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달리기 축제가 열리는 팜플로나

까미노에서는 단순하게 살아도 돼.

by 산달림

3일 전에 산티아고 까미노 길을 걷기 위해 출발지인 생장으로 가기 위해 들렸던 도시 팜플로나를 3일 만에 다시 걸어서 찾아간다. 버스로는 불과 3시간도 걸리지 않는 길을 걸어서 3일 만에 다시 간다. 빠름 빠름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까미노 길은 효율성이나 능률성, 생산성에는 너무나 뒤 떨어진 길 위에 순례자지만 예시 당초 그런 걸 원했다면 까미노 길에 서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를 보고 내 마음을 읽기 위해서는 이런 느림의 길이 필요하고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한걸음 한걸음이 필요한 이유 이리라. 오늘도 새벽 5시 40분에 출발했지만 에스파놀 순례자는 혼자서 빠르게도 앞서 길을 재촉한다. 순례길은 남과 경쟁하는 길은 아니다. 자기의 속도로 걸으면 되고 굳이 이 길에서 뒤 처지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빨리 걸을 이유는 없다.


팜플로나로 가는 옛길을 따라 가면 만나는 유서 깊은 아르(Arre) 다리


아르 가강(Rio Arga)을 따라 순례길은 이어지면서 새로 생긴 아르가 강을 따라 걷는 새로운 하이킹 길 안내판이 있지만 옛 순례길을 따라 우측 길로 접어들었다. 산길로 조금 오르다가 마을을 지나 고갯길을 넘으면 중세에 만들어진 다리를 건너니 팜플로나 전 큰 마을이 나온다. 아침에 서둘러 나오느라 맨 처음 만나는 바르에서 식사를 하여야 한다. 문이 열린 빵집에 들어가니 출근길인 그들도 이곳에서 커피 한잔과 빵 몇 조각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그들과 같은 메뉴로 식사를 하고 간식으로 바케트 빵을 하나 사서 배낭 옆에 끼우니 무슨 막대기를 꽂아 놓은 것 같이 빵의 길이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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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가로수 전정이 특별한 거리(좌) 만화에 나오는 고성 같은 성당(우)


길은 플라타너스 터널을 따라 팜플로나 시내로 접어든다. 3일 만에 보는 도시가 이색적이고 왠지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 길에서는 자연이 좋다. 큰 상점에서 점심 먹거리를 사서 공원 벤치에서 쉬면서 먹고 다시 배낭을 들려 메었다. 30여 일 정도 걸리는 순례길을 잘 걸으려면 배낭의 무게가 10kg를 넘기면 그야말로 생고생을 한다. 그래서 깃털같이 가볍게 배낭을 꾸려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한번 배낭을 메면 통상 2 ~ 3시간은 쉬지 않고 걷는다. 등산과는 예시 당초 다른 것이다.


팜플로나 고성으로 가는 다리로 아치가 돋보임


공원의 잔디가 잘 가꾸어져 있고 잔디밭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이 많다. 잔디밭에 출입금지란 팻말은 어디에도 없는 게 부럽다. 공원이 끝나고 중세에 지어진 막달레나 다리 건너 높은 성벽을 따라가면 '프랑스 문'이라는 성문으로 들어 서니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심으로 이어진다. 유서 깊은 성당 앞에서 잠시 다리를 쉰 후 카미노 길을 따라 걸으니 나바라대학교를 지나게 된다. 조경이 잘 가꾸어진 대학이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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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레자 준비물품들(좌) 팜플로나 기념품 가게(우)


복잡한 도심을 빠져나오니 마음이 편하다. 순례길을 걷는 동안 문명과는 멀리 하고 싶다. 점심은 팜플로나 큰 가계에서 구입한 빵과 과일로 노란 유채꽃이 활짝 핀 언덕에서 먹었다. 앞에는 나바라대학의 기숙사가 있어 점심 장소로는 명당자리다. 시수르 메노르 마을에는 알베르게가 2개나 있지만 시간이 일러 다음 마을까지 걷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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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배낭에는 조가비를 달고 간다.(좌) 팜플로나 고성의 프랑스 문(우)

주택가를 지나니 지금껏 보지 못했던 끝 간 데 없는 넓은 들판을 처음 마주 했다. 끝없는 밀밭은 불어오는 바람에 일렁이니 마치 바다에서 파도가 치는 것 같다. 초록의 향연 밀밭 들판 사이로 난 순례길을 걸어가니 이번에는 노란 유채꽃 들판이다. 그 유채꽃 사이로 폐허로 버려진 성당과 겐둘라인 유적이 유서 깊은 곳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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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곡장지대인 스페인의 밀밭(좌) 유채밭과 폐허의 켄둘라인 유적지(우)


쥬비리에서 만났던 대학생팀을 여기서 다시 만나 까미노 길을 걷는 이유를 들어 보았다. 젊은이들이 공통으로 겪는 군 입대와 미래에 다한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청춘들이었다. 시에스타 시간이라 그늘 한점 없는 스페인의 불볕더위를 피해 잠시 쉬었다가 사리케에구이 마을에 들어서니 2개 있는 알베르게가 1개는 문을 열지 않아 침대가 3개밖에 남지 않아 대학생 1명을 바닥에 엑스트라 메트를 깔고 자기로 하고 알베르게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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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살인적인 더워를 그늘하나 없이 온몸으로 받으며 걷는 순례길


그 후에 온 순례자는 어쩔 수 없이 5km가 넘는 다음 마을로 올라갔다. 순례길에서 가장 힘든 일은 알베르게가 Full이란 팻말이 붙었을 때다. 그때는 다음 마을까지 걸어야 하는데 그곳에도 침대가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 생각의 집중이 힘든 고단한 길이 된다. 그래서 일찍 출발하여 걷고 늦지 않은 시간에 숙소인 알베르게를 잡아야 한다. 까미노 길에 서면 생각이 단순해진다. 걷는 것, 먹는 것, 자는 것 외에 다른 많은 생각을 않기로 했다. 단순하고 간결하게 살아도 성취감이 있고 행복감을 느끼는 순례길이다. 오늘도 26km를 잘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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