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세명 왜 그랬을까
정체성을 잃었을까.
어제 가슴 아픈, 안타까운 뉴스를 접했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학업 스트레스라는 짧은 유서는 남겼지만 미리 예측할 흔적이 없었기에 더 안타깝게 했다. 무엇이 결국 소녀들을 뛰어내리게 했을까. 흔한 폭력의 흔적도 무리한 부모의 요구도 아직 찾지 못했다.
"그러나 과연 누가 더 가혹한 존재인가? 교사인가, 학생인가? 누가 누구를 더 괴롭히고, 누가 누구의 인생과 영혼을 망치는 것인가?"
_ <수레바퀴 아래서> 155p.
요즘 나는 헤르만 헤세의 고전소설에 빠져 있다.
<수레바퀴 아래서> 이 책을 세명의 여고생들도 읽었다면 어땠을까 싶을 만큼 흡사한 대목들이 있어 더 안타깝다.
1906년 독일에서 출간되었다는 이 소설이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기에 여러 번역본이 있다.
아마도 소설 속 주인공 한스가 겪는 일이 지금 우리 청소년들이 직면한 현실과 많이 닮아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 모두의 성장 고통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성적위주의 치열한 입시경쟁과 비교의식으로 비극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헤세를 만나본다면 상처와 아픔에서 천천히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성공을 강요하는 세상, 길을 잃어가는 아이들"
(...) "한스의 가녀린 얼굴 뒤에서 조용히 가라앉고 있는 영혼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속에도 들끓는 불안정한 요소들이 조용히 잠재워지고 있다.
수레바퀴 한 짝이 아프다. 나도 아프다. 우린 천천히 굴러가고 있다. 가끔 삐걱거리지만 (...)
절대 나약해지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결국 수레바퀴 아래로 깔려 버리고 말 거야.
- 헤르만 헤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