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6] 술

by mul

한국은 유독 술에 참 관대하다.

범죄와 술의 관대한 연관관계

저 이해하고 싶지 않은 끈적한 관계로 속이 쓰린 사람이 한둘일까

그 무책임한 관대함의 직접적 피해자 신분으로서,

나는 왜들 그리 술을 찾는지에 종종 멈춰 서 본다.


우리는 언제 술을 찾게 되는가,


소통이 필요할 때

설득이 필요할 때

인정이 필요할 때

축하가 필요할 때

위로가 필요할 때

진정이 필요할 때

의지가 필요할 때

온기가 필요할 때

마비가 필요할 때

망각이 필요할 때

진통이 필요할 때


그래, 사람마다 이유는 다양하겠지.

솔직히, 하고 싶은 말은 많다.

하지만, 말을 아끼려 한다.


단지, 나는 술을 마시는 이유와 당위성에 똑바로 멈춰 선다.

스스로 납득이 간 상태에서, 나와 술, 상호 간의 합의하에 마시는 것이라면 뭐.

그게 아닌, 나와 합의되지 않은 채, 벌컥 들이붓는 것,

괴로움은 온전히 나에게 맡긴 채, 벌컥벌컥 쏟아붓는 것이라면 그건 조금.


혹여라도

세상이 나를 쑤셔 놓으니까,

내가 나를 쑤시는 건 타당한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면


글쎄.

그건 ‘자해’인데.

겉사람이 속사람을 지켜줘야지,

네가 세상과 한패가 되어 속사람을 더 찌르고 앉아 있으면 어떻게 해.


그래, 마음이 허해서 찾는 거겠지...

다 잊고 싶으니까 찾는 거겠지...


다만, 적당히 해둬.

네가 그럴수록, 네 속사람은 찌들어가.

닿지 않는 목소리로 축 져서 너를 원망하고 있겠지.

봐! 네가 걔한테 하는 게, 세상이 너에게 한 거랑 뭐가 달라.

제발, 그쯤에서, 이제, 적당히 해둬.

네 속사람이 아직 원망할 힘이 있을 때,

그쯤 해둬.

너까지 너를 죽이는 것에

관대하지 마.

정신을 차릴 때야.

살려 낼 때야.

봐, 저 사람

아직 눈 뜨고 있잖아

너를 쳐다보고 있잖아

똑바로 일어서려고 하잖아

일으켜내.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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