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자의 가장 큰 불편
"그래도 보호자 동반하고 오셔야 해요."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 예약을 할 때 병원 원무과 직원이 당부하듯 내게 말했다. 입원 시 항상 요구되는 보호자 대동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한편으로 만약의 경우를 위해 책임을 질 누군가가 필요할 거라는 사실에는 수긍을 한다. “병원비 때문이거나 뭔가 잘못되면 책임질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겠지.”
부모님도 남들보다 일찍 여의고 유일한 가족인 언니마저 멀리 외국에 사는 나는 이 한국땅에 그야말로 혈혈단신이다. 부모를 비롯해 남편, 자식, 건강, 돈, 등등 내게 없는 게 많지만 평상시에는 돈 버는 능력이 없음을 가장 아쉬워하지만 혼자라 부양이 가족 없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고 산다. 하지만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을 때마다 보호자 동행 문제로 고민에 빠진다. 요즘은 대형 종합병원에 통합 간호병동이 생겨 환자의 간호를 위해 보호자가 상주할 필요가 없는 시스템이 생겼지만 그럼에도 수술 날과 입원 시에는 보호자 대동을 요구한다.
간호 통합 병동에 입원이고 성인 둘을 합치고도 넘을 이 나이에 내가 책임지고 동의한다는데 보호자가 왜 필요해? 강한 반발심이 일지만 병원 입장에서 사람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이니 보호자를 요구하는 게 당연하다. 처음 수술 때 맞춰 온 언니도 다시 돌아가고 난 뒤 항암치료로 짧은 입원이 잦아지며 보호자를 대동하는 것이 나의 가장 큰 문제였다. 그래도 동동 거리며 전화를 하면 두말없이 달려와 주는 친구들 덕에 고민은 쉽게 해결되었다. 게다가 원무과에서 알려주길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연락 가능하기만 하면 한번 보호자 등록을 하면 6개월은 보호자 동행이 필요 없다.
하지만 아무리 환자의 편의를 봐주는 시스템이 생겼다 할지라도 벌써 3년 넘게 병치레를 하니, 언니야 가족이니 미안함이 덜하지만, 친구들에게는 좀 눈치가 보인다. 사실 친구도 직장을 다니거나 가정사가 있는 친구에겐 부탁하기 어려워, 늘 부탁하는 친구에만 부탁하게 된다. 귀찮은 기색이라도 낼까 조심스럽고 전화 통화 중 친구가 머뭇거리기만 해도 미안함과 동시에 낭패감이 들고 원망도 하게 된다. 그래서 괜한 말을 하며 미안함을 달래기도 한다.
“결혼해서 남편이나 자식이 있었으면 이런 고민을 안 해도 될 텐데.....”
처음 결혼 안 한 걸 후회한다는 투로 말하는 내게 대학생이 된 아들이 있는 친구가 말했다.
“병원 입원 때문에 결혼 안 한 걸 후회하다니……. 세상이 바뀌어야 해. 그나마 너는 동행해줄 친구라도 있으니 다행이야. 정말 독거노인들은 혼자 병원 가는 것도 힘들고 정말 주변에 같은 노인들밖에 없으면 난감할 거야. 그나마 요즘은 65세 이상 노인이면 주민센터 사회복지사가 챙기지만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도 많더라."
"남 얘기가 아냐, 우리도 이제 십 년만 있으면 노인 돼. 그때까지 내가 살아있기나 할까"
"야, 그런 소리 하려고 그 힘든 치료받냐." 친구가 버럭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친구는 “딸린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뭐 때문에 그렇게 동동거리며 사니?” 허구한 날 죽는소리만 한다고 못마땅해했다.
20대 중반 어머니가 저세상으로 떠난 뒤 혼자 살기 시작해서 이제 어머니와 같이 산 세월보다 더 오래 홀로 살아왔어도 여태 완전히 독립을 달성하지 못했다. 칭얼대고 신세 한탄으로 나의 허전함을 달래고 "넌 잘하고 있어"란 말 한마디에 나는 아직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는 위안을 갈구하는 걸 보면..... 그렇게 내 존재감을 내세우려는 행태들이 아직 내가 의존적이라는 증거겠지.
이 글을 마무리하며 이제는 정말 나 자신의 보호자로 살아가야지라고 마음을 다진다. 80년대 글짓기 마무리 같지만....
혹시 이 글을 읽는 독신의 또래가 있다면 서울시에서 받은 뉴스레터를 소개한다. 2021년 11월부터 병원 동행 서비스를 한다고 한다. 진작 생겼다면 내게 더 유익했을 테지만...
서울시가 11월부터 ‘1인 가구 병원 안심동행서비스’를 시작한다.
. 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20026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