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영감
종종 내 말은 나를 힘들게 한다.
당연히 내 말을 들은 상대는 누구든 기분 좋아한다.
나도 살아야겠다 싶은 나이가 되었다.
듣고 싶어 하는 말이 뭔지를 살피다 보면 거절은 당연히 못 한다.
말없이 거절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관계 속에서 숨쉬기가 편해졌다.
글을 쓰다 막히면 부점을 찍는다.
그 글의 쉼표는 나를 살리고 내 글을 살린다.
밖으로 나갔다.
구름 영감이 나를 반긴다.
뭉게구름이다. 훌쩍 올라탔다.
미국에 살고 있는 딸네가 보였다.
공원 벤치에 앉아 겸이와 윤이가 엄마랑 장난치고 있다.
엄마는 사랑스러운 두 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겸이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입술을 쭉 내밀고 있고, 윤이는 활짝 웃으며 혀를 빼꼼 내밀어 엄마를 즐겁게 하고 있다.
딸은 3년 전, 남편을 따라 미국 뉴저지로 이민 갔다.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고 너무 보고 싶기도 하지만 보호자로 살고 있는 나는 아직 한 번도 못 가봤다.
그나마 영상통화가 있어 다행이다.
가까이 딸 같은 며느리가 있어 더 다행이다.
구름 영감이 살포시 나를 내려놓았다.
내일은 어떤 구름이 어디로 데려갈지, 살짝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