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여의 봄
4월생이다.
꽃피는 4월엔 우리 결혼기념일도 있고 해서 괜스레 미리 설레는 봄 4월이다.
봄내 흠씬 나는 달래를 다듬으며 철여의 봄을 달래 본다.
거제에 사시는 아들네 사돈은 한라봉 농장을 경영하신다.
철마다 해마다 한라봉은 물론 굴도 제철 야채도 보내주신다.
며칠 전에도 달래와 풋마늘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파김치를 보내셨다. 옷쟁이를 할 땐 그 보답으로 옷을 보내드렸는데 지금은 그저 감사히 받아 먹기만 한다.
오랜만에 66 반 사이즈 바람막이 잠바 하나를 사서 보내 드렸다. 66 반. 늘 신체균형에 불만이신 안사돈은 내가 보내드린 옷은 늘 마음에 꼭 든다며 은근 자랑하신다. 그 부추김은 아무리 들어도 기분 좋은 부추김이다.
달래와 풋마늘은 달래장과 생채로 변신, 새콤달콤 파릇한 봄식탁을 차려낸다. 남은 달래와 풋마늘은 싱싱할 때 장아찌를 담았다.
손수 담아 보내주신 살구고추장맛은 안 먹어본 사람은 절대 모른다. 우리 세대 입맛은 며느리도 모른다. 사 먹는 고추장만 좋아한다. 마누라가 이쁘면 처갓집 말뚝 보고도 절한다더니 내가 그런다. 사돈네가 좋아서 며늘님을 떠받들고 싶다. 말나온 김에 며느리자랑 더 하고 싶은데 꾹 참는다. 자랑하면 빼앗긴다는 말 때문에.
봄이 좋지만 훅 떠나고 싶을 때
마음대로 훅 떠날 수 없는 보호자 신세가 한탄스럽다.
달래장에 밥 비벼 먹으며 달래 본다.
라면에 파김치 얹어 후룩후룩 넘겨 보낸다.
오늘도
남편은 산불걱정에 테트리스만 깨고 있다.
폐암 환자는 미세먼지와 날씨에 더욱 민감해지고
보호자는 발목 잡힌 봄나들이에 더 민감해지는 시점이다.
아, 떠나고 싶다.
도망가고 싶다.
이 봄 누가 달래줄까!
달래야, 나 좀 달래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