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군을 지나 정통 프랑스 길

모자간의 사랑 싸움

by 산달림

오늘 걸을 거리가 31km라 서둘러 어둠 속에 출발을 하였다. 안개가 자욱한 몽한적인 분위기인데 마을을 벗어 나니 어둠 속에 길을 찾는 게 힘든다. 앞서 걷는 순례자의 불빛을 따라 걸으니 많은 도움이 된다. 혼자라면 새벽에 출발할 때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모라티노스의 새벽 알베르게


3.3km 떨어진 모라티노스 마을에 도착하니 알베르게만 훤히 불을 밝히고 있다. 어제 늦게 테라디요스에 도착한 순례자들은 알베르게가 만실이 되어 다음 마을까지 걸어갔는데 이곳까지 걸었다고 한다. 이 마을을 벗어나니 맑은 날을 예고하듯 안개가 짙게 깔려 카메라가 축축할 정도로 습도가 높다. 어두울 때는 함께 걷다가 날이 밝아오니 발걸음이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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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 분위기 속의 이른 아침 안개속에 카미노 길을 걷는 것은 축복


산 니콜라스 델 레알 카미노 마을에 도착하니 날이 밝아 오고 앞서 가는 분들의 모습이 낯익다. 산토 도밍고로 들어올 때 헤어졌던 경찰청팀들 4명으로 어제 테라디요스에 늦게 도착하여 침대를 구하지 못해 모라티노스에 자고 아침에 일찍 출발했다고 한다. 역시 구면이라 그간 일어난 일들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걸었는데 그 사이 여자분들의 걸음이 늦어 많이 뒤 쳐져 있다.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감상하는 느낌


그분은 뒤에 오는 일행은 기다린다고 헤어지고 사아군으로 향했다. 사아군은 레온 주에서 첫 번째로 만나는 큰 도시로 오랜만에 기차가 지나는 철길을 건넜다. 그간 기차를 만난 게 순례길을 걸으면서 처음인 것 같다. 작은 빵집에 들어가 빵 2개와 밀크커피 지인은 콜라를 골랐다. 근데 여기선 콜라가 커피보다 비싼 스페인의 물가다. 그리고 싼 건 우유값. 1L짜리 우유 한통을 사서 나누어 물통에 담고 물을 마시고 싶을 때 마시면 갈증도 해소되고 배가 든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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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많이 사용하는 사하군의 집(좌) 카미노 길의 절반을 지나는 사하군의 순례자들(우)



사아군을 벗어나니 길은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전통 프랑스 길을 걷는 것과 옛 로마 도로를 걷는 길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 길은 만실리아로 가는 길로 중간에 순례자 쉼터가 있기는 하지만 인가가 없는 길이라 잘 선택을 하지 않는다. 우리도 라네로스로 가는 전통 프랑스 길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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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군의 수도원 입구(좌) 산티아고 순례길의 절반표시 동판(우)


함께 걸으며 향후 자동차는 엔진이 아닌 전기자동차로 바뀔 거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많이도 변해질 자동차 문화를 생각했다. 찻길 옆을 걷는 순례길로 아직 그리 크리 않은 프라타너스 길을 걷는데 그늘을 기대하기는 어려 웠다. 온몸으로 햇볕을 받으며 직선으로 된 길을 걷는데 조금은 지루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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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노래하는 다리(Puente de canto)를 건너면 오른쪽의 그림과 같이 왼쪽길은 정통 프랑스길이고 오른쪽 길은 로마길


라네노스를 앞두고 부지런히 걷는데 퇴직을 한 지 7년이 되었다는 한국분을 만났다. 그분은 오늘 아침에 사하군을 출발 라네 로스까지 걷는다고 했다. 천천히 자기 속도에 맞추어 걸어도 좋은 길이 까미노 길이다. 그분은 서울의 모 여고 교감선생님으로 퇴직하시고 카메라에 취미를 붙여 사진 찍는 걸로 취미 생활을 하는데 이번 산티아고 길에는 아드님이 비행기표를 끊어 주셨고 경비도 보태 주셨단다.


그림 같이 예쁜 집 앞의 유채꽃은 노랑물을 들인 듯 노랑빛을 더한다.


마침 오늘이 가톨릭의 축일이라 마을에서 퍼레이드가 있었는데 한발 늦어 행열의 후미만 잠시 볼 수 있었다. 공립 알베르게는 14시에 문을 연다고 하는데 벌써 많은 순례자가 배낭으로 줄을 세워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한국분이 제일 많다. 특이하게 모자팀이 2팀이다. 어머님의 성지순례길을 아들이 함께하는 착한 아들들이다.

오후 2시에 알베르게 문을 여는데 30분의 여유가 있어 가게를 다녀오니 벌써 문이 열렸고 우리 배낭만 외로이 나뒹군다.


프라타너스 아래로 걷는 순례길은 오른쪽의 찻길과 나란히 한다.
엘 부르고 라네로의 공립 알베르게 흙벽돌과 밀짚을 섞은 흙반죽으로 지은 알베르게


이곳 알베르게는 지역 건축 방식대로 구하기 쉬운 벽돌 및 밀짚을 섞은 흙 반죽으로 지어진 알베르게로 호스피탈레로 가 관리하는 곳이며 인기가 있어 빨리 순례자가 만원이 되는 곳이다. 주방이 있어 오랜만에 밥을 짓고 된장찌개도 끓여 오랜만에 한식으로 식사를 하니 뱃속이 편하다. 이제 한식이 슬슬 그리워지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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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을 걷는 순례자들 (좌), 벽돌과 밀짚으로 지은 이곳의 성당 (우)


이곳 공립 알베르게는 26명이 정원인 작은 알베르게라 금세 만원이 되는데 26명 중에 10명이 한국인이라 하니 대단하다. 며칠 전 17km의 긴 직선 길을 함께 걸은 산타할아버지를 닮은 그분도 오늘 여기서 다시 만나니 많이 반갑다. 그분은 카메라도 니콘 D-80을 메고 다니는데 프로는 아니고 취미 삼아 찍는다고 했다. 카메라 무게를 무릅쓰고 용케도 잘 메고 다니신다.


한적한 엘 부르고 라네로의 거리 풍경


한국에서 엄마와 함께 걷는 군대 다녀와 복학을 기다리면서 같이 걷는 모자팀에게 순례길이 걸으니 정이 돈독하고 좋지요 했더니 "하루에 12번도 더 싸워요." 하신다. 작은 의견의 충돌은 있지만 싸우기야 하겠나 만 먼길을 힘들게 걷다 보니 크고 작은 의견의 충돌을 있기 마련인가 보다. 그게 다 정이 듬뿍 든 사랑싸움이 아닐까?


늦은 저녁식사를 든든이 하고 빨래를 해서 널고 샤워 후 마을을 둘러보았다. 여기는 돌과 나무를 구하기 힘든 지역이라 대분분의 건축물은 벽돌과 밀짚을 섞은 흙반죽으로 지은 집이다. 건축물은 가까이 있는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기본인 듯하다.


탠트로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 탠트와 옆은 개 탠트


늦게 알베르게로 온분들은 식당 마룻바닥에도 자고 탠트를 가지고 온 순례자는 건물 밖 풀밭에 탠트 치고 자는 순례자도 있다. 개와 함께 순례길에 오른 순례자는 개 탠트를 쳐서 개가 탠트에 자게 해주는 지극정성 개 바보 사랑 순례자도 있다. 이제 절반을 통과하여 남은 거리가 332km 정도 남았다. 레온이 가까운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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