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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달림 Jan 28. 2020

요세미티 하프돔 오르고 해피 아일

요세미티는 인디언 어로 곰

 21일 차로 존 뮤어 트레일의 마지막 날이다. 그간 3,000m대에서 살다가 인간세상인 1,000m대로 내려가는 날이기도 하다. 오늘은 5, 6, 7이다. 5시에 일어나서 6시에 아침식사를 하고 7시에 출발하는 일정이다. 원시림의 소나무 숲 속은 아늑하고 포근했다. 이제 산속이 내 집 마냥 편안할 정도로 적응이 되었다. 긴 트레킹 여정을 마감한다고 하니 시원함보다는 섭섭함이 앞선다. 그간 존 뮤어 트레일과 각별한 정이 든 게다.

원시림 숲에서 보낸 하룻밤 캠핑장

오름길을 거의 없고 내리막길이라 편안한 길이다. 몇 년 전에 이곳에도 화마가 휩쓸고 간 흔적이 아직도 남아 새까맣게 탄 '나무들의 무덤'을 지나간다. 이곳의 기후는 고온 건조한 곳이라 자연발화인 낙뢰로 인한 산불도 자주 발생되는 지역이다. 종종 뉴스로 전해 들은 산불 소식이 이곳 주변의 산불이다. 나무들의 공동 무덤을 지나듯 검게 탄 나무들을 베지 않고 그냥 두고 있는 모습이 어찌 으스스하다. 그러나 이곳에도 희망의 씨앗을 볼 수 있었다. 파란 생명의 싹이 돋아나서 푸른색으로 채색을 하고 있었다.

나무들의 무덤 같은 불탄자리(좌)와 땅에는 파란 풀들이 생명의 싹이 움튼다.

멀리서도 뚜렷이 보이던 하프돔(Half Dome)이 점점 가까워 온다. 갈림길에서 하프돔을 가기 위해서는 오름을 올라야 했다. 건조한 날씨로 폭삭폭삭 먼지를 풍긴다. 하프돔을 오르기 위해서는 퍼밋을 받아야 오를 수 있다. 지금 시간이 당일로 하프돔을 오를 시간이라 가벼운 배낭을 멘 하이커들이 많다. JMT에서 만난 트레커와는 다른 속세의 산꾼을 마주하는 것 같다.


한낮으로 가는 시간에 오름길은 힘이 들어 땀이 삐질삐질 난다. 하프돔 전위봉 아래에다 배낭을 내려놓고 가볍게 전위봉을 오르는데 입구에는 인턴 레인저가 입구를 지키고 퍼밋 검사를 하고 있다. JMT퍼밋이 있으면 별도 퍼밋이 없어도 하프돔을 오를 수 있다. 전위봉을 오르는 길은 가파른 바위산을 오르는데  돌계단을 오르고 경사진 바위 사면을 오르는 길이다. 높이를 더 할수록 요세미티 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진 골짝골짝마다 경치가 장관이다. 절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된다.

하프 돔을 오르려면 퍼밋이 필요하고 젖은 바위 조심과 낙뢰를 조심하여야 한다. 비가 올 때는 하프돔을 오르지 않는 게 좋다.

몸은 힘들어도 눈에 펼쳐지는 바위산은 사진에서 자주 봐 오던 그런 모습니다. 하프돔 앞에 서니 쉬고 있는 사람도 많이 있는데 오르기를 포기한 사람들이다. 이곳은 깔끔하게 하나의 바위로 된 화강암으로 된 거대한 산이다. 멀리서 볼 때는 달걀을 반으로 딱 잘라 놓은 형상인데 오른쪽은 깎아지른 절벽이고 쇠줄이 설치된 곳도 가파른 바위길만 보인다.


하프돔의 위용에 지레 겁을 먹고 일부는 정상에 오르는 것을 포기한다. 오르는 길이 아무런 안전을 보장해 주는 장치가 없다. 최선진국 미국에서 이런 곳을 오르는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아무런 시설이 없다는 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가파른 직벽  바위산을 오르는데 2m 간격으로 쇠봉이 나란히 박혀 있고 쇠봉 사이로 철사로 된 와이어만 연결되어 있고 바닥에는 쇠봉과 쇠봉 사이를 가로로 각목을 받쳐 놓은 게 안전시설의 전부다. 오직 두 팔의 완력으로 올라야 하는 그런 길이다. 만약 팔의 힘이 떨어지거나 쇠봉을 놓친다면 바로 추락 사고로 연결이 되고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된다.


언제 다시 올까 하는 생각에 정상에 올라 보고 싶었다. 팔을 벌려 양쪽의 와이어 줄을 잡고 바닥에 있는 각목을 지지점으로 완력으로 올라가야 했다. 시작점에는 와이어 줄을 잡기 편하게 고무로 코팅이 된 장갑이 준비되어 있었다. 너무 힘을 쓰고 오르면서 밀려 고무가 닳아 너덜너덜 떨어진 장갑이 많다. 하프돔은 높이가 2,695m로 만만한 높이가 아니다. 팔의 힘으로 한걸음 한걸음 힘으로 오르다 보니 호흡이 점점 가빠진다. 한낮 햇살에 잘 달구어진 바위는 후끈 게 달아 올라 있어 금세 목이 탄다. 숨이 차면 가끔 쇠줄을 잡고 숨을 고른 후에 올랐다. 집중에 집중을 하여 암벽에서 슬라브 오르듯이 오르는데 비브람 등산화라 바닥이 투박해 바위에 미끄러워 발끝에 힘을 주고 오르는데 내려오는 분과 교차할 때는 쇠봉에만 의지하여 피해 올라야 했다.

달걀의 반을 잘라 놓은 듯한 하프돔(좌) 안전장치 없이 완력으로 올라야 하는 와이어 줄(우)

점점 고도가 높아지면서 내려다보면 고소공포증을 느낄 정도로 까마득히 높은 높이다. 점점 고도가 높아지면서 위를 쳐다보면 하늘로 가는 천국으로 가는 계단처럼 하늘로 솟아 있다. 한걸음 한걸음 발을 옮길 때마다 쇠줄을 잡은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간다. 내려오는 사람이 많아 길을 비켜 주다 보니 쇠줄에 매달려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40여분을 쇠줄에 의지하여 올랐을 쯤 쇠줄의 마지막은 경사도가 완만해진다. 긴장했던 팔의 힘이 조금씩 빠질 때쯤 쇠줄 끝에 올라 무사히 하프돔 정상에 설 수 있었다. 극도의 긴장 속에 땀을 뻘뻘 흘리며 쇠줄 클라이밍을 하여 하프돔에 오른 것이다.

하프돔의 다이빙 보드 위의 여인

하프돔 정상에 서면 360도로 막힘이 없어 요세미티 계곡 속속들이를 볼 수 있는 훌륭한 전망을 가지고 있다. 가장 멋진 풍경은 사진으로 봐온 다이빙 보드(Diving Board)인데 그 바위에 서면 아래가 수천 길의 낭떠러지로 절로 오금이 져려 온다. 하프돔 위는 굉장히 넓은 바위 광장으로 얼마 전까지는 이곳에서 야영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금지되어 있다.


하프돔 위는 상당히 넓고 두 개의 바위봉으로 되어있으며 중앙에는 축구장 몇 개의 넓이가 되는 평탄한 지형도 있다. 건너편 바위에 오르면 요세미티 입구를 한눈에 내려 다 볼 수 있다. 요세미티는 거대한 바위군으로 빙하의 침식으로 만들어진 절경이다. 거대한 바위 협곡으로 들어오는 요세미티는 새하얀 화강암이 주를 이룬다. 요세미티란 어원은 인디언 지역이던 이곳을 관리하고 있던 군인증 젊은 군의관이 인디언에게 이 계곡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영어를 모르는 인디언이 '요세미티'라고 대답을 했단다. 그가 말한 요세미티라는 대답의  그 뜻은 '곰'이란 말이다. 말이 통할리 없는 인디언은 백인의 질문을 "저기 무슨 사냥감이 있느냐?"로 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예로부터 이곳에는 곰이 많이 살았단다. 그렇게 이곳은 곰을 뜻하는 요세미티란 인디언의 말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하프돔 위에서 본 화강암으로 되어 있는 요세미티 계곡

바위나 나무는 오를 때 보다 내려올 때가 더 위험하고 어렵다. 쇠줄을 잡고 한 칸 한 칸 내려오는데 아직도 오르는 사람이 있어 내려오는데 쇠줄을 잡고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고소 공포증이 느껴지는 바위 중간에 쇠줄을 잡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침이 바짝바짝 마른다. 앞서 가는 젊은이 두 사람은 안전벨트를 착용하여 확보를 하고 한걸음 한걸음 옮겨가니 더디기만 하다. 심지어 앞서 가던 젊은 여성은 겁에 질려 쇠봉을 잡고 먼저 내려가라고 한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올라가는 시간보다 내려오는 시간이 더 걸린다. 준비해 간 물은 바닥이 난지 오래고 내려 쬐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고 있으니 갈증은 더 심해진다.  긴 기다림 끝에 무사히 쇠줄의 끝에 내려 서니 이제야 살았다 하는 심정이다. 이곳에서 올려다본 쇠줄에 매달린 사람들은 한 마리의 개미가 기어 올라가는 형국이다.


전위봉 아래 배낭을 두고 간 곳에 내려오니 점심시간인 12시다.  긴장이 풀리니 시장기가 밀려오는데 물을 다 마셔 버려 갈증이 심하지만 마실 물이 없다. 서둘러 먼지가 풀풀 날리는 길로 하산하여 계곡으로 내려서는데 1시간이나 걸렸다. 캠핑장 옆의 계곡수를 정수하여 미숫가루 한 사발을 타서 마시며 점심을 대신했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네바다 폭포는 하늘에서 몰폭탄을 솟아 내듯 바위틈으로 새하얀 거대 물기둥을 뿜어 낸다. 바람에 날리는 물보라가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지는 폭포로 그 물소리도 폭포의  크기만큼 우렁차게 들린다. 물은 산을 깎아 바위를 만들고 그 산은 모래가 된다. 

영혼을 적시는 폭포라는 이름을 가진 버넬 폭포

네바다 폭포를 지나 조금 더 내려오면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좀 더 계곡길을 따라 내려오면 버넬 폭포를 만나게 된다. 영혼을 적시는 폭포란 이름을 가진 이 폭포는 여인의 하얀 치맛자락 같은 직폭으로 떨어지는 물기둥이 가히 천하절경이다. 폭포 아래 물보라에 일곱 빛깔 무지개가 선명하게 보인다. 어찌나 폭포의 높이가 높던지 주변에는 폭포에서 일으키는 물보라가 분수처럼 날린다. 이 폭포의 물은 흘러서 머세드 강으로 흘러든다.


칩멍크가 넘나드는 길을 따라 내려오면 급수대를 지나 다리를 건너면 오랜만에 밟아 보는 시멘트길이 이제 존 뮤어 트레일이 끝남을 알려준다. 계곡에는 더위를 식히는 비키니 차림의 여인네들이 많은 것 보니 피서철임을 실감한다. 다리를 건너기 전에 안내표시가 해피 아일 표시가 있다. 요세미티를 순회하는 셔틀버스가 지나가는 방향에 존 뮤어 트레일의 남진하는 분에게는 시작점이자 북진하는 분에게는 종점인 해피 아일(Happy Isles)에 도착하여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존 뮤어 트레일의 시작점이자 끝점인 해피 아일스

존 뮤어 할아버지는 말했다. "산에 올라라.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이다. 햇빛이 나무 안으로 흘러드는 것처럼 자연의 평온이 당신 안으로 흘러들어올 것이다. 바람은 신선함을, 폭풍우는 에너지를 당신의 내면에 불어넣어줄 것이고, 모든 걱정은 가을 나뭇잎처럼 떨어져 나갈 것이다. 조용히 아무 방향으로나 걸어가 보라. 발끝부터 영혼까지 온전한 자유를 맛보게 되리라." 그의 말처럼 21일간은 그 길을 걸는 시간은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시간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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