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오네
세상의 모든 중요한 것들은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던가. 인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세 지역, 델리와 아그라, 자이푸르는 빠질 수 없다. 이 세 곳을 연결하면 트라이앵글 모양, 일명 '골든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세 지역은 꼭 가야 한다.
5천여년 동안 인도의 수도였던 델리와 최근 한국에 더 잘 알려진 타지마할의 도시, 아그라를 거쳐 '핑크빛 도시' 자이푸르까지 우리 퀸들의 인도여행에도 다 들어있다.
넷째 오빠는 현대 인도의 세련된 문화를 볼 수 있는 뉴델리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뉴델리는 식민 통치 기간에 영국이 조성한 수도이다.
아침 일찍 바하이 사원(Bahai Temple)을 갔다. 바하이 사원은 연꽃을 형상화하여 지은 바하이교의 사원으로, 건축된 지 20년 밖에 되지 않은 최신 건축물이다. 이곳에 예배를 드리려면 일찍부터 신발도 벗고 줄을 서 기다린다.
잘 정리된 정원 같다.
이 길을 따라가면 흰 연꽃모양의 성전을 만난다.
우린 줄 서있는 시간도 아껴야 했다. 돌아서 나오는데 K문화 덕분에 코리아를 외치며 우릴 반겼다.
한류 K팝, K문화가 대세인 요즘은 어딜 가도 한국어를 쉽게 만난다.
식당을 가도 "안녕하세요"
명소에서도 "반갑습니다"
쇼핑을 할 때도 "감사합니다"를 듣게 된다.
한국인의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한다.
때마침 단체 견학 온 듯한 학생들을 만났다.
함께 사진 찍을 수 있냐고 콕 집어 물었다. 웰컴이고 말고지.
골든 트라이앵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도시는 ‘핑크 시티’라 불리는 자이푸르다. 무슨 왕자의 방문을 위해 도시를 분홍색으로 칠해 핑크시티라 불린다 했는데 왕자 이름은 생각이 안 난다.
아그라에서 자이푸르까지 버스나 기차로는 6~8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거리다.
‘바람의 궁전’이다.
자이푸르의 바람의 궁전은 과거에 왕가 여성의 바깥출입을 엄격히 금지했던 인도 사회의 관습 때문에 만들어진 성이다.
어두운 성 안에서 그 작은 창으로 바라본 바깥 풍경은 어땠을까. 그 작은 창으로 간신히 들어오던 빛줄기는 또 어땠을까. 첫인상과는 달리 그 사연을 알고 보면 그 핑크 빛이 아마 슬퍼 보일 것이다.
우리 파이브퀸들도 궁녀가 되어보기로 했다.
바람소리를 듣기 위해 후궁들이 차지했다는
하와마할(바람의 궁전)에서 우리도 온몸으로 바람을 느끼며 전통의상까지 걸치고 인증샷,
"하와 찰 리히 헤' (바람이 불어오네) 순간 진짜 바람이 불었다. '아름다운 후궁들의 바람인가.'
내일은 이 도시에서 가장 유서 깊다는 ‘후마윤의 묘’를 방문한다.
이 묘는 궁정 도서관의 계단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사망한 인도 무굴제국의 2대 황제 후마윤을 기리기 위해 지은 곳이다.
지식 위에 사람이 있고 사람 안에 감정이 있으므로
지식을 헤아리는 일보다 중요한 건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리는 일이다._ 모지스 할머니
부모님 살아계실 때, 시댁이 편치 않은 언니들의 감정을 살피는 일은 하나뿐인 시누이의 몫이었다.
형님 동서 지간의 인도여행도 혹 언니들끼리 서운한 일이 생기면 피스메이커가 되어야 한다.
여행 내내 사진 찍을 때도 포즈를 잡아주고 기쁨조 역할을 했다.
한때 옷쟁이였으니 언니들의 옷 스타일도 거든다. 매번 뭔가를 선택하거나 결정할 일이 있을 때마다 '나여사가 결정해'라는 소릴 입에 달고 다녔다. 모두의 감정을 헤아려야 한다.
다시 써보는 인도의 시간들은 이 겨울에 온기를 더한다.
사진 속에서 툭 튀어나온 언니들의 웃음, 미소, 깔깔거림을 진지하게 본 적이 있었나...
언니들의 얼굴에 주름 하나씩 지워지는 웃음을 본다.
나는 그 행복을 누리고 있다.
파이브퀸들에게도 바람이 불어온다. 행복한 바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