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때가 너무 좋아서

밀려오는 파도처럼 너도 나에게 오라

by 진정헌

따뜻한 봄기운이 한창이던 5월. 풀내음 가득한 어느 날 우리는 무심코 강화도로 향했다. 특별한 계획 없이 떠난 여행길에 우연히 들른 사찰엔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분주했다. 날씨 좋은 주말에 나들이 나온 가족들로 북적였다. 그 틈에 섞여 돌계단을 천천히 올랐다. 소란스러움을 피해 한적한 길로 가다 보니 작은 등산로 입구가 나왔다.


“우리 여기 가볼래요?”

“가보죠. 가다 보면 길이 나오겠지.”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미지 탐험. 전날 내린 비로 축축한 흙길은 오르다 보니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바짝 말라 있었다. 봄 햇살이 이마에 내리쬐고,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그러다 바람이 불면 나무들이 ‘쏴아아’ 하고 속삭이고 땀은 단숨에 식어 시원함으로 바뀐다. 작은 산의 정상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이 한적하고 평화로웠다. 푸른 잔디, 맑은 하늘 그리고 저 멀리 광활하게 펼쳐진 서해의 갯벌. 여기가 정말 한국이 맞나 싶을 정도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탁 트인 공간에서 눈을 감고 풀냄새를 깊이 들이마신다. 숨 고르기가 끝나고 주변을 둘러봐도 아무도 없다. 저기 산 아래를 보니 절에 달린 전등들이 활짝 핀 꽃 마냥 알록달록하다.


“여기 너무 고요하고… 예쁘다.”

“정말 좋네요.”


마치 무언가를 득템 한 듯한 기분.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아무도 없는 공간과 너와 나만이 아는 장소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신이 났다. 이 기억 하나로 또 하루를, 어쩌면 한 달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숨통이 트인다는 느낌 그 감각을 잊을 수 있을까?

산 너머의 서해의 바다를 바라보니,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순간이 보인다. 바다는 시간에 맞춰 움직인다. 누군가에겐 갯벌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바다. 결국 타이밍이 모든 걸 결정한다. 서해의 이런 매력은 동해의 거센 파도와는 전혀 다른 결을 지녔다. 서서히 들어오는 바닷물을 보니 마음도 서서히 차오르는 기분이다. 파도처럼 일렁이는 감정과 채워지는 바다.


… 너도 나와 같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