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작가 내 손자
할미보다 더 빠른 출간 작가가 되었다.
오늘 초 2 친손자 기준이에게 전화가 왔다.
"할머니! 기쁜 소식 있어요."
"할머니, 제가 쓴 책 나왔어요."
"어?"
"제가 다니는 학원에서 책 만들어 줬어요."
"지금 한 권 들고 가요. 얼른 보여 드릴게요.'
아들네는 우리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손자 기준이가 헐레벌떡 뛰어와 99쪽을 펴서 내밀었다.
"그래 얼른 보자"
독서 국어 학원 재원생들이 함께 엮은 글, 문집 책이다.
<매일 쓰는 아이들 2025>
총 179쪽 중 99쪽에 있었다.
'진짜 일 학년 맞수가 나타났다.'
이 책은 현수와 한결이가 주인공이야. 학교에서 달리기 대회에서 대표를 뽑는데 무승부가 됐어. 처음에는 사이가 안 좋았는데 응원으로 사이가 좋아졌어. 마지막은 학교 달리기 대회에 둘 다 나가게 되었어.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이 시원한 느낌이 들어. 왜냐하면 한 명이 이기는 게 아니라, 모두 이겼기 때문이야.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나도 나중에 친구와 대결하게 되면
"너도 할 수 있을 거야. 내가 뛸 땐 빨라 보이지만, 그렇게 안 빠르단다."라고 말하고 싶어.
/ 하기준 (초 2)
"우리 학교 도서관에도 있어요."
"서점에서도 판대요."
(값 15,900 원)
좀체 볼 수 없었던 기준이의 자부심이 대단했다.
네이버에 검색해 보았다.
진짜, 교보문고 예스24 에 나와있다.
손자의 글을 읽고 서평 같은 나의 독후감을 써 본다.
우선 임팩트 있다.
간단하면서도 구어체가 개성 있다.
'이거 네가 쓴 거 맞아?'
하마터면 입 밖으로 헛말이 새어 나올 뻔했다.
세상에는 수많은 책이 있지만, 수많은 글이 있지만 이 글,
이 책만 하랴.
할아버지 지갑이 열리고,
나의 격려와 칭찬박수로 들썩대는 열기 그대로 브런치에 소개한다.
책 머리말은 이렇게 시작했다.
초등학교 앞 작은 '꿈꾸는 글 공방'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며 오후 햇살을 즐기던 때를 기억합니다.
'선생님, 배고파요.'라며 작은 간식을 나눠 먹던 그때 그 아이들은 벌써 초등학교 고학년 또는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물론 학원도 규모가 커졌지요. 함께 해온 아이들의 글을 엮어 세 번째 책으로 출간하는 기분이 작년과는 또 다릅니다. 아이들이 한층 성장하고 생각도 깊어지고 있으니까요.
(중략.)
책 내용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고요히 들춰 단단히 옮기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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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이 사회에서 자기 생각을 다듬고 그것을 당당하게 꺼내놓을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길 바랍니다.
(하략.)
참 좋은 학원이다.
그냥저냥 대충 시간 때우는 줄 알았는데 제대로 다녔네 하면서도 덜렁대는 기준이가 썼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 며느리에게 살짝 물었다.
내용은 전혀 손대지 않았다는 원장님의 칭찬이 있었다 했다. 초등학교 교사인 기준이 엄마가 거짓말할 리 없다.
오늘은 이 할미를 흥분시키고, 주 중 손주 둘 육아 한 보람도 한껏 느껴본다.
오늘 저녁식탁은 푸짐하게 갈비찜 파티를 했다는...
그리고
'나는 언제 출간작가 해 보지?...'
하지만
매일 쓰는 아이들처럼
이렇게라도 쓰기를 멈추지 않는 게 어디야 라며 자화자찬
그리고 셀프 위로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