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즐거워지는 시간이 점점 늘고 있다.
내 아버지는 단순했고 엄마는 살갑다는 말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사이에서 태어난 여섯 형제는 거의 방목되다시피 자랐다. 거칠고 얼룩덜룩한 오빠들에게 참한 각시들이 짝지어진 게 얼마나 다행인가.
예순이 넘은 소녀 파이브퀸들이 인도의 소궁댕이 하나에도 깔깔깔 넘어간다.
이 가벼움으로 그 삶의 무게를 어떻게 버텼을까...
가족 골든 트라이앵글 투어 딱 중간이다. (9/12)
자이푸르에서의 투어는 비와 함께 구름기둥으로 둥둥 떠다녔고, 레디썬블루 호텔 1박의 저녁 만찬 또한 호화로웠다. 빡빡하면서도 여유로운 가족여행의 맛이다.
1박 2일을 타지마할과 자이푸르에서 보낸 우리는
새로 생긴 시속 120km 8차선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려 숙소로 돌아와 삼겹살 파티를 했다.
다음날 우리는 2차 대전 참전용사비 <인디아게이트>를 찾았다.
인도 뉴델리의 중앙교차로에 세워진 전승기념물 인디아 게이트다.
영국 식민 시절, 영국의 독립 약속을 믿고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인도 군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위령탑이다. 인도 공화국 창건일에는 인디아 게이트를 지나는 라즈 파트(Raj Path) 대로를 따라 각종 퍼레이드가 펼쳐지기도 한다.
독립문이라 불리기도 한다는 인도게이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우릴 지켜보고 있었다.
소녀들이 몰려와 BTS를 안다고 한다.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그녀들 일행과 함께 사진도 찍었다.
한 소녀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우린 깜짝 댄싱쇼를 펼쳤다.
지금 봐도 웃긴다...
인도에서 뭉친 다섯 명의 여인들에게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도 무심한 듯 우린 나름의 환경을 지배하고 있다.
아날로그 세대가 스마트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세대는 콘텐츠의 확장과 범람 속에서 살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이 생겨 나면서 우리 손자들은 그 콘텐츠를 보며 자라고, 우리 아들들은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우린 그런 콘텐츠를 보며 잠드는 세상이다.
매일 낯선 여행의 하루를 보낸 저녁은 서로 찍은 사진들을 각자의 자녀들에게 전송하기 바쁘다.
아침부터 배가 살살 아팠다.
어딜 가도 제일 힘든 건 화장실이었다.
용무를 본 다음 뒤를 따라 나온 현지여성들이 원달러 손을 내민다. 들어가기 전 그냥 제공하는 휴지인가 하고 땡큐 했는데 나올 땐 노땡큐였다. 다행히 차로 이동하는 우린 늘 휴지를 들고 들어갔지만 엉덩이를 치켜들고 볼 일을 볼 때가 더 많았다. 새삼 우리나라 화장실 문화가 자랑스러웠던 시간이었다.
아무튼 약간의 불편함도 얽매였던 일상에서의 독립이라 별 상관없다.
잠시 소나기로 더위가 식힐즈음 우린 무굴제국 2대 황제인 <후마윤 대제의 영묘>를 찾았다.
하필이면 인도냐고
하필이면 더 더운 날씨에
하필이면 추석명절 코 앞이냐고
하필은 무작정에 이길 수 없었다.
가끔은 이성보다 감성이 이긴다.
어쩌면 마지막 여행일지도 모르는 언니들과의 여행이었다.
뒤늦게 깨달은 우리들의 일치감이고
해방된 독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