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째 넘어온 열정
일 년 중 가정의 소중함에 가장 많이 감사하는 오월이다.
이어지는 기념일도 챙기기보다 챙김을 받는 나이가 되었다.
용돈을 챙겨주고 선물도 챙겨주는 아들 딸에게 더 감사한 오월, 해가 갈수록 조금이라도 행복한 짐이 더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뭐든 새로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고 한다.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다.
육십 대 마지막 해인 지금, 칠십 대가 끝나기 전 미니 시리즈 드라마 한 편 완성하는 게 소원이다.
하지만 늦은 나이라 꾸준함도 무지 어렵다.
잠시 글럼프에 빠졌다.
지금 글쓰기를 멈추면 다시 쓸 수 없을 것 같아 느슨해진 마음을 새로 다잡고 앉았다. 딸이 쓰던 조립 컴퓨터를 물려받아 여태껏 쓰고 있었는데 너무 오래되어 몇 개의 키보드 자판이 지워져 있었다. 나이가 들면 뭐든 새로 장만하는 일에 멈칫하기 일쑤다. USB 유선 원형 키보드, 다이소에서 5천 원 주고 새로 장만했다. 키보드 하나 새로 바꿨을 뿐인데 글쓰기가 새롭다.
넝쿨장미가 귀한 요즘 아파트 담장을 넘나들며 새빨간 꽃을 피운다.
추억을 부르고 열정까지 덩굴째 들어온다.
꽃 중에도 장미를 유난히 좋아하던 울 엄마는 몇 년 전 오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사이에 천국 가셨다.
예외 없이 어느 순간 가족도 행복한 짐이 될 수 있다.
친정엄마도 시어머니도 그랬다.
나도 시어머니가 되어있고 친정엄마가 된 지도 오래다.
뭔가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고 싶다.
이곳 브런치스토리가 장수한다면 우리 손주들이 할미의 글을 만나겠지.
나철여 브런치 북이며 잉크 한 방울 매거진 글들을 말이야.
비록 오월의 장미처럼 화려하진 않아도 된다.
해마다 다시 피어난다면 족하다.
오늘따라
촉촉한 비에 젖은 빨간 장미가 이리도 곱고 예쁠 수가 없다.
글럼프에 빠졌던 글들에 화색이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