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글 나눔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다.
내 글을 읽은 모임장이 피드백을 준다.
"네, 뭐, 뭘 말하고 싶은지는 알겠지만, 잘 쓴 글이라고는 볼 수 없네요."
허, 미간에 주름이 꾸겨진다.
마음을 울리는 방식에 정답이 있었던가?
"아, 네, 글 쓴 지가 좀 오래돼서... 선생님은 역시 글을 정말 잘 쓰셔서 제가 본받아야겠어요."
내가 글을 '잘' 쓰려고 이 모임에 들어온 것이 아니다.
글을 씀으로써 표현, 드러냄, 발산, 치유, 타인의 삶을 들어볼 기회를 가지고 싶어서였다.
그들이 원하는 건 '피가 돌지 않고 온기를 잃은 답안지’였다.
“그건 니가 그릇이 작아서 하나님이 주신 일을 감당할 그릇이 안 돼서 그래.”
“헌금 많이 해야지, 전도도 많이 하고, 아파도 바빠도 예배 꼭 나와야 돼.
하나님이 다 지켜 주실 거니까. 내가 연락을 안 해서 그렇지 늘 기도한다.”
종교모임은 조금 다를 거라고 기대했다. 아니, 많이 기대했다.
'정답지’가 여기에도 있구나...
용기 내어 애써 드러낸 상처의 틈으로
굵은소금 덩어리를 너도나도 욱여넣는다.
헛헛해진다.
괜히 나왔다 생각이 든다.
그래도 집에서 혼자 답답한 것보다는 이게 나은 건가...
세상에 우연은 없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 의도를 파악하기까지가 참 오래 걸린다.
답답하다.
그때까지는 상처 난 대로 그냥저냥 버텨가야 하니까.
그래도, 사람들과 섞여 살고 싶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가늘고 하얀 아지랑이처럼 올라오는 욕구.
‘막상 나가봐야 또 불쾌할 텐데...’
나와 내가 늘 부딪힌다.
누가 이길지 모르는 지루한 싸움.
사람들을 마주할 때, 기대치를 낮추라고 했다.
주의 깊게 듣지 말고 그냥 넘기라고 했다.
그냥 같이 좋은 척, 괜찮은 척, 웃어넘기라고 했다.
괜히 싸움 만들지 말고, 괜히 문제 일으키지 말고, 괜히 속내 드러내지 말고.
화살 끝이 나에게 향한다.
‘너는 그냥 좀 대충 살면 안 돼? 왜 그렇게 사사건건 예민해? 그냥 좀 넘어가라고!’
‘너 외롭잖아. 외로워서 미칠 거 같잖아. 그래서 나간 거 아니야?’
모든 게 혼자서 잘 살아가게끔 되어가는 환경에서
나는 더욱 혼자 못 살아가게끔 되어간다.
갈증이 난다.
목이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