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우리를 아직도 기억해요.
소품샵에서 본 연필들. 귀엽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연필들이 한가득이다. 글을 쓰기 전이었다면 ‘요즘 누가 연필을 쓰나?’하며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젠 연필을 보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망원에서 매주 수요일을 함께했던 작가님들이다. 그 기록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연재일도 수요일로 정하고 , 그 당시 만든 책 제목이 지금 브런치북의 제목으로 따온 거다. 작가 필명 역시 그때 처음 지었다. 많은 사람들이 스쳐가는 서울에서 작가님들과 드문드문 안부를 전하며 이어졌다. 기억은 점점 흐려지는 듯했지만 여전히 강렬하게 남아 있는 건 ‘작가’라는 이름을 놓지 않으려 부단히 애쓴 나의 이야기였다.
수업에서는 연필로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써 내려갔다. 마지막 수업에서 연필을 선물했던 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여섯 번의 수요일을 ‘글 쓰는 사람’으로 기억에 남기고 싶었다. 그 마음은 오히려 내게 더 진하게 남아 지금도 연필을 볼 때면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연필을 고르며 뒤적이는데 귓가에 작가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글은 연필로 쓰는 맛이 있죠. ’
따스했던 날만큼 따뜻한 사람들과 나눈 시간을 추억하게 된 연필. 모두 그 연필을 보며 그때의 우리를 기억하고 있을까?
문득 봄날의 망원동을 떠올리며 단톡방에 메시지를 띄웠다. 토독토독토독
‘더운 여름을 잘 보내시고 계신가요? ’
작가님들의 근황이 하나둘 도착했고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잘 지내고 계셨다. 함께했던 시간보다 흩어져 이어지는 시간이 더 깊고 따스하게 느껴졌다.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글을 통해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우리. 함께하지 않아도 각자의 자리에서 잘 살아가는 모습에 안도가 되었다. 서울을 떠나고 나니 쉽게 볼 수 없다는 게 아쉽게 다가왔다. 그리고 자연스레 그 시절 함께하고 싶었던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때의 글은 부끄러워 꺼내보기 어렵다. 작가가 되고자 했던 것도 작가님들을 만나게 된 원동력 또한 그 애였다. 까무잡잡하게 그을린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펼치지 못한 그때의 우리가 여전히 남아있고, 덮어둔 이야기를 다시 꺼내볼 용기가 나지 않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너를 탓하고 싶었던 못난 마음을 마주하기 싫었고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고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너를 왜곡해서 기억 속에 넣어뒀다. 그럼에도 다시 글로써 기록한 건 온전히 나를 위한 일이었다.
모든 것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너를 놓지 못한 나의 마음.
나를 잡지 않았던 너의 마음.
그리고 봄의 망원에서 함께 글을 나눴던 작가님들.
모든 건 어쩌면 끊을 수 없는 하나의 연결고리였다. 연필을 쥐고 다시 한 글자씩 다시 써본다.
“안녕, 잘 지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