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의 발효
밀가루에서 빵이 되는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과정 ‘발효’. 이 시간은 필수 불가결한 시간이다. 밀가루의 원산지, 빵의 종류, 팽창제에 따라서도 각기 다른 시간이 필요하다. 발효가 잘 된 반죽은 예쁘게 부풀어 먹기 좋은 식감, 향과 맛을 낸다. 즉, 없어선 안 되는 과정이다.
사람에게도 똑같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나이를 먹었다고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 개인마다 성숙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가.
빵이 발효되는 시간이 다르듯, 누군가에겐 긴 시간이 또 누군가에겐 적은 시간만으로도 빛을 낼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쯤일까. 밀가루에서 반죽이 되었는데 내 반죽에는 어떤 시간이 필요할까?
인내의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직까지 아니라는 사회적 시선과 무거운 책임감이 어깨를 짓눌러 내린다.
부풀어야 하는데 점점 가라앉기만 한다.
보기 좋게 만들어진 다른 빵들처럼 내 안의 빵도 조심스럽게 빚어가고 싶은데…
매년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가라앉기만 한다.
그럴수록 반죽을 찔러보기도 하고, 접어주기도 하면서 주저앉지 않게 정성을 다해야 한다. 빵의 소리를 잘 들어줘야 한다.
온도는 괜찮은지, 습도는 괜찮은지 체크하면서 말이다. 나의 반죽이 멈추지 않고 발효할 수 있도록.
우리는 타인과 비교하며 자신을 깎아내리기도 하고 우월함에 가득 차기도 한다.
나 또한 SNS 속 누구인지 모를 사람들과 무의식적 비교에 스스로를 잃어버리기도 했다.
빵반죽을 하고 발효를 기다리며 하나의 반죽도 여러 조건에 다른 양상을 보이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나를 갉아먹는 시간이 아닌 잘 성숙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단걸.
언제 빛을 낼지는 잘 모르겠다. 내면의 반죽이 그저 힘을 낼 수 있게 잘 들여다보는 연습을 할 뿐이니까.
힘든 시간을 견디는 건 쉽지 않기에 인고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모두에게 응원을 전한다.
우리만의 빵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