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새해

by mul

나는 행복한 척할 기력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감사노트를 펼쳐본다.

‘뭐가 감사할까’

‘살아 있는 것’


분수대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나에게 자꾸 말을 건다.

‘여기서 탈출하자. 제발. 응?’


오늘이 무슨 날인지 그딴 게 뭐가 대수야,

쉬는 날인지 아닌지가 중요하지.

한 살 더 먹는다 어쩐다 참 감상적이기도 하지.

그렇게 신경 쓰이면 떡국 안 먹으면 되잖아.


내가 받고 싶은 것들을

온전히 내가 해주는 삶,

내일의 나에게 늘 빚지는 삶인데,

여유? 감사?


그래도 억지로 눈을 치켜뜨고 생각해 본다.

감사해야 감사할 일이 생긴다고 했으니까...


나이를 먹어서 좋은 건,

좀 더 순응하게 되는 것.

고집부려봐야 쓸데없어, 힘만 더 들고.


작년의 나에게

내가 가한 처벌의 수위는

남 부럽지 않을 정도였지.

아, 그건 감사할 게 아니지.

올해의 나에게

나는 조금은 더 따뜻해질 수 있을까.

‘내가 널 지켜줄게’ 같은 말 해주고 싶지만,

안될 거 뻔히 아는 거고...


그냥 감사하려고 하는 것을

감사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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