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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빛나는 구름은 없다

아들 편

by 나철여

구름은 저마다 색을 뽐낸다.
햇빛 속에서 얼굴을 내민 구름은 언제나 밝다.
구름 속에서 얼굴 내민 해는 언제나 눈부시다.


어제 뭉게구름은
우릴 부산 해운대로 데려다주었다.

'동백꽃이 있어 동백섬이라 불렸을까.'

'해와 구름이 어울려 해운대였을까.'

바닷가 모래알보다 더 많은 사연들 속에 무언가 반짝이고 있었다.

참으로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밝고 눈부신다.

by.철여


동백섬을 끼고 해수욕장을 펼치는 조선비치호텔은 지금도 80년대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있다.
1980년, 신혼여행 첫날밤을 설레게 했던 곳이다.
우리에게 허니문 베이비로 찾아온 첫 아이, 그 아이가 벌써 두 아들을 둔 사십 중반 아들이다.




대구 출생인 나는 결혼 후 부산에서 신혼시절을 보내고 서울로 이사 갔지만 다시 대구로, 3개 도시를 살아봤다. 대구가 참 편하다.

지만,
대구가 고향인 우리와 달리 해운대구에서 태어난 아들은 부산에 대한 애착이 늘 남달랐다.

어느 날,
아들은 대기업에 잘 다니다 부부교사가 부럽다며 갑자기 나이 사십에 임용고시를 준비했다. 단번에 고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며느리는 대구에서 초등교사, 아들은 부산에서, 둘은 주말부부다. 부산에 틈만 생기면 며느리도 전근 갈 참인데 대기줄이 한참 길단다.

덕분?에 나는 주 중 할미 육아로 바쁘다.


지금 아들은 학교 가까이 해운대구에서 살고 있다.


그래도 그렇지 왜 하필 부산...


벼르고 벼르다 얼마 전 아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가 봤다.

아들네는 부산집을 세컨 하우스라 불렀다. 아들이 대구로 간 사이 우리도 부산 아들집에서 1박을 했다.

그제야 알았다. 그런가 보다 했던 답답함이 확 뚫렸다.

거실 한켠 창으로 들어온 아침 뷰저녁 뷰 그리고 해변가 구름은 아들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아침 출근 전 조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더니...

아들이 이 지점에 살고 있으니 동백섬 아침산책하기도 딱 좋은 거리다

아들이 이 지점에 살고 있으니 동백섬까지 아침산책하기도 딱 좋은 거리였다.






해운대의 구름은 찬란하다.

동백꽃보다 더 화려한 구름이다.


어제는,
오래전 행복한 순간을 그대로 담아낸 구름이 너무나 고마운 하루였다.



그래
혼자 빛나는 구름은 없다.

덧) 오늘은 주말이라 아빠한테 간 손주들, 며느리가 방금 보내 온 해운대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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