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전이 제일 맛있어 보이는 법
빵이 가장 맛있는 시간은 바로 굽고 나온 직 후. 밀가루 반죽이 구워지면서 그 순간부터 빵의 노화는 시작된다.
잘 구워진 빵이든 뭔가 조금 아쉬운 빵이든 갓 구웠을 땐 맛이 없을 수 없다.
그렇기에 매장에서는 빵이 나오는 시간을 안내해 주고 그 시간에 맞춰서 빵을 사러 가는 사람들도 있다.
카페를 방문했던 어느 날 쇼케이스 가득 구워져 있는 빵들을 보는 것보다 이제 막 오븐에서 구워져 나온 그 빵이 더 먹고 싶은 거다.
분명 먹으려고 한 게 아닌데도 빵냄새에 홀린 듯 주문을 하게 된다. 영업마케팅으로 고객들이 방문하고 있는 시간 중간중간에 빵을 굽는 것… 그렇다 나는 쉽게 현혹되는 사람이다. 먹고 싶었던 빵이 아닌 현혹되어 구매한 빵은 기대한 만큼 실망을 하게 된다… 잠깐의 맛있는 빵냄새를 기억할 뿐.
그리웠던 얼굴을 꿈에서 잠시나마 보았다. 그렇게 보고 싶었는데 막상 얼굴을 마주하니 헛헛한 기분이 들었다. 냉정하고 차가운 너의 말투에 남아있던 감정들이 풍선처럼 푸숙 김새버렸다. 깨고 나니 깜깜한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슬 여명이 밝아오려나 희미한 붉은빛에 다시 찔끔 눈을 감는다.
보고 싶을 땐 꿈에도 보이지 않더니 이제 다 털어버리려니 불쑥 나타난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줄 알았던 나의 사랑은 하나의 방향으로 외사랑이 되어 길을 잃어버렸고 대상은 사라졌다. 그때의 사랑을 하려는 예쁜 마음을 가진 나를 그리워하는 건지 외사랑을 하던 나를 동경했던 건지도 잘 모르겠다. 그저 서로가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들던 사이였던 우리가 좋아 보이는 건지도…
연애하기 전 썸이 간질간질 애틋하듯 내 사람이 아니어서 더 애가 타는 것처럼 말이다.
잃어버린 길에서 다시 방향을 잡기 전까지 너는 나의 갓 구운 빵이 되어라. 홀리고 홀려도 그저 갓 구운 빵일 뿐이어라.
헤매는 시간이 짧아지고 다시 마주칠 일 없이 살다가 어느 날 빵냄새에 이끌리면 너를 떠올리련다.
빵 굽는 시간에 행복해하는 내가 너를 떠올리는 어느 날…
더 맛있는 빵냄새를 만들어 내기 위해 오늘도 빵을 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