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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들고 떠납니다 D-7

우연한 필연

by 나철여

'자는 사람은 깨워도 자는 척하는 시람은 깨울 수 없다'는 말,

그대로 적용해 본다.

매사에 척하는 남편, 잘난 안 아픈 좋은 한다.

기꺼이 여행 보내주면서 '당신 없어도 잘할 수 있으니 아무 걱정 말라'며 여행 가는 나보다 더 좋은 척한다. 못 말린다.


아무리 그래도 손발 저림이 사라지지 않는 한 늘 노심초사다.

오랜 항암으로 약부작용인지 후유증인지 8년째 손발 저림이 남아있다. 물컵도 멜라민으로, 바닥도 실리콘으로, 될 수 있으면 미끄러지지 않도록, 놓쳐도 깨지지 않도록, 평소에도 사전예방에 늘 신경을 쓴다.

나 없는 동안은 더 그렇다. 노란 포스트잇으로 메모를 해 집안 곳곳에 붙인다.

남편의 최애 간식거리와 냉장고엔 열흘동안 먹을 양식 아침 점심 저녁메뉴, 과일껍질은 요기에, 땀 찬 옷은 빨랫대에 걸치기, 산책 갈 때 휴대폰 꼭 챙기기, 선풍기는 타이머, 에어컨은 9시에 켜고 9시에 꼭 끄기, 가스불 절대 사용금지 등등...

부디 비상 걸리지 않도록 간절한 기도로 겨자씨만 한 나의 믿음을 바라본다.





구독은 하지만 알림 소리는 꺼놓는다.

구독자 수가 100 이면 알림도 백, 브런치 하다가 아무 일도 못할까 봐서다. 하지만, 구독 알림을 켜놓는 몇몇 분의 작가가 있다. 댓글이 달리면 나의 답글도 설레발이다.

댓글에 더 진심인 나의 필력, 어느 것 하나도 건성건성 할 수 없다. 행 중에도 구독작가의 글은 놓칠 수 없다.


브런치를 들고 떠나는 여행은 처음이다.


실비아 브런치 작가에게 구독을 한 것도 이번 나의 여행에는 크나큰 행운이다. 알림도 당연히 켜놓는다.

https://brunch.co.kr/@canadasylvia

캐나다 이민 15년 차 직장인으로, 글쓰기와 글 읽기 그리고 산을 좋아하는 작가로 2030 은퇴와 프 티칭 프로를 꿈꾸고 있는 작가다.
작가의 브런치북 다섯 개 중 세 권이 록키산맥 등반스토리가 담겨 있었다. 미리 예습하듯 샅샅이 읽는다. 상식은 견문을 넓히는 지름길이다. 아는 만큼 보이니까.

이번 나의 여행일정에 록키산맥투어도 들어 있다. 먼저 다녀온 실비아작가님의 여행기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음을 공감하게 하는 작가다. 우연보다 필연에 가깝다.

<캐나다 쉰 살 아줌마의 밥벌이 2탄>을 준비하는 작가님은 지금 재충전을 위한 쉼 중이지만 여행 중 옵션선택의 기로에 있을 땐 언제든 물어보란다.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다.


흔한 여행기에 힘찬 응원을 해주는 몇몇 작가님들의 따스함도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온기를 느끼게 한다.

댓글은 또 다른 답글로 이어지고 소통을 넘어 색다른 여행기로 이어질 것이다.

뭐라도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름을 짓다'
누군가 내 머리에 집을 지었습니다.
온종일 머리 속을 뛰어다니는 그 이름
'이름을 붙이다'
나는 그 이름을 사랑이라 붙였습니다.

_ <조선 지식인의 아름다운 문장> 중에서.



이자면,

이 글은 어제 발행되기로 썼던 글인데, 셋째 올케언니가 여행 전 몸보신 시켜준다며 내가 좋아하는 추어탕도 사주고, 두어 달 동안 오빠랑 크루즈 여행이며 미국 딸네 다녀온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늦도록 놀다가 타이밍을 놓친 거다.

셋째 올케언니는 나보다 두 살 아래지만 친구 같고 더 친언니 같다. 우린 세월이 갈수록 선을 지키고 공감대를 넓혀간다.

네 명의 올케언니들 스토리는 다음 기회에 쓰기로 한다. 대화방 이름은 여인천하지만 꾸덕하고 녹진한 사랑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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