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도 흐려지지 않는 기억
제주여행을 가면 필수로 사 오는 기념품 중에 하나인 마음샌드. 대형 프랜차이즈 ‘P’ 사의 상품으로 웨이팅을 해야만 살 수 있는 제주 필수템이다.
버터쿠키 속에 땅콩버터와 캐러멜, 땅콩분태, 버터크림이 들어있는 맛없없 조합의 쿠키샌드는 호불호 없이 먹을 수 있는 구성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마음샌드를 시작으로 각 지역에 다양한 이름의 샌드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지역의 특산물처럼 여행기념품으로 구매하게 되니 여행에서 00 샌드는 빠질 수 없어졌다.
코로나 19 팬데믹 직전에 갔던 제주도에는 마음샌드 품귀현상으로 구매하지 못했다. 4년이 지나고 나서 방문한 제주, 이제는 수월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마음샌드의 후속으로 한라봉샌드와 새로 출시된 몽생이샌드도 있어서 다양한 선택지를 고를 수 있었다. 몽생이 샌드를 먹어봤는데 기본이 더 맛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여행 마지막날 마음샌드를 추가구매하고 돌아왔다. 00 샌드의 원조인 마음샌드를 먹으면서 다시 그 애가 생각이 났다…
두 해 전 겨울, 갑작스러운 계획으로 방문하게 된 강릉. 나의 강릉은 처음이라 즐겁고 오랜만의 여행다운 여행이라 설렘 가득히 떠났던 그곳에는 강릉샌드가 있다. 커피거리가 유명해서 그런지 커피맛 그리고 딸기맛이 있었다. 본점에 가서 사자는 말에 본점으로 향했던 우리는 샌드를 사서 돌아오는 길에 하나씩 나눠 먹었었다.
이제는 그냥 먼발치에서 그 애를 응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마음샌드를 먹다 생각난 우리의 강릉 여행의 기억이 선명해졌다. 강문해변을 거닐던 오후의 햇볕도 걸을 때마다 푹푹 발이 빠지던 모래알의 느낌, 차가운 바닷바람에 빨개진 코, 부서지는 파도를 보면서 나눈 이야기들 마저 떠올라버렸다. 날 차갑게 스쳐 지나간 사람인데도 밉지가 않을 수 있을까? 네가 망했으면 하다가도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응원하고 있는 내가 한심하기도 하지만 어쩌겠나 태생이 이런 걸…
단, 바라는 게 하나 있다면 어느 날 문득 내 생각에 사로잡혀 그리워지길, 그러다가 조금 더 깊은 생각에 후회하길, 그러면서 나와의 이야기들은 잊지 말고 추억으로 애틋하게 남겨주길. 살다가 한 번쯤은 사무치게 그리운 그런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살아서 옛 친구를 만나면 학창 시절의 이야기, 옛날이야기를 하고 또 하고 했던 이야기를 하고 또 하게 되는데, 그건 그때의 우리가 그리운 걸까? 젊었던 나를 그리워하는 걸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내면의 소리일까?
계절이 흐르고 얼마큼의 시간이 더 필요한 지 모르겠다. 너를 비워낸 자리에 새로운 누군가를 들이게 되기까지 말이다. 이젠 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오만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니 내가 너를 지우는걸 네가 알기라도 하듯 우리의 추억들이 비집고 나온다. 빛바랜 기억에 미화된 나의 추억이 문제겠지. 흐려지지 않는 우리의 이야기를 또 나와 너의 이야기를 이젠 끝내야 할 때가 다가온다.
안녕? 잘 지내? 잘 지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