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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버그

이름값 못하는

by 나철여

작년부터 이맘때가 되면 나타났다.


처음엔 작은 메뚜기인 줄 알았다.

이름도 몰랐다.

러브버그였다는 걸 어제 뉴스를 듣고 알았다.

매일 동네 뒷산에 오르던 등산도 포기했다. 산 중턱쯤 가면 운동기구가 있는데 이 곤충들이 사방에 붙어 있었다.

올해는 더 심해져 아예 등산을 포기하고 이른 새벽 산책과 걷기로 대신한다.


연이틀 뉴스에도 등장했다.

러브가 붙으면 왠지 사랑스러워해야 할 것 같은데 버그라는 엇박 단어가 붙어서인지 온통 벅벅 거리며 날아다닌다.

사랑벌레라는 이름값도 못하는 러브버그

공원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에도, 상가 창가에도 붙어, 괜한 골칫거리로 미운틀까지 박혀 여기저기 뉴스거리다.

익충이든 해충이든 나는 곤충을 싫어한다.


파리목 털파리과에 속하는 곤충들의 총칭. 암수가 꼬리를 맞대고 날아다니는 탓에 사랑벌레(러브버그)라고도 불린다. 약 650~700종이 전세계에 널리 퍼져 살며, 대한민국에도 자생종이 존재한다. _ 출처) 나무위키


옷장사 시절 매장 옆 공원이 있어 사계절을 통창으로 느끼기엔 너무 좋았지만, 이맘때면 저녁마다 쇼윈도 불빛에 달려든 날파리떼와 나방들이 극성이었다.

더러는 자동문 문틈으로 들어온 나방이 하필 하얀 셔츠에 붙어 있어 털어내다가 상품오염으로 번져 판매도 못하고 반품하기 일쑤였다.

출근하면 맨 먼저 죽은 날파리떼와 나방을 쓸어내고 물청소부터 해야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나는 결심했다.

본명은 선희, 신선 仙 계집 姬.

남은 생은 이름값을 하며 살아야겠다고...

웬 존재감?

더위 먹었나!

더워도 너무 덥다.

많아도 너무 많다. 러브버그까지 떼를 지어 날아다니니 더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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