


여의도 샛강을 건너서 여의도로 진입을 한다. 자동차 길이라 평소에는 달릴 수 없는 구간이지만 좋은 길은 아니다. 여의도로 들어서는 길도 초입은 집입길이라 잠시 길이 좁아진다. 이제 오른쪽으로 여의도공원 왼쪽으로 Kbs를 두고 달리는 구간이다. 양쪽에 응원단이 엄청 많이 몰려 열열한 응원이 있다. 도심 메이저 대회는 응원의 힘으로 달린다는 말이 실감 난다.


두 번째 한강을 가로지르는 마포대교를 건넌다. 다리는 특성상 오름이 있고 내림이 있다. 탁 터진 마포대교에도 옆 바람이 강하게 분다. 기온이 그리 낮지 않아 시원하게 느껴진다. 공덕사거리 가는 길은 내리막 길로 이어지고 공덕역으로 응원 나온 응원단이 열정적으로 응원을 한다. 차분한 페이스로 5km 구간 랩 23분 08초로 잘 달리고 있다. 호흡도 편하고 딱 좋은 컨디션이다.



10 ~ 15km 공덕서거리 ~ 종로 1가 입구


이번구간은 제마에서 가장 높은 아현동고개를 넘는 구간이다. 촬영하던 고프로를 허리벨트에 넣고 꾸준히 올랐다. 앞 런너의 신발 뒤에다 시선을 두고 오르니 완만한 오르막 길이라 힘들지 않고 올랐다. 아현동 육교에서 후배가 꽹과리를 가지고 나와 두드리며 응원을 해준다. 매년 자봉 응원을 하는 후배다. 여기서 작년과 달리 서대문사거를 지나 세종로사거리로 가는 길이다. 약간의 오름내림은 있지만 달리가 나쁘지 않다.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세종로 입구는 응원단이 도열을 하여 열렬히 응원을 해 준다. 이 맛에 달리는 맛이 난다. 앞으로 추월해 가는 러너가 그리 없고 추월하는 런너가 많은 걸 보면 페이스를 잘 유지하고 있다. 대열의 기본 속도란 게 있다. 대열의 전반적 흐름에 따라가면 추월하는 런너가 그리 많지 않다. 23분 24초로 페이스가 잘 유지되고 있다.



15 ~ 20km 종로 1가 ~ 용두 4교 앞


서울동아마라톤길로 많이 달려 훤한 길이다. 종로길은 주로가 넓어 시야를 멀리 두면 피곤이 빨리 온다. 짧은 시선으로 달리면 서서히 지쳐가는 런너를 앞설 수 있다. 흥인지문을 돌아설 때 17.5m를 지난다. 제마코스를 달리면 달리면서 서울구경 다한다는 말이 있어 외국인이 좋아하는 코스로 꼽는단다. 페이스북 친구인 싱가포르 부부는 올해도 제마를 뛰기 위해 5일 전에 와서 이 대회에 참가했다. 기록이 잘 나온다는 코스다. 그는 싱글로 작년보다 5분 당겼다고 엄청 좋아했다.


신설동 5 거리를 지나면 군자교로 향한다. 제마길에는 끊임없는 응원단이 있어 달리는 맛이 나는 대회라 인기가 높다. 신답지하차도 전에 20km를 지난다. 20km에는 간식이 없고 음료수만 공급한다. 여전히 페이스는 23분 06초로 잘 유지되고 있다.



20 ~ 25km 용두사거리 ~ 군자사거리

신답지하차도 입구는 하프통과 지점인데 아무런 표시가 없다. 옆에 엘리트 골인 표지만 보인다. 그래도 하프지점에 표시는 있었으면 좋겠다. 절반을 달려온 지금의 페이스만 유지되면 320은 달성이다. 가능성이 보이니 힘 난다. 다들 힘이 빠졌는지 지하차도를 지날 때는 울림소리를 들으려고 함성을 지르는 런너가 없다. 힘은 아끼는 게 좋다. 지하차도 오르막은 늘 힘든다. 힘 빼고 조금 늦추어 달렸다. 한창 때는 기를 쓰고 올랐지만 이젠 내 몸은 내가 안다.


작은 복병 군자교도 오름길이다. 내려서면 군자교 사거리로 향한다. 요즘 마라톤 열기 탓인지 응원단이 엄청 늘었다. 레몬을 준비해서 주고 생수, 콜라도 준다. 달리는 러너가 뭐가 필요한지 챙겨주니 고맙다. 작은 확성기로 이름을 불러 주며 힘을 준다. 메이저 대회는 뭔가 다르다. 군자교사거리는 군자역이 있어 특히 응원의 열기가 뜨겁다. 작은 언덕을 만나면서 25km를 통과한다. 23분 07초로 페이스가 좋다.




25 ~ 30km 군자사거리 ~ 잠실대교 남단


작년과 달리 코스를 변경한 구간이다. 어린이대공원 앞길이 건대입구로 바로 직진하는 길이다. 25km를 지나면 지친 러넌가 속출하는 구간이다. 오버 페이스를 하는 러너는 현저히 발걸음이 둔하다. 페이스만 유지를 해도 앞서 나간다. 건대입구사거리에서 자양사거리로 향한다. 요즘 젊은 여성런너들의 기량이 많이 향상되었다. 수원사랑마라톤 클럽의 여성런너는 초반부터 지금까지 동행을 하고 있고 전혀 지친 기색이 없이 페이스 조절도 잘한다. 최소한 30번 이상은 풀코스를 완주하였고 훈련도 충분히 소화한 런너다. 서로 따라가는 게 아닌데 페이스가 비슷하니 같이 달리게 된다.


자양사거리에서 앞으로 보이는 롯데 타워가 레이스의 중반을 넘었음을 알린다. 마지막 한강다리를 넘을 때도 옆바람이 분다. 앞바람이 아닌 게 다행이다. 잠실대교는 바람 탓에 응원단이 많지 않다. 서울동아마라톤 때면 다 왔다 하는 느낌이지만 제마는 12km가 남은 거리다. 후반의 오르막을 생각하면 체력은 남겨두어야 한다. 23분 13초로 여전히 페이스는 잘 유지되고 있다.



35km 잠실대교 남단 ~ 탄천 1교


점점 부담스러운 거리로 가고 있다. 35km 가는 길은 거리상으로도 잠실운동장을 지나가는 길로 서울동아에서는 끝나는 길이지만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은 길이다. 확 ~ 넓은 길이고 체력적으로 피로도가 높은 구간이다. 지금부터는 정신력이 필요한 구간이다. 필할 수 없으면 즐겨라. 때로는 왜 이리 힘든 레이스를 하지? 자신에게 묻는 구간이다. 체력소모를 줄이기 위해 고프로를 허리 벨트에 차고 탄천 1교 오름을 생각하며 달렸다. 조금 속도가 밀리긴 했지만 그리 힘들지 않고 탄천 1교를 올랐다. 직진해서 학여울역으로 가는 길이다. 23분 51초로 선방했다.



40km 탄천 1교 ~ 가락동사거리


후반으로 가면서 가장 힘들었던 구간이다. 탄천 1교를 내려 서니 왼쪽으로 학여울역에서 되돌아오는 런너가 줄을 잇는다. 근 1km 거리를 돌아 나오는 구간이다. 이제는 정신력으로 달리는 구간이다.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달렸다. 응원단이 건네주는 레몬을 씹으면 정신이 번쩍 든다. 교차로를 만나면 돌아가는 오름길이 발목을 잡는다. 그래도 가야 한다며 기를 쓰고 달렸다. 고지가 저긴대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이런 고통이 없다면 마라톤이 인생에 비유되겠어? 별생각을 하고 달렸다.


달리다 보면 가락지하차도가 보인다. 지하차도는 내리막을 지나면 오르막이 찾아온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고 나면 좋은 일이 찾아온다. 매 순간 고비 없이 마라톤 완주는 없다. 빠르면 빠른 데로 늦으면 늦은데로 105리 길에는 고비의 순간이 없는 러너는 없을 것이다 란 생각으로 달렸다. 후반부 오르막이라 5km 구간 기록이 가장 늦은 24분 20초로 밀렸다.



40 ~ 42.195km 피니쉬 10:33


한때는 이 구간을 8분대 후반에 달렸는데 이젠 넉넉하게 11분을 계산한다. 320 달성이 가능한 시간 계산이 나오니 힘이 솟는다. 완만한 오르막이 발목을 잡는다. 옆에 달리는 분도 320이 목표란다. 함께 힘을 모아 오름길을 달렸다. 마라톤에서 동반주는 경쟁자로 때로는 조력자로 기록 향상에 도움이 된다. 혼자 달리는 걸 좋아 하지만 이럴 때는 함께 달린다. 제마코스의 좋지 않은 점은 마지막에 언덕을 만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마에서 기록을 내려면 언덕을 뛰어라는 말이 있다. 지친 러너에게 오르막은 최악이다. 마지막 스퍼트를 할 기회도 주지 않는 매정한 길이었다.


이 또한 받아들여야 하는 게 마라톤이기도 한다. 무거운 발길로 피니쉬를 통과하니 3시간 18분 24초! 320 달성이다. 부족한 훈련량에 비하면 좋은 기록이다. 그 기록이 뭔데 기쁘게 한다. 런너는 그 숫자에 울고 웃고 하며 보상을 받고 아숴어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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