탠트 매고 뚜르 드 몽블랑 동그라미 그리기
메종 빌(Rif Maison Vielle) 산장 가기 전 몬테 파브르 능선에 탠트를 쳤다. 주변에 큰 호수가 있는 전망 좋은 곳인데 새벽에 소나기를 동반한 강풍이 불었다. 탠트 천정이 들썩이고 날아 갈듯 펄럭이었지만 피곤했고 별 방법이 없어 그냥 눈 감고 있었는데 날이 밝으면서 바람은 잠잠해졌는데 아직 비는 내리고 있다.
야외 캠퍼 생활은 하루를 일찍 시작하기에 5시면 아침식사 준비를 하는데 비가 내려 적당히 버너를 피울 자리가 없어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6시가 되니 비가 그쳐 평소보다 1시간 늦게 식사를 준비하였다. 출발도 늦어져 7시 15분에 출발이다.
아직은 흐린 날씨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란 생각에 길에 나섰다. 오후만 되면 피곤이 몰려 오지만 밤을 보내고 나면 다시 활력이 생기는 아침이다. 밤은 새로운 힘을 샘솟게 하는 재충전의 시간이다. 아직도 잔설이 많이 남아 여름 속에 겨울을 느낄 수 있으니 묘한 느낌이다. 여름에 겨울을 맛보고 겨울에는 여름을 맛보면 괜히 호사스러운 생각이 든다.
건너편 산 골짜기에는 빙하가 흘러내려 마치 사막 같이 보이는데 아래는 호수가 있다. 그게 빙하가 녹아 흘러내린 호수다. 이탈리아의 최북단 쿠르마이유 가는 길은 몬테 파브르 능선을 따라 가면 메종 빌 산장으로 이어진다. 그곳에는 겨울철 스키어를 위한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고 TMB길은 우측으로 내려선다.
방목하는 말들은 다리가 유난히 길게 보이는데 사람을 따라 같이 메종 산장에 도착했다. 막 문을 열 준비를 하는데 주문이 된단다. 전망 좋은 이곳에서 모닝커피를 한잔씩 마셨다. 아침이라 아직은 쌀쌀해 따뜻한 커피가 제격이다. 여름철 알프스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통상 1,000m가 넘는 길을 걷다 보면 여름 더위는 저 멀리 사라지고 더위를 거의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쿠르마이에유로 내려서는 길은 상당히 급경사 길로 지그재그로 내려서면 이탈리아의 샤모니로 불리는 쿠르마이에유다. 알프스풍 건물이 인상적이고 깨끗하다는 느낌이 든다. 여기서 샤모니까지는 버스로 불과 50분 정도의 거리로 알프스 산맥을 프랑스와 이탈리야가 터널을 뚫어 연결시켰다.
시간이 부족한 트레커들은 이곳에서 샤모니로 돌아가기도 하는데 여기를 지나면 못 먹어도 '고!'라고 Tmb종주를 해야 한다. 여기는 연료와 식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Tmb는 중간중간 마을을 지나는 곳이 있어 식량과 연료를 많이 매고 가지 않아도 된다. 쌀을 비롯한 채소와 과일 그리고 싼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살 수 있고 그간 그리웠던 한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어 기분이 좋아진다.
작은 마을을 둘러본 후 버스터미널 뒤쪽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가 오랜만에 스테이크를 주문해 영양보충을 하고 베르토네 산장으로 오르기로 했다. 쿠르마이유가 Tmb 중에는 낮은 지대라 고도를 많이 높여야 하는 구간으로 땀을 좀 흘려야 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쿠르마이에유는 알프스 산맥으로 둘러 싸여 있으며 해발 1,200m의 높이에 위치하고 있어 여름에는 기온이 서늘해 피서지로 즐겨 찾고 겨울에는 적설량이 많아 스키를 타는 이들이 즐겨 찾는 인구 2,000명이 사는 휴양도시다. 몽블랑 남벽을 초등 한 유명한 산악인 에밀 레이 동상이 가이드 박물관 앞 광장에 자리하고 있으며 산악박물관으로도 사용되는 산악마을이다.
여기서 베르토네 산장으로 가는 길을 고행의 길로 숲길을 걷다가 점점 가파른 된비알을 2시간 넘게 걸어 올라야 하는 힘든 길이다. 힘든 만큼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쿠르마이에유 마을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베르토네 산장에 도착해 갈증을 풀려고 마시는 생맥주가 가슴까지 시원함을 전해준다. 주변에 탠트를 칠 수 있느냐고 하니 여기는 2,000m이고 2,500m부터는 탠트 설치를 해도 된다고 한다. 산장 위로 올라 전망 좋은 나무 아래 탠트를 치고 이른 저녁으로 아껴둔 라면으로 저녁식사를 끝냈는데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오더니 'No Tent'라고 하며 탠트를 철거하라고 한다.
무슨 말이냐고 하며 탠트 허락을 받았다고 하니 그분은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고 우리는 이탈리아어를 모르니 의사소통이 되지 않고 막무가내로 철거만 이야기하니 더 이상 대화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공원관리인이냐고 따지니 그도 아니란다. 그러면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바꾸어 준다. 그는 공원 관리하는 분으로 상황을 설명해 주는데 탠트는 칠 수 있는데 오늘 저녁에 많은 비와 천둥 번개가 치는 예보가 있으니 이곳은 위험하니 산장에서 자라고 한다.
비는 문제가 없다고 하니 낙뢰가 있으니 위험하다고 한다. 자신은 베르토네 산장의 주인이라고 한다. 그래서 버티어 볼 심산으로 돈이 없다고 하니 그건 걱정 말고 Free란다. 더 이상 버티는 것도 예의가 아니고 호의를 무시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 탠트를 철거하여 정리하고 그를 따라 베르토네 산장으로 내려오더니 직원을 불러 1층에 있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방으로 안내해 준다.
그 산장 주인은 번개를 동반한 비가 예보되어 있으니 우리를 배려하여 베푼 호의를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서로 오해를 한 것이다. 오랜만에 탠트가 아닌 침대에 자는 맛도 그리 나쁘진 않다. 저녁은 먹었고 와인으로 4일 차 Tmb 트레킹을 보낸다. 이곳에는 오랜만에 wifi가 되어 그간 안부를 전하는 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