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운영하는 알베르게 로르카

용서의 언덕을 넘으며 용서를 생각

by 산달림


외국 여행을 하다 보면 타국어로 대화를 마음대로 하지 못할 때 답답함을 느낀다. 일면식이 없는 분이라도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친해지며 수다를 풀어놓게 된다. 하물며 지구 반대편인 스페인 땅에서 그것도 순레 길에서 무심코 들린 알베르게가 한국인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숙소라 그 반가움은 몇 배 더했다. 순례길에서 그런 행운이 있었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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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길을 나설 대 만난 하늘의 초승달(좌) 아직은 어슴프레한 새벽풍경(우)


출발 때는 사방은 어두움 속이다. 여전히 아침 바람은 차갑게 느껴져 5월 초임에도 바람막이 옷을 입고 페르돈 산을 오르면 그곳에는 제일 먼저 만나는 서풍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머리를 돌리고 있는 중세 순례자 상이 반겨 준다. 이 조형물들은 '96년 '나바라 카미노 친구들 연합'에서 세운 것이다.


이 '용서의 언덕'을 지날 때는 용서란 단어가 자연스레 묵상의 주제가 된다. 용서란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감정과 태도의 변화를 통한 의도적이며 자발적인 과정이며 쌓여가는 공격적인 마음을 가지고 복수와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버리는 것이다.라고 정의한다.


용서의 언덕에서 만나 중세 순례자의 상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본의든 의도하지 않아도 상대방에서 크든 작든 불편하고 힘들게 할 수도 있다. 무심코 던진 작은 돌멩이에 개구리가 맞으면 죽듯이 말이다. 그간 살아오면서 혹여나 마음에 상처를 준 적은 없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었다. 내가 용서하지 못한 일은 어떤 것이며, 용서하지 못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내가 용서를 빌어야 할 일은 무엇이며 누구에게 용서를 빌어야 했을까?


풍력발전기가 윙~ 윙~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언덕에는 새벽바람이 차갑게 느껴진다. 멀리 보이는 마을에는 아직도 가로등이 켜져 있는 여명의 시간이다. 언덕 위라 바람이 모질게 분다.


우테르가로 내려가는 길은 걸어서 가는 순례자는 계단을 통해 내려가고 자전거 순례자는 오른쪽 길로 우회해서 내려간다. 이곳도 노란 유채밭과 밀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두 번째 만난 알베르게는 건물도 깨끗하고 나무관리도 잘하는 수영장도 있는 곳으로 하룻밤 쉬었다 가고 싶은 곳이다. 다음 마을인 무루사발에는 마을 입구에 성 야고보 상이 순례자를 반겨주고 선 에스테반 교회가 있고 중앙 광장에는 식수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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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문장이 세겨진 집들(좌) 순례길을 알려 주는 가리비(우)


오바노스 마을은 좁은 골목으로 양 옆으로는 오래된 집들이 예사롭지 않는데 낡았지만 건축물이 중후한 게 집집마다 가문의 문장이 돌에 새겨진 것을 보면 귀족의 집이 었음 알 수 있다. 오바노스 마을을 벗어나면 아라곤 루트와 나바라 루트 까미노 길이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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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순례자 동상 지팡이와 물을 담는 표주밧이 인상적(좌) 아라곤 루트와 나바라 루트가 만나는 삼거리길(우)


아침에 서둘러 나오느라고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가게에 들려 먹거리를 사서 여섯 개의 아치를 가진 레이나 다리는 일명 "왕비의 다리"로 부르고 있는데 산초 3세의 부인인 도나 마르요를 기리기 위해 '왕비의 다리'라 한다. 점점 늘어나는 순례자의 안전한 통행을 위하여 로마네스크 양식의 아름다운 다리를 건설하도록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의 풍경도 아름다워 아르가 강가에서 주변도 둘러보고 쉬면서 간식을 먹고 출발하였다.


레이나 다리 일명 "왕비의 다리"


가는 길에 한국분을 만났는데 전직 고등학교 교감선생님으로 홀로 카미노 길을 걷고 계시는 분이었다. 전날은 한국 낭자들을 만나 밥을 해 먹었는데 오랜만에 입에 맞는 음식을 먹었다고 하시며 다음번엔 시어머님 간병으로 함께 걷지 못한 아내와 함께 꼭 이 길을 걸어 보고 싶다고 하셨다. 까미노이기에 서면 절로 가족 생각과 집 생각이 나게 하는 순례길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다음엔 아내와 이 길을 걸어야겠다.


오늘의 목표인 로르카에 들어가기 전 중세에 지어진 다리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유럽 순례자들이 아예 신발을 벗고 살라도 강( rio Salado)에서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힌다. 스페인의 낮 기온이 점점 올라간다. 마음은 강물에 발을 담그고 쉬고 싶지만 늦기 전에 알베르게를 잡아야 하루가 끝나기에 무거운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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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나무(좌) 끝없이 넓은 밀밭(우)


로르카에 도착해 알베르게에 들어서는데 낯익은 한국말을 하는 아주머니가 있다. 처음엔 그분이 순례자인 줄 알았는데 그분이 이 알베르게의 안주인이고 남편이 에스파니아인 호세란 분이었다. 먼저 한국분 만나 반갑다고 하면서 웰컴 음료로 시원한 맥주를 한잔 따라 주신다. 역시 갈증 해소에는 맥주만 한 게 없다. 숨도 안 쉬고 원샷으로 한잔 들이켜고 나니 숨쉬기가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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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르카 들어서 서기 전 만나는 중세 다리 옆모습과 아치로 된 오름길


이런 낯선 땅에서 우연히 한국분을 만나니 그리도 반갑다. 침대도 편하고 전망도 좋은 곳으로 주시고 세탁기도 공짜로 쓰라고 하신다. 작은 호의지만 그런 착한 마음 씀씀이가 고맙고도 감사하다. 동양인의 정서는 딱하니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챙겨 주는 그 마음이 있어 좋다. 저녁 식사도 스페인 음식인 감자요리인데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조리해 주어 맛있게 잘 먹었다.


한국인 안주인이 게시는 알베르게 로르카


우리 방은 4인실인데 에스파니아인 한분 빼고는 모두 한국인이다. 그때 마침 산티아고에 도착하면 들릴 한인 민박집에서 카톡이 왔기에 이야기했더니 전화 통화하고 싶다고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한다. 그래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나 보다. 오늘은 한국인들의 정을 듬뿍 받아 마음이 따뜻하고 편안한 밤이다. 부지런히 걸어 26Km를 걸었다. 걸은 길의 거리에 집착하는 나를 본다. 습은 하루네 내려놓을 수 있는 게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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