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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들고 떠납니다 D-12

멋쟁이 구름 작가와 함께

by 나철여

무슨 드라마작가가 되어보겠다고 여기저기 늘어놓은 글들,
기승전 드라마 극본이었다.
옷장사하다 생긴 에피소드들 드라마로 엮고 있다.


글에서 비문증을 느낀 건 처음이다.
갑자기 점들이 날아다는 거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하늘을 본다.

구름을 보는 순간 나는 또 다른 작가가 된다.

내 머리 위엔 나보다 먼저 앞서 간 구름이

내 발밑엔 장수풍뎅이가 모두 잠시 쉬어가는 듯 꼼짝 않고 있다.


망설이고 있다

입 밖으로 새어 나온 엉뚱한 말, 건강하게 오래 살자였다.

남편은 우짜든동 오래 살자를 주문처럼 외운다.

건강하게 오래 살자는 나의 메롱 섞인 비문이었다.

이게 정말 천국일까 // 요시다케 신스케


저 구름이라면 내 마음을 털어놓고
마음껏 울어도 되겠다.
어느새 비구름을 몰고 와 함께 울어준다._ 철여


구름은 그레이 한 무채색을 즐겨 입지만, 디자인은 똑같은 게 하나도 없다. 구름 스타일은 내 스타일이랑 흡사하다. 솜사탕인지는 일찍이 알았지만 그 맛을 제대로 본건 얼마되지 않았다.
우린 대화가 잘 통한다.
내게 많은 걸 주지만 한 번도 생색내지 않는 멋쟁이 구름이다.

구름이 주고 간 기쁨이 얼마나 소중한지.

눈물을 다시 삼켰다.


나도 멋쟁이 시어머니가 되고 싶다.

작년 인도여행 때 며느리가 용돈 백만 원을 주길래 이번 여행도 미리 설레발인 내가 미리 삼백 만원을 깔깔한 현금으로 며느리에게 줬다.
아들이랑 방학 휴가 다녀오라며 아들도 남편도 모르게 미리 살짝 줬다.
이만하면 멋진 시어머니지?...




작년 인도여행에 연이은 캐나다 여행이다.

굳이 제목을 붙인다면 결혼 45주년 기념여행을 남편도 아닌 올케언니랑 둘이 간다.


작년 얼떨결에 갔던 올케언니들과의 인도여행

<파이브퀸들의 인도여행기>는 다녀온 후 사진 찍은 걸 보며 기억을 더듬어 브런치북을 남겼다.
하지만, 이번 캐나다 여행은 다르지 싶다.
바로바로
매거진으로 엮을 것 같다.


브런치를 들고 떠나는 여행은 또 다른 나의 도전이다.
여행보다 준비하는 이 기간이 더 신나는 것도 브런치 글쓰기가 있기에 가능하다.
새신랑 같은 구름 영감과 함께 떠난다.

요즘 취미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구름수집하기, 구름수집가 되었다.



며느리로 아내로 엄마로 인생의 반을 보냈고,
나머지 반의 반은 옷쟁이로 바빴고,
그 나머지 반의 반은 육아하는 할미로,
아픈 남편의 보호자로 여전히 바쁘다.

하지만

글쓰기, 독서, 그림 그리기, 사진 찍기는 나의 숨 쉴 구멍이고, 구름수집하기는 나의 큰 취미가 되었다.
여행 어느새 취미로 자릴잡는다.

구름을 슬픔의 대명사처럼 여기던 내가 요즘 구름 위에 떠있는 기분이다.

뭐니 뭐니 해도 나는 브런치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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