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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달림 Feb 11. 2020

인도 기차 이야기

인도 가치는 제촉한다고 빨리 오지 않는다.

      

인도는 150년 전부터 기차가 운행되었으니 인도의 신경이고 여행자에게는 발이나 다름없다. 7,000여 개의 역을 가지고 있는 만큼 북부 라다크 지방을 빼고는 어느 지역이든지 기차로 연결된다. 그래서 "인도에서 기차만 탈 줄 알아도 여행의 반은 성공한 것이다. "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인도에서 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세계에서 3번째로 긴 철도망을 가지고 있고 빠르고 편리한 교통수단이고 각 나라에서 흘러들어온  여행자와 현지인들의 만남의 역할을 하고 있다.


기차의 객실 등급은 1A, 2A, 3A는 에어컨이 되는 칸이고 SL은 현지인들과 배낭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칸으로 에어컨은 없고 선풍기가 설치되어 있다. 1A는 2인실, 2A는 4인실 3A와 SL은 6인실로 상단, 중단, 하단으로 이루어져 있고 하단을 가장 선호한다. 가격은 당연히 1A가 가장 비싸고 SL이 제일 싸다. 특별한 것은 좌석의 요금만 다를 뿐이지 도착시간을 똑같다. 비싼 요금의 좌석도 같은 열차이기 때문이다. 

어디론가 떠나는 여행자로 가득한 인도 기차역

기차표 예약은 현지 창구에서 예약하는 방법과 인터넷으로 예약하는 방법이 있다. 외국인 여행자를 위한 전용 예약 창구가 있으니 방문하여 예매 신청서를 작성할 때는 기차 번호, 이름, 출발시간 등을 쓰고 예약자의 신상을 적는데 60세 이상이면 50% 할인 혜택이 있다. 


기차를 타는 방법은 시간에 맞춰 기차역으로 가기 전에 연착이 잣은 인도 기차니 반드시 연착 여부를 인터넷에서 확인하고 기차역으로 나가야 기다리는 시간이 짧다. "ixigo trains" 어플로 실시간 기차의 출발 도착시간을 확인할 수고 잔여좌석 조회도 가능하다. 인도 기차는 연착 시간이 도가 지나칠 정도로 심한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겨울철 바라나시를 통과하는 기차는 연착이 심하다. 이는 갠지스강의 짙은 안개로 상습 연착되는 구간이고 심지어 운행이 되지 않는 기차도 있다.

중단의 좌석을 내리고 함께 가는 SL칸의  낮 풍경

      

두 번째 기차여행인 뉴잘패 구리에서 바라나시를 갈 땐데 오후 4시 30분 도착 예정이 새벽 0시 20분 도착했다. 이런 시간에 도착하면 많이 힘든다. 숙소를 잡아야 하는데 모두 잠자고 있는 시간이다. 도착역이 무갈 사라이 역이라 바라나시까지는 15km 정도 떨어져 있는 역이다.


조금 비싼 3A칸의 좌석은 에어컨이 나오고 SL과 좌석배치는 같다.


이럴 때는 악명 높은 바라나시 오토릭샤 기사와 흥정도 만만치 않다. 밤이슬을 맞으며 잘 수가 없어 오토릭샤를 타고 갠지스강을 건너는데 갠지스강의 겨울바람은 사정없이 들이치고 짙은 안개로 5m 앞도 보이지 않는 진한 안개로 엉금엉금 기다시피 하여 갠 지지 강을 건너야 한다. 바라나시 입구인 고돌리아에서 릭샤 아저씨의 도움으로 잠을 자는 숙소 주인을 깨워 숙소를 찾아 가면 늦은 시간이라 숙소 가격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아무 데나 들 수는 없다.


최악의 기차여행은 바라나시 일정을 끝내고 아그라로 이동할 때다. 바라나시를 18시 15분 출발이 23시 55분으로 지연되더니 시간이 다가오면서 01시 55분, 다시 02시 55분 그리고 03시 55분으로 지연되더니 결국 밤을 거의 지새운 04시 20분에 출발하였다.

SL칸에서 만난 인도 꼬마숙녀들

 

결국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는 새벽에 도착해 둘러보고 밤기차로 자이프르로 가려던 계획이 바로 다음 여행지인 자이푸르 기차를 탈 시간인 12시간을 연착해서 도착하여 기차표를 날리고 다음날 둘러보고 버스로 자이프르로 이동하였다.


사막의 도시 자이살메르로 갈 때는 출발 2시간 전에 역에 도착해  2번 플렛홈을 확인하고 기다리면서 젊은 인도 친구에게 기차표를 보여 주면서 이곳에서 기차를 타는 게 맞냐고 하니 인터넷에 확인해보고 맞다고 한다. 혹시나 해서 다시 다른 친구에게 확인하니 맞다고 한다. 심지어 옆에 있던 연세가 있는 아저씨는 자기도 그쪽으로 가는 기차를 탄다고 맞다고 한다. 


그런데 출발시간이 되었는데 기차가 들어오지 않는다. 매점 아저씨에게 확인하니 "피니쉬"란다. 뭔 소리여? 인터넷에 조금 전까지 출발 대기였는데라고 하니 젊은이가 하는 말은 사무실에 가서 확인해 보란다.

그때 기차에 짐을 실어 주는 인부들이 있어 '자이살메르'하니 2번 홈 끝으로 뛰란다. 허겁지겁 뛰어갔지만 기차는 출발하고 없었다. 그 기차는 2번 홈의 끝단 2-1 홈에서 출발했다. 워낙 긴 플렛홈을 찾지 못해 놓친 기차다. 2번 홈과 2-1번 홈을 구분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다.

인도 여행을 하면서 사용한 힌디어로 된 인도 기차표

휴지 조각이 된 승차권을 갖고 사무실에 가니 다시 표를 사란다. 근데 좌석은 없고 입석뿐이란다. 좌석 기차를 놓치고 밤 23:45 자이살메르행 입석 기차인데 00시 15분에서 다시 01시 15분으로 연착해 결국 2시간 지연된 후 기차에 올랐다. 밤기온이 쌀쌀하다 못해 추운 자이살메르의 플렛홈의 기다리는 시간은 많이 지루하였다.


입석은 자리가 없으니 기차와 기차 사이에 공간이 있는데 거기에 배낭을 내려놓고 앉아 가는데 인도의 겨울철 밤 비람은 차가웠다. 졸며 깨며 배낭여행의 개고생을 실감하며 다음날 오후 1시 30분에 사막의 시작 도시 자이살메르에 내려놓는다.


여행은 기다림이라 했다. 인도 여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차여행. 그 기차는 내가 원하는 데로 오지 않는다. 성질을 낸다고 빨리 올 기차가 아니다. 다 때가 되면 온다. 인도인들은 느긋히 언젠가 올 기차를 기다린다. 그들의 진득한 기다림을 인도 기차여행에서 배운다. 여기는 인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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