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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골 샌님 Dec 10. 2022

말 걸기

『쿠마이의 무녀』가 출간되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읽은 솔제니친의 암 병동에서 기억나는 것이 사람이 평생 말을 하며 소모하는 에너지로 용광로를  끓일 수 있다며 말 많은 암환자를 비웃는 장면있었다. 사람이 말을 하는 것이 얼마나 낭비이며 쓸모없는 에너지를 소비하는 가에 대한 괘변이었지만 조잘조잘 말이 많은 나는 뜨끔해서 읽었었다.  사실 쓸데없이 말이 많아지면 피곤한 일도 많아지고 손해도 많이 보는 걸 알기에....

 나는 왁자지껄 사람과 수다 떠는 걸 좋아하고 원체 조용한 성격은 성격이 아니다.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해결해야 할 문제에 직면하면 사람들과 수다 떨어 풀고 그러다 보면 문제의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했다. 대화가 생각이나 난제를 객관화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고 후 몸에 마비가 오며 혀도 굳은 건지 정신적 충격이었는지 한동안 '아' 소리도 못 내는 실어증을 앓았다. 그러다 어눌하지만 다시 말을 하게 되고 원래처럼 수다스러운 나로 돌아올 뻔했지만 긴장하면 말을 더듬거나 어눌하게 발음이 새는 증세로 면접에서 혹은 일자리에  잘리는 경우를 겪다 보니 사람들과 말하는 게  싫고 심지어 낯선이 와의 대화는 피하기도 했다. 그게 병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더구나 암으로 코로나로 사람들과 교류가 뜸해지니 이젠 꿈속에서도 대화가 서툴러졌다. 그런데 이제는‘인간은 나와 너라는 관계 속에 나의 자아를 찾을 수 있다’는 마르틴 부버(Martin Buber)의 말이 요즘 유난히 자주 생각난다.

 암,만 생각해 봐도 이런 칩거 생활에서 해제되어 대화를 하고 싶다. 대화라기보다는 일방적인 토로가 될 것이지만 혼잣말 말고 사회적 행위를 하고 싶다.  그래서 혼자 구시렁대느니 말을 하기로 했다. 아직 암이 내 몸속에 있으니 내가 쏟는 말들은 암 정복이나 극복 수기도 될 수 없고, 내가 암센터의 의료진도 아니니 조언도 못한다.

  살아있다는 신호인 말. 살아있기 위해, 누군지 모를 당신에게 전력으로 건네는 말. 살아남기 위한 나의 말이 살아남아 당신에게 가 닿기를.   여성성의 상징들을 모두 없앴으니 중성 인간의 이야기로 당신에게 말을 걸어본다. 혼자 지내는 나에게 놀러 오시라. 밤새도 끝나지 않을 할 말이 많으니 당신과 만나고 싶다. 무엇보다 2인칭 당신들이 있어야 나의 일인칭 주인공 회귀가 가능하니까.


브런치에 썼던 글과 위와 같은 글을 모아 자르고 편집하며 다듬어 준비한 책이 어제 나왔다. 내가 몸이 안 좋아져서 탈고를 못하고 끙끙 대다 늦어지고 하필 출판사가 바빠 정신없을 때라 출간이 예상보다 늦어졌다. 우선 전자책으로 출판됐지만 마음이 설렌다. 이런 마음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 그래서 이렇게 글로 말 걸기를 시도해본다.


https://brunch.co.kr/publish/book/6023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search?bookTabType=ALL&pageIndex=1&pageSize=40&query=%EC%BF%A0%EB%A7%88%EC%9D%B4%EC%9D%98%20%EB%AC%B4%EB%85%80&sort=R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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