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드득 후드둑 한 밤 중에 비 내리는 소리에 내 뼈마디가 으슬으슬했다.
눈이 녹는 소리인가? 침대에서 뒤척이며 그렇게 생각했다.
아침에 항암제를 먹고 유난히 몸이 땅속으로 기어들어가는 느낌에
시절에 어울리지 않게 내리는 비를 탓했다.
해가 얼굴을 내밀지 않아 칙칙한 한낮
잦아든 빗소리에 시장에 갔다. 한겨울에 딸기가 천지였다.
아 이제는 과일도 제철이 없구나.
철 없이 내리는 비, 철없는 과일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시 가랑비가 날리는데 문자가 왔다.
언니집에 다녀온 내게 잘 돌아왔냐고 친구가 안부를 묻는 거겠지.
장가방에서 딸기를 꺼내고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 함을 열었다.
"지선이 남편입니다. 어젯밤에 지선이가 편안하게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지선아, 지선아,
지난밤 네가 울고 있던 거니?
하늘이 네 영혼을 너무 일찍 데려가 미안해서 울던 거니?
야속한 겨울비는 아직도 그칠 줄 모르는 걸 보니
너무 일찍 너를 데려가 하늘도 가슴이 아픈 모양이다.
한 달 전 폐암 4기로 투병하며 언니 책 나왔는데 자기가 찬물 끼 얻어 미안하다던 후배가 ,
언니가 먼저 받은 그 항앙치료 자기도 잘 견디겠다고 말했던 후배가,
기운 차리면 암환자끼리 뭉쳐 우리 수다에 시끄러워 암도 도망가게 만들자 했는데,
후배 지선이가 지난밤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엉엉 소리 내어 울어도 속이 후련하지 않다.
아직 나는 살아 있는데.....
살아있다는 안도와 그래서 더 미안한 철없는 나.
이젠 하늘도 울지 말고 지선이를 평안하게 품어주기를...
이 땅에서 예쁘고 바르게 살았듯 하늘나라에서도 예쁘게 살아.
이곳에 들어와 내 글을 읽곤 하던 네가 꼭 읽기 바라며
지선아, 안녕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