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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찾지 못하는 위기의 리버풀

■ 공간을 찾지 못하는 위기의 리버풀


리그 최근 3경기 성적이 2무 1패로 박싱데이 충분한 휴식을 취한 리버풀은 반드시 잡아야하는 팀에게 승점을 나눠주었습니다.


경기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아무래도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겠죠. 하지만 부상에도 불구하고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며 기초에 충실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있는 자원으로 유럽 대항전 16강 진출 및 리그 1위 타이틀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3연전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이를 전술적인 큰 맥락으로 살펴보자면 이유는 ‘공간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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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버풀이 자랑하던 무기가 막혔다.


클롭이 지휘봉을 잡고 난 초기 리버풀을 상대하는 팀은 리버풀의 무지막지하게 높은 라인과 강한 압박을 공략하기 위해 맞불을 두는 경우가 왕왕 존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리버풀은 많은 득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다수의 실점을 내어주었죠. 이후 부바치 코치가 팀을 떠나게 되고, 리버풀 역시 라인과 압박의 강도를 조절하기 시작하며 이들을 상대하는 팀은 점차 라인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반 다이크와 알리송이라는 실점을 줄여줄 수 있는 영입을 통해 리버풀의 후방이 강해지자 대놓고 내려 앉아 지키기 시작하는 팀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클롭의 리버풀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수비벽을 넘어서 득점을 기록하며 유럽 챔피언에 이어 오랜 숙원이었던 리그 챔피언에도 압도적인 차이를 통해 등극했습니다. 그리고 맞이한 20/21 시즌. 프리시즌을 부상으로 인해 날려버린 팀의 주축 선수이자 플레이메이커인 아놀드가 복귀를 했지만 이전의 폼을 찾지 못한 채 리버풀은 공격 활로를 찾지 못해 곤란해했습니다..


리버풀을 상대하는 다수의 팀은 이 부분을 잡아내고, 리버풀의 우측이자 본인들의 좌측을 대놓고 공략하기 시작했습니다. 약 20%의 슈팅이 리버풀의 우측이자 본인들의 좌측에서 나오며 이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분명한 효과까지 거두는 모습이 지난 20/21 챔피언스리그 4차전 아탈란타, 리그 12R 풀럼과의 경기에서 두드러졌습니다.


아탈란타와의 경기에서는 리버풀의 우측라인을(아놀드가 아닌 네코 윌리암스가 출전했습니다.)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아탈란타가 시도한 12번의 드리블 중 5번이 윌리엄스가 관여할 만한 위치에서 나왔으며 태클 시도 역시 리버풀의 진영에서 아탈란타는 총 7번 시도했는데 그 중 6번이 윌리엄스에게 영향을 끼치는 위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파울도 15번 중 3번이 우측에서 강하게 압박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면서 네코 윌리엄스는 해당 경기에서 리버풀이 기록한 에러 2번 중 1번(나머지 한 번은 우측면 공격수 살라), 볼 소유권 견실 4회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풀럼과의 경기 역시 맥락을 같이합니다. 해당 경기 선발 출전한 아놀드는 볼 소유권 견실을 2번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풀럼의 드리블 시도 위치가 이 경기에서 풀럼의 컨셉을 정확히 나타내는데 총 24번의 시도 중 무려 9번이 아놀드에게 영향을 미치는 구역에서 시도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그 과정에서 아놀드의 전진 지원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반다이크의 부재로 일어난 파비뉴의 CB 변신과 헨더슨의 부재까지 이어지자 우측라인에서 혼자 일기토를 시도해야하는 살라 역시 제대로 된 공간을 부여받기도 찾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역시나 마네 또한 시련을 동시에 겪게 되었습니다. 우측 라인이 비교적 침체한데에 반해 좌측 라인의 로버트슨은 고점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게됩니다. 때문에 리버풀은 좌측의 로버트슨을 활용하길 원했고 로버트슨 역시 공격적으로 전진함에 따라 마네에게 할당된 공간을 줄어들었으며, 살라를 비롯해 우측라인이 유인해주던 중원의 선수가 존재하게 되면서 개인 능력으로 벗어나기는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리버풀이 연이어 상대한 WBA, 뉴캐슬 그리고 소튼은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리버풀의 우측 라인 제어와 전방 트리오를 묶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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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악의 간격으로 공간을 내어주지 않았던 WBA.


WBA는 빅 샘이 소방수로 투입되어 리버풀에게 무승부라는 쾌거를 거두었습니다. 전통적인 잉글랜드 축구의 대명사 빅 샘답게 수비라인 간격을 아주 촘촘히 세우고 더욱이 리버풀이 볼을 소유한 상황에서 1-6-4-0과 같은 공격 자체를 포기하는 듯 극단적으로 내려서는 수비라인을 구성했습니다.


리버풀은 약 78%를 넘어서는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17개의 슈팅 중 득점 포함 단지 3개만 유효 슈팅으로 기록되었습니다. 빅 샘은 리버풀이 중거리 슈팅을 많이 시도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짚어냈습니다. 19/20시즌 리버풀은 박스 바깥에서 슈팅을 시도하는 비율이 단지 30%로 리그에서 2번째로 낮았습니다. 어떻게든 박스 안으로 볼을 투입해서 슈팅을 가져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리버풀의 공격진 트리오를 박스 바깥으로 밀어내도록 했습니다.


때문에 마네와 살라 두 선수 모두 박스 안으로 움직임을 가져가려 노력했지만 적합한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고 투입 되었더라도 2명 가까이 되는 선수를 90분 내내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마티프의 중장거리 패스에 이은 마네의 박스 안 진출로 득점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피르미누를 비롯한 선수들이 WBA 수비진을 유인하는 움직임을 가져가도 후방에 너무나 많은 인원이 남아있는 모습을 통해 어떻게든 승점을 따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였습니다.


해당 경기를 보면 알리송을 제외한 모든 리버풀 선수들이 하프라인을 넘어서 있는 모습이 유독 눈에 띄는데 이는 해당 경기가 얼마나 비대칭적으로 이루어졌는지의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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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 5와 조엘링턴를 통해 우측 공간을 축소시켜버린 뉴캐슬.


뉴캐슬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20/21시즌 겨우겨우 부상자가 복귀하면 투입시키며 리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리버풀과 마찬가지로 시련 속에서 팀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러한 뉴캐슬은 본인들이 잘하던 방식으로 리버풀의 우측 공간을 축소시켰습니다.


뉴캐슬은 우측 라인을 예들린 - 머피를 통해 구성했으며, 머피가 보다 중앙선 라인에서 밸런스를 잡고 맷 리치가 전진하며 리버풀의 마네와 로보를 경계하고 커티스 존스의 투입을 저지하려는 의도를 보였습니다. 반면 좌측 라인의 맷 리치 - 조엘링턴은 비교적 맷 리치가 낮은 위치를 유지하며 살라와 발생할 수 있는 속도전을 대비하였고 높은 타점을 지닌 조엘린턴을 활용해 리버풀의 우측 수비 뒷공간을 공략하고자 했습니다. 뉴캐슬의 센터백을 제외하고 조엘링턴은 가장 많은 공중볼 경합을 시도했으며 이는 나다니엘 필립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리버풀의 라인을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리버풀이 줄이어 공격을 가져가는 상황에서 예들린까지 박스 안으로 위치하며 페르난데즈, 클락, 셰어와 함께 단단한 수비벽을 형성하고 리치와 머피가 양측면 공간을 막아세우며 역시나 박스 바로 앞 공간을 굉장히 좁혀 리버풀의 볼 투입을 저지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경기 당 12-13개 정도 골문에서 18m 정도의 공간으로 볼이 투입되었던 기록을 가지고 있는 리버풀은 해당 경기에서 그보다 적은 10개만 투입시켰습니다. 이로 미루어보아 얼마나 이 경기가 괴로웠을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살라가 맞이한 결정적인 2번의 기회를 살렸다면 더욱 쉽게 갈 수 있었을 경기이지만 살라 역시 우측 라인의 지원이 미비한 상황에 많이 뛰다보니 체력적인 손실이 결정적인 순간 집중력 저하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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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버풀의 어설픈 조합을 경기 초반부터 짓누른 소튼.


20/21 시즌 하센휘틀 감독 체제의 소튼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1-4-2-2-2이라고 불리지만 볼을 가지고 경기를 하는 상황에서는 1-2-4-4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선수 사이간의 약속이 철저하며 간격과 역할 분업의 이해도가 꽤나 뚜렷해보입니다. 이 팀은 압박이 매우 맹렬하기로 소문이 났는데 이번 시즌 리그 평균 PPDA가(Passes per Defensive Action = 패스 당 수비활동) 리즈와 리버풀에 이어 3번째에 해당하는 9입니다. 즉, 상대가 9번 패스를 하기 전 수비 행위를 한다고 표현할 수 있는거죠.


리버풀의 클롭 감독 역시 지난 2경기에서 우측 라인이 살아나지 못함을 느낀듯 보였습니다. 로보의 전진과 마네의 박스 안 투입만으로 풀어가기는 무리가 따른다는 점을 인지한 듯 지난 시즌 헨더슨의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해줄 것이라고 생각한 옥슬레이드 체임벌린을 투입시켜 지난 시즌과 같이 양 측면의 공격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또한 후방에서 좌우 전환 패스의 기깔이 다른 티아고를 선발 출전시키며 마치 19/20 시즌을 떠올리는 선택을 내보였습니다.


이러한 하센휘틀은 평소 팀컬러와 다르게 오히려 리버풀을 상대로 굉장히 움츠리며 경기를 플레이했습니다. 이른 시간 득점에 성공한 것도 그 이유겠지만 평소 9에 달하는 PPDA가 해당 경기에서는 19.37로 무려 2배 이상 상승 했을만큼 압박의 기조를 가져가기 보다 확실한 컨셉을 유지시켰습니다.


그리고 그 확실한 컨셉 중 하나가 챔보와 아놀드의 전진을 방해였습니다. 상대의 전진을 제어할 때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합니다. 하센휘틀은 그 중에서도 수적으로 찍어누르는 모습을 선택했습니다.


제네포와 월콧, 잉스 그리고 교체 출전한 텔라가 아놀드와 챔보의 패스 선택지를 아예 제거해버리며 수비로 복귀하고 소튼의 전방 4명의 선수가 아름다운 간격을 형성하면서 박스를 구성해 리버풀의 전진을 방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4명의 선수는 소튼이 기록한 18개의 슈팅과 크로스 블락 중 6개를 기록했으며 위치는 모두 아놀드와 챔보가 주로 활동햐는 구역이었습니다.


지난 시즌처럼 박스에 가깝고 안쪽으로 과감히 이동하던 살라는 알리송 보다도 적은 패스맵을 기록했으며 후반에 교체출전한 밀너보다 단지 2번 많은 정도로서 소튼이 어설펐던 리버풀의 조합을 짓눌렀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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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영광을 위해서는 다시 최적의 공간을 찾아야하는 리버풀.


리버풀의 2월까지 만나는 상대는 너무나 쟁쟁하고 어려운 팀의 연속입니다. 리그에서는 정통의 라이벌 맨유, 낮은 라인 구성이 유려한 번리, 리버풀의 카운터가 될 수 있는 토트넘, 강한 세트피스를 가진 웨스트햄 그리고 지난 경기 무승부를 기록한 브라이튼과 우승 라이벌 맨시티와 레스터까지. 어느 팀에게 패배를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 처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컵대회는 최근 절정의 폼을 보여주는 AV 차기 전술 패권주자 나겔스만의 라이프치히를 만나게 되는데 지금 리버풀이 보여주는 모습으로는 너무나 힘든 상황의 연속이라고 보입니다.


지난 2년간의 영광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적재적소에 선수를 과감히 배치하고, 누군가는 무리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밀어부치는 고집도, 누군가는 괜찮다고 말한 부분에 대한 타협도 서슴치 않던 클롭과 리버풀입니다. 때문에 다시금 이들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전방의 트리오 뿐만 아니라 여러 선수들의 공간에 대한 재배치와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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