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화살표
모래밭 위에 무수한 화살표들,
앞으로 걸어간 것 같은데
끝없이 뒤쪽을 향하여 있다
저물어가는 해와 함께 앞으로
앞으로 드센 바람 속을
뒷걸음질 치며 나아가는 힘, 저 힘으로
새들은 날개를 펴는가
제 몸의 시윗줄을 끌어당겨
거뜬히 지상으로 떠오르는가
따라가던 물새 발자국
끊어진 곳 쯤에서 우둑하니 파도에 잠긴다
_ 물새 발자국 따라가다 / 시인 손택수
내 친구부부는 지금, 미국에 사는 아들네 집을 다니러 갔다. 겸사겸사 미서부 투어 중인 내 친구가 보내온 시다.
우둑하니, 나도 시에 잠겼다. 저물어가는 해와 함께...
돌아보니, 나도 뒷걸음질 치며 앞으로 뒷걸음치다 앞으로...
미국에 사는 딸이 보내온 사진이다.
벌써 세 번의 미국 여름을 맞는다.
그 사이 외손녀들의 영어발음이 버터를 바른 듯하다.
집간장에 참기름만 넣어 밥 비벼 줘도 잘 받아먹던 외손녀들,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아직은 가시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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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이삿짐 먼저 부쳐 보내고 딸네는 우리 집에서 두 달을 지냈다.
그때 할아버지랑 생명에 대한 대화의 동영상을 오늘 아침 다시 꺼냈다.
유치원에서 배웠나 보다.
"할아버지, 그거 알아요?
엄마는, 아기는 어떻게 만들어는지 아세요?"
"끈끈한 난자에 정자가 도착해서 한 개가 못 만나면 죽게 돼요 ㅠㅠ "
"동그라미에 씨앗이 있어야 애기가 생겨..." (아앙~ 어떻게 설명하지 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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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씨앗이 만나 애기가 됐습니다"
(... 박수)
표정만 봐도 설명은 충분하다.
아픈 할아버지를 위해 매일 기도한다는 외손녀들의 기도를 하나님은 들으셨다.
머문듯한 구름이 어느새 저만치 흘러가고 있다
이끝에서 저 끝까지 수평선 위로 둥실
내 마음도 두둥실,
보일 듯 잡힐 듯
끝도 안 보이는데
둥실 두둥실
오늘따라 더 가볍다.
_ 나철여의 <구름 따라가다> 中에서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