탠트 메고 뚜르 드 몽블랑 동그라미 그리기
Tmb트레킹 2일 차다. 간밤에 비가 가볍게 내렸는데 아침에도 흐린 날씨다. 출발 때는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아 서둘러 아침 식사를 하고 배낭을 꾸려 6시 15분에 출발했다. 어제 트룩 산장을 내려오는 길에 Tmb 안내책을 한 권 주워 내려오는데 급히 올라오는 트레커가 있어 낌새가 이상해 뭣 때문이냐고 하니 "혹시 지도책을 보지 못했냐."라고 하여 책을 내미니 맞다고 무척 반가워 한 프랑스 노친네들이 있었는데 그들과 함께 캠핑장을 나섰다.
조용한 산길 옆에 다리 건너 노트르담 성당(Notre Mame)이다. 마을도 없는 고즈넉한 곳에 성당이 있다는 게 생경하다. 여기서부터 오름길이 시작되는데 작은 개울을 따라 걷다 보면 로마(Pont Romain) 다리를 건너게 된다. 이끼 낀 흔적으로 보아 연륜이 느껴지는 다리다. 모든 길은 로마로라고 하지만 그 시절 이 길은 목동들의 식자재 운반이나 소들의 이동 통로였을 것이다.
곧이어 랑보랑 산장. 잠시 어깨 쉼을 하려고 들렸는데 한국인 트레커들을 만났다. 대전에서 오신 일곱 분으로 산장을 이용하면서 트레킹을 하고 있단다. 물론 여행사 가이드분이 동행하고 있었다. 다들 배낭은 차량으로 다음 산장까지 보내고 달랑 배낭만 매고 걷는 분들이다.
좋은 트레킹 하시라고 덕담을 나누고 발므(Blame) 산장으로 향하는데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배낭 커버를 씌우고 우의를 입고 걷는데 안개가 자욱해 아름다운 초원을 보지 못하는 게 아쉽다. 어찌하겠는가.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 밖의 일이니 그르려니 하고 맞춰 적응해야 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도 풀밭에 소들은 대수롭지 않은 늘 있는 일처럼 열심히 풀을 뜯고 있다. 발므(Blame) 산장 처마 밑에는 비가 내리니 출발을 멈추고 기다리는 트레커도 보이고 빗속에 풀밭에는 노란 텐트가 조금은 을씨년스럽게도 보인다. 아마 텐트 철수 때를 놓친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빗줄기가 그리 강하지 않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라 우의가 거추장스러울 뿐이지 걷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가끔은 배낭을 내려놓고 먹어야 걷기에 간식으로 준비한 사과와 빵을 먹으며 걸었다.
2,329m의 본 옴므(Bon Homme) 고개로 오르는데 점점 고도를 높이니 큰 키 나무는 사라지고 넓은 초원이 펼쳐지는데 이곳이 조베평원이다. 비는 점점 가늘어지고 구름이 분주히 스쳐 지나간다. Tmb 고갯길을 오르는 오르막은 국내같이 된비알이 아니고 넓은 산만큼 지그재그로 오르기 때문에 오르막길이라도 그리 힘들지 않고 오를 수 있어 좋았다. 날씨가 좋으면 조베호수 주변을 돌아보고 올라야 하는 곳인데 비가 추적거려 그냥 올랐다. 날씨가 맑은 날은 꼭 들러 보고 올라야 할 곳이다.
점점 고도를 높여 가니 겨울에 내린 눈이 아직도 잔설이 남아 있고 이제 막 피어 나는 새싹도 있는데 양지쪽은 이름 모를 야생화가 천상화원을 만들어 간다. 함께 걷는 프랑스 트레커들은 여유 있게 농담도 즐기면서 걷는 게 우리는 목표지향적으로 걷는 것과 대조적인데 그래도 그들의 걷기 실력은 빨랐다. 체력조건이 동양인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수시로 만나는 Tmb거리 안내표지판에는 국내와 달리 거리 표시가 아니라 소요시간을 표기해 놓았다. 그 시간은 쉬지 않고 순수 걷는 시간으로 우리에겐 좀 버거운 시간이다. 1.2배로 계산해야 맞는 시간이 될 것 같다. 본 옴므 고개 오름은 멀기만 하다. 2,329m는 낮은 높이가 아니니 인내를 필요로 한다.
다행히 웃비는 그쳤는데 안개가 심하게 들락거린다. 고도가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Tmb길은 매일 한두 개의 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그 높이가 2,000m를 넘는다.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강한 바람으로 금방 체온을 보호해야 한다. 알프스의 산바람이 눈바람이라 금방 한기를 느낀다.
바람막이 겉옷을 챙겨 입고 간식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왼쪽 길로 본 옴므 산장(Croxi du Bon Homme)으로 향했다. 바위와 눈으로 미끄러운 길이다. 어떤 곳은 겨울에 내린 눈에 발이 푹푹 빠지는 곳도 있다. 이제야 여기는 해빙기이다. 6월 하순인데 말이다. 그만큼 산이 높아 봄이 천천히 오는 곳이다.
애초에는 포젯고개를 넘으면서 걸으면 조망이 좋다고 하여 다소 힘들지만 거리가 짧아 넘어 보려 했지만 안개가 진하게 몰려와 안갯속만 걸을 것 같아서 레 사삐유로 내려가기로 하고 본 옴므 산장에 도착하여 점심으로 맥주 한잔과 파스타를 주문했는데 치즈가 많은 게 한국인의 입맛에는 조금은 느끼하게 느껴졌지만 잘 걸으려면 먹어 둬야 걷기에 꾸역꾸역 먹었다. 그리 권할 메뉴는 아닌 것 같다.
진한 안개와 고산이라 춥게 느껴지는 크로와 본 옴므 산장이지만 고도를 조금 내려서니 안개도 걷히고 내리쬐는 태양이 작열하여 이제는 덥다. 알프스 Tmb길은 햇볕만 만나면 춥지는 않다.
레 사삐유로 내려서는 길은 야생화로 유명한 하늘 아래 꽃길이다. 계곡 아랫마을이 보이고 소들의 목에 걸린 워낭소리가 화음이 되어 멀리까지 들리는 우리가 생각했던 알프스 초원길이다. 스코틀랜드에서 왔다는 3명의 아가씨는 파란 하늘과 햇살, 풀밭이 마냥 좋은 듯 점프 샷도 하면서 사진 찍기 바쁘다. 역시 젊음이 좋긴 하다.
레 사삐 유는 Tmb길의 최남단으로 이제 북으로 올라가는 정점에 있는 마을로 작은 숙소와 가게가 있으며 무료 캠핑장이 있어 하루 쉬어 가기 좋은 곳이다. 가게에는 간단한 빵과 와인 등이 있을 뿐 채소류는 없으니 참고하여 준비해야 한다.
젖은 침낭과 텐트를 말리며 레스토랑에서 하우스 와인으로 목을 적셔 본다. 하루의 피로 회복에는 와인이 좋고 또한 가격이 싸서 Tmb길 내내 와인과 함께했다. 물론 더울 때는 생맥주가 최고다. Tmb 2일 차를 끝냈는데 Tmb에서는 랜턴 등이 별로 필요가 없다. 밤 10시까지는 주변이 밝고 아침은 5시만 되면 밝아 오니 밝아 울 때쯤이면 무조건 내일을 위해서 잠을 자 둬야 한다. 그래야 다음날이 편하다.
레 사피유 캠핑장 주변에는 호텔 겸 식당과 가게가 있어 심심하지 않은 캠핑장으로 식수가 있고 화장실도 있지만 무료로 운영되고 있는 조용한 캠핑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