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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골 샌님 Nov 23. 2022

『쿠마이의 무녀』출간을 앞두고

처음이라는 설렘과 불안

쿠마이의 무녀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로마 근처 쿠마이라는 곳의 아폴로 신전에서 신탁을 전하던 시빌레라는 이름의 무녀를 지칭한다. 그녀는 신화의 주인공인 신도  영웅도 아니지만 꽤 여러 곳에서 중요한 역할로 등장한다. 그래서인지  그리스식 발음으로 시빌레(Sibylla), 라틴어로는 시빌(Sibyl)인 그녀의 이름은 서양에서 무녀를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시빌레는 무척 아름다웠고 지혜로운 여인이었다. 아폴로 신이 그녀에게 반해 원하는 것은 것은 무엇이건 들어주다고 하자 시빌레는 손에 가득 모래알을 집어 이 한 움큼의 모래알 숫자만큼 오래 살게 해달라고 말한다. 아폴로 신은 그녀의 청을 기꺼이 들어준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두 가지 이야기가 존재하는데, 하나는 시빌레가 깜박 잊고 젊음을 달라는 말을 하지 않아 늙을수록 몸이 점점 쪼그라들어 조롱 속에 들어갈 정도로 작아져 죽음보다 못한 황폐한 삶을 영원히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이 있고, 다른 이야기는 시빌레가 아폴로 신의 유혹을 거부하여 저주를 받아 늙고  추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눈을 피해 동굴에 숨어 살게 되었다고 전한다. 어찌 됐건 두 가지 설 모두 황폐한 나이듦과 죽음보다 못 삶을 떠오르게 한다.

  그녀의 이 처참한 모습을 T. S. 엘리엇이 죽음보다 못한 황폐한 세계를 그린 장편시 “황무지”의 서문에 묘사한 것을 읽으며 든 생각을 집필하던 책에 나와 연결해 짧은 이야기로 만들어 넣었다.  그간 써온  단문들과 내 브런치 글들을 짧게 다듬어 출판하자 제의한 출판사에 완성 초고본을 보내니  출판사 대표가  이 글이 내 원고 중에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하여 나의 산문집 제목을 내가 제안한 『내  일 그리고 내일』대신,  『쿠마이의 무녀』로 하자고 제의했다. 그런데 나는 무녀란 말이 전체 내 글에 선입견 줄까 싶어 내키지 않았다. 아무래도 브런치에 쓴들을 새롭게 각색하다 보니 '무녀'란 말이 50대 비혼 암환자가 기복신앙에 매달리는 이미지 될까 싶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한국어 '무녀'대신 라틴어를 따른 영어 표현 그대로 시빌(Sibyl)을 사용하자고 했으나 한국식 발음으로 욕과 비슷하니 이상해 보인다 거절을 당했다.

  주위에 조언도 구하고 다시 생각해보니 쿠마이의 무녀로 제목을 정하는 것이 오히려 암환자의 수기 같은 글이라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을 막아줄 것이고 다양한 시각으로 도전하는 하이브리드 문학으로 어필하는데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 대표의 말을 따르기로 결정을 하고 보니 이제는 오히려  『쿠마이의 무녀』가 작아지고 더 작아져 내 안에 흡입된 느낌이 든다. 출판사에서 책 출간을 앞두고 작성한 소개글에 이런 말이 나온다.  

“『쿠마이의 무녀는 한 움큼으로 쪼그라든 일상과 자기 자신을 새로이 구성하려는 언어의 난장 놀이다. 때로는 소설인 듯, 때로는 편지인 듯, 때로는 수기인 듯『쿠마이의 무녀는 장르를 가로지르고 시점을 넘나들며 말의 향연을 펼친다.”


 말의 향연 덕인지 내 이름으로 책이 나온다고 하나 삭막한 황무지 같은 내 세계에 파릇파릇 새싹이 돋듯 설렌다. 그러면서 또 걱정이 된다. 사람들의 공감은커녕 외면받지는 않을까. 정말 걱정도 팔자다라고 중얼거리며 다시 또 마음을 추스른다. 오늘은 내게 주어진 내 일을 하면 된다. 내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자.


『쿠마이의 무녀』 는 도서출판 띠에서  11월 25일 전자책으로 출간되어 배포될 예정입니다.




https://brunch.co.kr/publish/book/6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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