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샘 로스 아르꼬스

너와 나는 다른 게 당연해

by 산달림


카미노 길을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어제저녁에 한국인들과 한식에 가까운 저녁식사를 하면서 순례길에 을 걷는 이유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구는 새로운 출발을 위하 준비의 마음으로, 누구는 인생의 후반을 정리하는 기회로, 반복되는 일상에 나를 찾기 위해 이 길에 선 사람도 있다. 그 기분이 아침까지 이어지는 여명의 상쾌한 출발이다. 제법 쌀쌀하게 느껴지는 시간이라 바람막이 겉옷을 입고 걸어도 땀이 나지 않는다. 4.9km를 걸어 비 야투 에르타를 들어서며 중세 다리를 건넜다.


아란수 강을 건너는 비 야투 에르타 중세 다리

주변이 점점 밝아 오는데 길가 당나귀에게 먹이를 주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그분은 당나귀 주인도 아니면서 열심히 먹이를 주려고 하는 모습이 당나귀 바보 아주머니 같이 보인다. 앞에 가는 젊은 남녀가 걷고 있는데 아가씨 순례 배낭에 인형을 넣고 걷는다. 사실 카미노 길은 무게와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데 인형을 넣어 가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해야 하나? 좋아하는 물건의 무게를 감내하고 즐기는 건 뭐 딱히 나무랄 일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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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른 아침에 당근으로 당나귀 먹이를 주는 아주머니(좌) 배낭에 마스코트를 넣어 다니는 여성 순례자(우)

세상의 사물을 나만의 관점으로 보지 말고 상대의 눈으로 보면 이해가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식사가 끝나면 바로 설거지를 해야 한다는 나와 차 한잔 하고 치우자는 아내가 있다. 10분의 차이로 다툼이 있다. 바로 설거지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보이는 일은 빨리 해치워야 직성이 풀린다. 아내는 차 한잔 하고 설거지하면 뭐가 덧나냐고 항변한다. 매번 다퉈도 습관은 바꾸기 힘든다. 그렇게 아웅다웅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서로 다름은 인정한다.



에스테야에 접어드니 양지쪽에 순례객 일행들이 둘러 모여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대부분 이른 여명에 출발하니 식사를 하지 못하고 출발해서 적당한 장소가 있으면 그곳에서 행동식으로 식사를 하기도 한다. 우리도 어제 빵을 챙겨 두었다. 출발할 때 조금 먹어 두었기에 조금 더 걸어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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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테야 에가 강(좌) 에스테야 성문(우)


에스테야는 인구 1만 5천의 작은 도시로 베네토 수도원이 있고 17세기 지어진 산타 클라라 수녀원이 있다. 가는 길이 바쁜 이른 시간이라 그냥 통과한다. 로터리를 지나 마을을 통과하면서 양지쪽 공원 벤치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빵과 우유 그리고 사과와 바나나로 아점 식사를 한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왠지 배낭이 가볍다는 느낌이다. 작은 배낭 무게가 애민 해지는 순례길이다.


두 갈래길로 갈라 지는 왼쪽이 와인의 샘으로 가는 아라체 수도원으로 가는 길 오른쪽 도로를 따라가는 좀 빠른 길


마을을 빠져나가면 두 갈래의 길로 갈라진다. 오른쪽 길은 좀 빠른 길로 차도와 연접해서 걸어야 하고 왼쪽 길을 한적하며 아라체 수도원과 '와인의 샘'을 들렀다 가려면 왼쪽 길을 잡아야 한다. 대부분의 순례자는 다소 멀더라도 '와인의 샘'을 들려 간다.

보데가스 이라체 와인 회사에서 설치한 "와인의 샘"

아라체 수도원은 나바라에서 가장 오래된 순례자를 위한 병원이 있던 곳으로 지금도 지나가는 순례자를 위해 이곳의 '보데가스 이라체' 와인 제조회사에서 포도주와 식수를 준다. 왼쪽 수도꼭지는 와인이 나오는 수도꼭지고 오른쪽 수도꼭지는 식수가 나오는 곳이다. 거기에는 "산티아고의 힘과 활기를 가지고 도달하고 싶은 이에게 여기 있는 포도주 한 모금이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다." 란 글귀가 깄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많은 순례자들이 포도주를 마시기 위해 기다고 있었다. 앞서간 순례자들이 와인을 많이 받아 갔는지 포도주는 나오지 않고 샘물만 나와 포도주는 마셔보지 못하고 출발하였다.


아라체 수도원을 지나고 주택단지를 지나서 운동시설 지구를 지나면서 Bar가 있기에 어깨도 쉴 겸 해서 들렸다. 카미노 길에서 여자들이 가장 불편한 게 화장실이라고 한다. 순례길에는 공중 화장실이 거의 없다. Bar를 만나면 화장실을 가기 위해 들려 더위도 식히고 떨어진 당을 보충하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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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밭 위로 멀리 병풍처럼 바위산이 막고 있는 저 산은 넘지 않는다.(좌) 도로 아래 굴을 지나는 순례자(우)

멀리 산꼭대기기에 성이 보인다. 그 뒤로 산이 병풍을 두른 듯 길게 이어진다. 그 산 아래로는 밀밭과 유채밭의 풍경에 잠시 피로를 날려 보낸다. 봄철인 5월의 순례길은 푸른 밀밭과 노란 유채 밭이 있어 순례길이 더 아름답고 눈이 즐겁다. 거기다 아침저녁은 쌀쌀하고 한낮에는 덥지만 그런대로 견딜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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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마요르 데 몬하르딘 입구에 있는 '무어의 샘' (좌) 산 꼭대기에 에스테반 성의 유적(우)


비야 마요르 데 몬하르딘에 도착하니 정오로 점심식사 시간이다. 해발 650m 지대에 있는 주변 풍경이 아름다운 마을인데 12세기 건축물인 산 안드레스 사도 성당이 무척 고풍스럽게 느껴지고 몬하르딘의 정상에 우뚝 선 산 에스테반 성의 유적이 특별나다. 그 시대 저 산꼭대기에 어떻게 돌을 날라 성을 쌓았을까? 무척 힘든 노역이 있었을 것 같다.


점심은 Bar에 들어가서 간단히 먹었다. 고민스러운 건 지금까지 걸은 길은 18.7km고 다음 알베르게는 12.4km를 더 걸어야 로스 아르꼬스(Los Arcos)까지 걸어야 한다. 피로하지 않게 허루 거리를 25km를 넘기지 않으려고 했는데 같이 걷고 있는 분은 오늘도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알베르게 들기는 이른 시간이고 그곳까지 걷기에는 부담스러운 거리다. 그런데 어제 로르카에서 같은 알베르게에서 함께 잣던 대학생은 다음 알베르게 까지 가겠다고 먼저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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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기 건축물인 산 안드레스 사도 성당(좌) 유채꽃과 밀밭이 어울리는 스페인 시골 마을(우)


고심 끝에 걷겠다고 하여 그늘에서 쉬었다가 출발했다. 오늘따라 오후의 햇살이 강하게 내려 쪼인다. 그리고 여기서 로스 아로꼬스까지 12.4km 구간은 중간에 마을이 없다. 스페인의 5월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걷는데 그늘은 한점도 없다. 다행한 것은 여러 팀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걸을 수 있어 심심하지 않게 걸을 수 있었다.


주로 들판을 지나는 길로 완만한 내리막길이라 걷기는 좋았다. 끝없는 밀밭길을 걷고 또 걷고 있는데 앞에는 지친 동양인 여자애가 혼자 걷고 있는데 배낭 메이커를 보니 코오롱이다. 배낭끈이 늘어져 엉덩이 아래까지 배낭이 축 쳐져 있고 많이 지쳐있어 몹시 걷기 힘든 모습이었다. 동포애가 발휘되어 배낭끈을 당겨 배낭의 무게가 아래로 처지지 않게 해 주고 걷는 모습이 힘들어 보인다고 하니 발바닥에 물집이 잡혀 걷는 게 힘든다고 한다.

까미노 길 순례길 신발에 장식한 꽃


순례길에는 이런 긴 거리에 마을이 없으면 이동 푸드트럭이 있다. 여기도 역시나 널찍한 공터 옆에 있다. 트럭이 있고 그늘막도 쳐져 있고 음료와 간식거리를 팔고 있다. 길 위의 작은 카페에서 쉬어갈 참으로 빈 의자에 앉아 비야 마요르 데 몬하르딘에서 산 맥주를 마시고 있으니 주인장이 물건을 사 먹지 않으면 자리에 앉을 수 없다고 한다. 인심이 좀 사나운 곳이다. 커피 2잔을 주문하고 쉬면서 물집 잡힌 그 아가씨 발을 치료해 주었는데 손양이라고 혼자 카미노 길을 걷고 있다고 하였다.


길 위의 작은 카페 이동식 트럭


양털로 물집 잡힌 곳을 감아 더 이상 물집이 잡히지 않게 감싸주고 다시 출발할 때는 함께 걸었다. 배낭끈을 당겨주니 훨씬 걷기가 편하단다. 배낭을 멜 때는 끈이 길어야 메기 쉬운데 그대로 메니 배낭이 쳐진다. 배낭을 멜 때는 맨 상태에서 배낭끈을 당겨 등에 밀착되도록 바짝 당겨 주어야 한다. 로스 아르꼬스까지는 6km 정도를 더 걸어야 했는데 점점 피곤하다. 오늘은 31km를 넘게 걸야 한다.



화사한 봄꽃길을 걷는 로스 아르 꼬스 가는 순례길


가는 길에 단체로 걷는 이들은 브라질에서 온 순례자들이다. 화장실이 없으니 여자 순례자들도 길 옆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하고 온다. 로스 아르꼬스(Los Arcos)에 들어서니 공립 알베르게는 벌서 Full이란 표시가 붙어 있는데 옆에 사설 알베르게가 있다며 소개를 해 준다. 잠자리를 해결할 수 있어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그곳은 Cass de la Abuela 알베르게다. 손양과 같이 3명이 찾아가니 침대가 아직은 여유가 있다. 이곳엔 주방이 있어 쌀과 호박, 감자, 고추를 사서 된장국을 끓여 오랜만에 쌀밥으로 넉넉히 먹었다. 조금 있으니 청주에서 오셨다는 전직 상업학교 선생님이 오셨다. 남은 밥이 있어 같이 먹자고 했더니 사양을 하신다.


햇살이 좋아 빨래를 하니 금세 뽀송뽀송 말라간다. 스페인은 습도가 낮고 햇살이 강해 빨래 말리는 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식사 후에는 손양의 발바닥에 난 5백 원짜리 동전만 한 게 커진 물집을 치료해 주었다. 바늘에 실을 꿰어 물집을 통과시킬 실에 후시딘을 뜸뿍 발라 물이 빠져나오고 후시딘이 물집 안에 들어가 세균의 감염을 막아 자고 나면 붙어서 걷는데 불편이 없을 것이라 했다.


로스 아르꼬스의 산타 마리아 광장의 순례자와 마을 사람들

저녁식사 후에도 시간이 많이 남아 마을을 둘러보는데 산타 마리아 광장에는 순례자들과 주민들이 와인과 맥주를 을 마시면서 왁자 지껄 떠드는 게 사람 사는 냄새나는 곳이다. 어디 가나 마을마다 있는 성당 또한 고풍스럽다. 이런 광장은 늘 만남의 장소가 되는 이곳의 문화이고 한국의 주막거리 같은 곳이다.


오늘은 31km를 넘게 걸었더니 좀 피곤하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해가지니 기온이 뚝 떨어져 춥게 느껴진다. 카미노 길 6일 차가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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