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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정헌 Oct 24. 2024

바게트

단단하고도 여린 마음

‘바게트 좋아해요?’

프랑스빵 수업에서 가장 많이 만드는 품목이기에 넌지시 물어봤다.

‘좋아하죠’

담백한 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게도 싫어하던 바게트 만들기가 너로 인해 즐거워진다.

바게트에 칼집을 넣는걸 쿠프라고 하는데

하나하나의 쿠프에 정성을 쏟는다.

예쁘게 부풀어지길 기다리며 구워져 나오는 시간에 설레진다.

나의 바게트를 그 애에게 전하기까지

너의 집으로 배송 보내는 내내 상상했다.

환하게 미소 지을 까무잡잡한 네 얼굴


‘잘 받았어요. 감사합니다.’

단, 두 마디 말에 그간의 노고가 눈 녹듯 사라진다.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는 게 이런 걸까?


잘 구워진 빵은 단단한 겉과 달리 속은 말랑 촉촉하다.

너를 향한 나의 마음과 닮았다.

센척하면서 갑옷을 입고서 말랑해진 마음을 보호했다.

사람에, 사랑에 상처받기 싫은 자기 보호본능…

아닌 척하면서 너를 사랑하고 있었다.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상처받았고

아니라고 부정하면서도 기대했고

끝내자고 하면서도 기다리고 있다.


내 사랑은 바게트처럼 그렇게 그 애에게 갔다.

마음도 눈에 보여서 택배처럼 보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무게로 측정할 수 있다면 깊고 무거운 진심을 전할 텐데

가지도 못하고 흩어져버린 마음만이 남았다.


바게트를 볼 때면 내 생각 한 번쯤 하겠지?

떠나보내고 난 후 그 사랑을 헤아렸길 바라며…

마침표가 아닌 쉼표를 찍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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