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한 척할 기력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감사노트를 펼쳐본다.
‘뭐가 감사할까’
‘살아 있는 것’
분수대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나에게 자꾸 말을 건다.
‘여기서 탈출하자. 제발. 응?’
오늘이 무슨 날인지 그딴 게 뭐가 대수야,
쉬는 날인지 아닌지가 중요하지.
한 살 더 먹는다 어쩐다 참 감상적이기도 하지.
그렇게 신경 쓰이면 떡국 안 먹으면 되잖아.
내가 받고 싶은 것들을
온전히 내가 해주는 삶,
내일의 나에게 늘 빚지는 삶인데,
여유? 감사?
그래도 억지로 눈을 치켜뜨고 생각해 본다.
감사해야 감사할 일이 생긴다고 했으니까...
나이를 먹어서 좋은 건,
좀 더 순응하게 되는 것.
고집부려봐야 쓸데없어, 힘만 더 들고.
작년의 나에게
내가 가한 처벌의 수위는
남 부럽지 않을 정도였지.
아, 그건 감사할 게 아니지.
올해의 나에게
나는 조금은 더 따뜻해질 수 있을까.
‘내가 널 지켜줄게’ 같은 말 해주고 싶지만,
안될 거 뻔히 아는 거고...
그냥 감사하려고 하는 것을
감사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