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벨뷰에서 뽕데 캠핑장

탠트매고 뚜르 드 몽블랑 동그라미 그리기

by 산달림


Tmb 시작 날이다. 이틀간 묵은 샤모니 플뢰르 데 네이즈 숙소의 이불이 뽀송뽀송해서 좋았다. 2년 전에 이곳을 왔을 때는 한인숙소를 이용하였는데 이번에는 홀로 서기를 하려고 도미토리인 이곳에서 묵었다. 겨울에는 스키어들이 주로 이용하는 숙소고 여름철에는 빙벽을 하거나 트레킹을 준비하는 이들이 많이 묵는 숙소다. 프랑스 아가씨는 일찍 피켈을 준비해 서둘러 나간다. 6시 30분부터 아침식사는 시리얼과 빵 그리고 과일이 있어 넉넉히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2번 첫 버스가 7:17에 있어 시간에 맞추어 서둘러 나가니 정시에 도착한다. 숙소에 무료로 주는 버스 카드를 보여 주니 공짜다. 센트럴에 내려 레 우슈로 가는 1번 버스는 도착하기 전에 떠나는 뒷모습만 보여 준다. 1시간에 2대꼴로 배차를 하니 30여분을 기다려야겠다. 7:55분 버스로 레 우슈행 버스에는 트레커들로 만원이다. 이른 아침에 트레킹을 가는 분이 많은 샤모니다

레 우슈에서 벨뷰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면 바로 1,080m까지 순간 고도를 높일 수 있는 곳이다.

첫 운행 시간이 8시경이고 8시 26분에 출발하는 벨뷰행 케이블카를 탔다. 성인 편도 요금이 14.5유로다. 반나절이나 걸려야 올라갈 고도를 10여 분 만에 순간이동으로 1,000m에서 1,800m의 높이로 올랐다. 피켈을 준비한 이들은 이곳에서 몽블랑 쪽으로 오르고 우리는 Tmb안내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초원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작은 기차역을 지나면 본격적인 Tmb길로 접어든다.


오늘 이 길에 트레일 런 대회가 열려 길에는 표지봉이 촘촘히 꽂혀 있다. 언제 보아도 평화로운 트레일로 자연은 경이롭고 신비스럽다. 초반은 내리막 길이라 잘 걸어 주는 아내다. 큰 개울을 건너는 출렁다리를 건너고 오름이 시작되니 힘겨워한다. 10여 kg의 배낭을 최근에는 매어 본 적이 없어 어깨가 아프다고 한다. 그래도 못 가겠다고 하지 않고 꾸역꾸역 걸어 주는 게 고맙다. 늦더라고 같이 보조를 맞추며 걸어 본다. 트리콧 고개까지가 오늘 일정 중 가장 힘든 구간인데 쉬면서 올랐다.

출렁다리를 건너면서 이어지는 뚜르 드 몽블랑 길

배낭의 허리 벨트와 가슴벨트를 하지 않아 배낭의 무게가 온통 어깨에 솔려 아프다고 하더니 허리 벨트를 하고부터는 잘 걸어 준다. 1차 고비인 트리콧 고개에 서니 오늘 절반은 걸은 느낌이다. 모든 트레커가 쉬어 가는 트리콧 고개는 각구에서 온 트레커들로 가득하다. 한국에서 온 65세 고등학교 동창생 팀들을 여기서 만났다. 그 팀들은 랑보낭 산장까지 걷는단다. 산장만을 이용하며 걷는 팀이라 배낭은 박 배낭을 멘 우리보다 가볍게 매고 간다.


7월은 알프스의 진달래인 알팬 로즈가 곱게 피는 시기이다. 진달래 같이 진홍빛의 꽃은 멀리서 보면 꼭 진달래 군락지 같이 보인다. Tmb길에는 알팬 로즈와 야생화가 천상의 화원을 이루고 높이를 더한 몽블랑 자락에는 빙하가 있다. 여름과 겨울이 공존하는 Tmb길이다. 점심은 미아지 산장에서 먹기로 하고 지그재그 길을 어깨가 아프도록 걸어 내려가면 초원에는 풀을 뜯는 젖소들의 워낭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온다. 역시 알프스 자락에는 소가 있었야 제격이다.


그늘도 없는 Tmb길을 온몸으로 햇살을 받고 걸었더니 갈증이 심해 미아지 산장에서 생맥주 한잔을 들이켜니 세상에 이보다 행복할까 싶다. 땀 흘린 후 마시는 한잔의 맥주에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건 그만큼 땀을 흘려다는 증거다. 감자 오믈렛이 가장 마음에 드는 메뉴라 주문했더니 시장하던 차에 양도 넉넉해 아내도 엄지 척이다. 젖소들은 초원에 누워 한가히 되새김 질을 하고 드넓은 푸른 초원에 하늘은 코발트빛으로 색칠을 하고 손을 담그면 시릴 정도로 찬 개울물에 발을 씻고 나니 배도 부르고 알프스풍 풍경에 매료되어 여길 오길 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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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히 풀을 뜯는 젖소들 (좌) 배들 든든히 채우고 되새김질을 하는 젖소들(우)
20190706_201545.jpg 미아지 산장에서 든든히 점심식사를 하고 출발 전

느긋이 점심식사를 끝내고 트룩 산장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른 된비알을 올라야 한다. 트레일 런 대회가 있어 연신 달려 내려오는데 여성 1등이 내려온다. 날렵한 몸매에 가볍게 스치듯 지나간다. 매년 8월 마지막 주에 UTmb대회가 샤모니에서 열린다. Tmb코스 170km를 달리는 대회다. 오늘도 간혹 그 대회를 준비하는 몇몇 분을 볼 수 있었다. 걸어서는 8일 정도 걸리는 거리를 밤낮으로 달려 이틀 정도에 완주하는 대회다.


트룩 산장은 초원 위의 별장 같이 생겼다. 첫날을 여기까지 걷고 이곳에서 쉬어 가는 트레커들도 있다. 이 산장은 물을 구하기 힘든 산장이라 때로는 샤워를 할 수 없는 불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레 꽁타민으로 가는 길은 올랐던 만큼 다시 내려가는 길이다. 신장로 같은 미포장도로를 전나무 숲 사이로 내려가는 길이다. 숲길로 난 지름길을 이용해도 되고 신장로로 내려가도 나중에는 만난다.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은 트룩 산장

가파른 길을 올라오는 트레일 런 대회에 참가한 분들이 뜨거운 열기를 온몸으로 받으며 스틱질을 하며 올라온다. 누가 시켜서는 못할 일을 완주라는 성취감 하나로 도전하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당나귀 등에 배낭을 잔뜩 싣고 올라오는 학생팀을 만났다. 짐은 당나귀 등에 맡기고 올라오는 그들의 등에는 땀으로 촉촉이 젖어 있다. 한낮은 더운 Tmb의 기온이다. 레 콩타민 들어서기 전 갈림길에서 트레일 런 하는 분들이 많이 몰려 있다. 이곳을 통과하는 시간을 넘긴 Cut off로 탈락한 분들이다. 일정 지점을 지정한 시간에 통과를 해야 하는데 그 시간을 넘기면 다음 구간을 달릴 수 없다. 그게 규칙이다. 아쉬운 마음으로 다음을 기약하며 레 콩타민으로 내려간다.


시원한 에비앙 물이 흐르는 분수대에서 흐르는 물은 얼음을 녹인 물 같이 무척이나 시원하고 달게 느껴진다. 수질 하나는 최고다. 성당에는 오늘이 토요일이라 결혼식이 열렸다. 산랑 신부 가족들과 지인들이 결혼을 축하해 주는 모습은 우리네와 크게 다르진 않다. 이 마을에는 대형 마트인 카르프가 있어 오늘 저녁거리를 샀다. 구워 먹을 연어도 사고 몽블랑 수제 맥주도 샀다. 물이 좋은 곳이라 역시 맥주 맛도 최고다.

레 콩타민의 노트르담 드라고 로쥬 성당

이곳에서 퐁데 캠핑장까지는 약 2km로 그리 멀지는 않다. 산길이 아닌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라 조금은 지루한 길이다. 작은 강을 따라 걷노라면 눈이 녹은 물이라 맑고 시원하게 느껴진다. 오늘은 트레일 런이 있는 날이라 캠핑장이 그들로 초만원이다. 숙소는 만원이고 캠핑만 가능하다고 한다. 캠핑 비를 내니 잔디밭이 아무 데나 쳐도 된다고 한다. 탠트를 치는데 앞에 한국인 부부팀이 먼저 도착해 탠트를 치고 계셨다.


Tmb 2일 차로 이곳까지 오는데 2일이 걸렸단다. 워낙 많은 짐을 가지고 이동을 하기에 하루에 많이 걸을 수 없단다. 캠핑 생활의 편리함을 생각할 것인지 이동의 편리함을 선택할 것인지는 생각의 차이인 것 같다. 우리는 이동의 편리함을 생각해 가능하면 가볍고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은 빼고 불편함을 감수한다. 이건 정답이 없고 맞고 틀린 게 아닌 그들과 우리는 서로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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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데 캠핑장 입구 모습(좌) 잔디밭의 트레커 탠트들(우)

알프스의 여름밤은 늦게 찾아온다. 9시가 넘어도 밖이 훤하다. 내일을 위해서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오늘은 5성급 호텔이 아닌 수천 개의 별을 볼 수 있는 수천 개 호텔에서 잔다. 습도가 낮아 탠트 안도 눅눅하지 않아 좋다. Tmb 첫날은 생각보다 아내가 씩씩하게 잘 걸어 주어 중간에 탈출하는 불상사는 없겠다. 내일은 Tmb길을 즐기면서 걸어야겠다. 다시 걷기 힘든 길이니 땅만 보고 걷는 길이 아닌 주변 풍경을 보면서 조금 늦게 걷는 그런 길을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