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 하루라면

엄마에게 전화를 해야겠다

by 진정헌

반복되는 하루가 무료해 도파민을 찾아 쇼츠와 인스타그램을 들락거린다.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보는 일이 재미있다기보다는, 그저 시간을 때우기 위한 습관이 되어버렸다. 가방 속에서 빌린 책 한 권을 꺼내 첫 페이지를 펼친다. 빼곡한 문장들 사이로 삶에 대한 고대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흐른다. 그러다 문득 ‘만약 내일이 오지 않는다면?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어떻게 보낼까?’ 생각이 스쳤다. 쓸데없는 상상이라 넘기기엔, 그 생각이 자꾸 머릿속에 머물렀다.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하기보다는 조용히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전하고 내 역사가 담긴 일기장과 숨기고 싶던 비밀들을 정돈할 시간. 마지막 순간은 의외로 평범한 일상의 하루처럼 흘러갈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누구나 죽는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늦든 이르든 결국 모두에게 정해진 결말이자 삶의 종착지.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고 붙잡을 수도 멈출 수도 없다. 그래서일까? 죽음을 이야기하면 사람은 겸손해진다. 영화나 드라마 속 악역들도 마지막 순간에는 사과하며 살려달라고 애원하지 않던가.

삶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지금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타인을 조금 더 다정하게 대하게 되고 일상 속에서 감사함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치열한 오늘을 견디느라 가장 다정해야 할 사람들에게는 차가워진다. 엄마한테는 왜 그렇게 짜증을 내는 걸까…

회사에서는 매일 가면을 쓰고 다정한 사람인 척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무심코 상처를 준다.

엄마의 시간도 나의 시간도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걸 잘 알면서도 쉽게 잊는다. 잊지 말아야 했지만 어느새 또 잊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다짐해 본다. 주변을 챙기기에 앞서 나를 가장 사랑해 준 사람들에게 먼저 다정한 사람이 되자고.

죽음이 있기에 존재의 의미와 가치가 생기고, 삶이 유한하기에 하루하루가 더 소중하니까.


오늘은 엄마에게 전화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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