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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골 샌님 Feb 07. 2022

마음 가는 대로? 몸가 는대로!

암과 잘  싸우고 있다는 것을 마음은 모른다.

  암환자가 되어 겪어보니 "건강한 몸은 정신의 전당이고, 병든 몸은 감옥이다."이라고 한 프란시스 베이컨의 말은 진실이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은 건강을 모르고 병자만이 건강을 안다"는 칼라일의 좀 더 현실적이다. 누구나 건강의 중요성을 알지만 직접 앓아봐야 건강과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는 경험 철학일까. 근 두어 달을 끙끙 앓을 정도도 아니면서 뭔가 하기에는 기운이 달려 그야말로 멍 때리며 살았다.  온갖 생각들이 어서 계획하고 행동하라 부추기지만, 정말 정신과 마음이 가는 대로 살고 싶지만,  병든 몸은 모든 정신의 발산과 실천을 가두어버렸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초조가 쌓이는 가운데 그러다 깨달은건 몸이 힘든 것은 암때문이 아니라, 내 생명을 지속하게 하려 암과 싸우는 가열찬 내 몸 정상세포들이 바쁘기 때문이니 몸이 원하는 대로 하자는 것이다.


 암이 뼈로 전이되어 작년 10월 말부터 다시 표적항암제를 투여받고 있다. 표적 항암치료를 작 했을 때 는,  유방암수술과 항암 후 시기 조절과 비용 문제로 미루던 치과 치료를 이미 시작했을 때였다. 항암 중 치과치료는 원래 안되지만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항암 기간을 견디기 위해선 잘 먹는 것도 중요하기에 최소 2년은 걸릴 치과 치료를 4-5개월 안에 끝내기로 하고 치과 치료와 항암을 병행하고 있다. 결국 임플란트는 나중으로 밀렸고 빠른 치료 방법으로 치과에서 선택한 것은 틀니이다. 대학병원이라 그런지 아직 나이도 젊은 편이고 치아 자체는 괜찮기도 해 최대 살릴 수 있는 치아는 살리기로 하고 치료를 받고 있다. 그래서 나중을 위해 일부 치아와 뿌리는 살리는 치료를 받다 보니,  치아를 뽑고 바로 틀니를 할 줄 알았는데  11월 초에 치아 발치를 했지만 얼마 전까지 계속 근간 치료를 받아 위 치아가 거의 없는 상태로 지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11월 12월은 거의 유동식 위주로 식사를 했다. 유동식은 포만감은커녕 항암제를 먹으면 나타나는 메스커움과 구역질을 더욱 유발했다.  자연 기운이 달리며 무기력증이 찾아왔다. 표적 항암제의 경우 3주를 먹고 1주를 쉰 후 다시 투약하는 형식인데 투약 전 피검사와 심기능 검사를 한다. 그런데  12월 말 검사 결과는 몸의 모든 기능 관련 수치와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져 의사도 나도 마음이 무거웠다.

  다행히 치아 근간 치료를 끝내며 치아가 튼튼해지며 아픈 곳들이 사라지자 나름 요령도 생겨 물렁한 과일  삶은 채소와 밥, 생선과 달걀 등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확실히 밥과 그래도 음식다운 음식을 먹기  시작하자 몸이 개운해지며 좀 살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제대로 밥을 먹자 메스커움도 훨씬 나아졌다. 그리고 매일은 아니지만 병원을 다니며 날이 좋은 날은 일부러 좀 더 걸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천천히 1시간 정도 걷는 것은 몸도 상쾌하고 입맛도 돌게 했지만 그 이상은 무리라 오히려 며칠 앓아눕는 역효과를 내기도 했다.


 내게는 건강에 필요하다는 적당한 운동이 그저 일주일 두 번 한 시간 이내의 걷기라는 상한선을 잡았다. 운동뿐 아니라 책상에 앉아 뭔가 하고 집안 청소를 하는 것조차 상한 선을 잡아 놓지 않으면 몸에 무리가 왔다.그러자 이렇게 내 몸을 가늠하며 생활해야 할 것 같아,  너무 쉬엄쉬엄 살고 있는 것 같아 불안과 초조가 엄습했다. 이렇게 암에 내  삶이 잠식당한다는 공포....


 지난 1월 하순경 표적 항암제 3개월 투약 효과와 몸상태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기 위해  머리와 복부 ct 그리고 골스캔과 피검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결과는 지난 12월의 안좋던 몸상태가 한 달새 정상치에 가깝게 회복했고 무엇보다 뼈에 바둑알처럼 동그랗고 선명하던 암세포의 주변부가 상당히 흐릿해졌다. 치과 치료 때문에 뼈주사나 면역주사도 안 맞아서 계속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너무 좋은 결과라고 의사가 무척 기쁜 표정으로 내 몸속 사진을 보여주며 말해줄 때 나 역시 마음이 무척이나 가벼웠다. 내가 계단 열 칸 오르기도 숨이 차 버거워할 정도로 힘들었던 건 내 몸의 세포들은 암과 싸우느라 그랬구나.  이런 생각이 들자 다가올 삶의  불안과 초조도 상당 부분 해소가 되었다.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생각해 그동안 미뤄왔던 코로나 백신 3차 접종도 해버렸다. 덕분에 피로감이 조금 더해졌지만 별 이상 없이 잘 넘어갔다. 그리고 마음이 가는데 몸이 안 따라간다고 초조하기보다 우선 몸이 시키는 대로 그냥 자고 누워있다. 어차피 암과 전쟁에서 싸울 최정예 부대는 내 몸의 정상세포들이니  몸을 따라가기로 했다. 그리고 몸을 위해,  '밥 힘'이 진라라 새삼 느끼며 잘 먹으려 한다.


  "나는 병의 회복기를 즐긴다. 그것은 병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

                                                                                         - G.B. 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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