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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럼프에 빠졌다

빠져나온 글은 화색이 돈다.

by 나철여

글럼프에 빠졌다.

나를 잡아 준 글은,

활짝 핀 장미꽃처럼 댓글과 라이킷수가 화려한 작가의 글도 아닌 들꽃처럼 다소곳한 글이었다.


도입부를 쓰려다 결론부터 내리는 일이 흔하다.

나철여

나를 철(힘) 들게 한 여러분이라는 필명부터 힘이 들어가 기진해지고,

철없는 글들은 또 나를 철들게 했다.

꾸역꾸역 기억을 떠올리며 상처가 아닌 추억으로 객관화시키다 보니

또 엉켜버린 사고들이 되었다.


쓰기를 멈췄다.

하루동안 구독 알림글에도 모른 척 외면했다.

'얼룩소'처럼 돈이 되는 글도 아니고...

장사근성을 못 버리고 계산부터 두드린 글이 끈기를 불러올 리 만무하다.


습관이 무섭다.

정신을 이기는 습관으로 눈뜨자마자 던 아침기도 대신 핸드폰을 열고 손가락 가는 대로 훓어내렸다. 한 작가의 글에 멈추고 나도 모르게 댓글과 라이킷을 눌러 구독을 정했다.


또 철들게 했다.

사람들은 나를 철녀라 부르기도 한다. 억척같이 산다고. 하지만 나는 고상한 여자다.

고상한 걸 좋아하니까.(아님 말고^^)

품위 있는 말을 골라 쓰려다 가끔 싸구려 욕이 툭 튀어나오지만 그건 진정한 내가 아니다.

그렇다.

내 글이 얼굴이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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