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정’이라는 개념은 참 중요한 것이다.
“시골은 참 인심이 좋아”
“걔는 애가 정이 많아서 다 퍼줘”
“짜장면, 짬뽕, 탕수육 시켰으니까 군만두는 서비스로 주세요!”
정, 인정, 인심, 덤, 서비스.....
글쎄.
‘정’이 상식적인 개념인가
내가 상대에게 ‘정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가
상대가 ‘정을 주지 않는 것’을 비난할 수 있는가
정이 있는 상황은,
내가 준 것보다 더 많이 줄 때,
내가 지불한 것보다 더 많이 줄 때,
내가 지불하지 않았는데 공짜로 줄 때,
내가 요구하지 않았는데 알아서 줄 때,
등가교환으로 생각해 보면 이보다 더 질척거리는 억지논리는 없다.
‘정을 주는’ 입장에서는 원래 지출할 돈보다 더 많이 지출하는 셈이고,
그러면 원래 내가 제공받아야 할 것의 내용물이 부실해지는 셈이고,
그럼 결국 그건 ‘정’이 아니라, 그게 그거인 거거나, 덜 받게 되는 거니까.
아, 그냥 기분만 내는 건가
옛다 덤이다! 이런 거?
셈 안 따지고 마음의 평안, 나눔의 실천 같은 따스함의 공유가 목적이라도
그걸 제공하는 사람의 봉사료가 그만큼 지불되는 셈이겠지.
내가 지불한 만큼만, 내가 응당 받아야 할 만큼만
딱 그만큼만.
결국 그게 더 남는 장사지 않나, 상호 간에 말이다.
등가교환을 넘어선 ‘정’을 준 순간, 그다음 회차에는 그게 고정값이 되어 출발이 되는 거니까
그때 또 똑같이 저번 회차와 ‘같은 양’의 ‘정’을 주지 않았을 경우는, 얘기가 확 달라지지.
왜 그래? 특별함을 바라서 그러는 거야?
나는 단골이고, 나는 오래됐고, 나는 많이 샀고, 나는 예외니까, 나는 특별하니까?
그냥 딱 내가 준 만큼만, 딱 그만큼만 바라는 건 어려워?
그 이상을 아예 기대를 안 하는 거 말이야.
못 하겠어? 여전히 다 식어빠진 눅눅한 군만두라도 받고 싶은 거야?
거 참...
끈끈한 감정이네.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