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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들고 떠납니다 D-6

글 먹는 브런치

by 나철여

방학 맞은 손주들, 아빠가 있는 부산으로 갔다.


하늘과 맞닿은 푸른 해운대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 해변에서 신나는 모험을 시작하는 사진을 보내왔다. 민준이는 주황색 구명조끼를 입고 모래 위에 엎드려 환하게 웃고 있고, 기준이는 색 구명조끼를 입고 모래를 파며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다섯 살 민준이는 부드러운 모래의 감촉을 느끼며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마치 바다가 들려주는 비밀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민준이 옆에서 모래를 파던 아홉 살 기준이는 오늘 멋진 모래성을 동생에게 만들어주기로 결심했단다.


바다의 작은 파도는 열심히 모래를 쌓아 올리고, 기준이는 그 옆에서 조개껍데기와 예쁜 돌멩이를 찾아 모래성을 장식할 재료를 모은다. 심술궂은 파도가 살짝 밀려와 모래성을 부술까 봐, 준이형제는 서로 도와가며 튼튼한 성을 만들고 있다. 두 아이의 모래성은 어느새 웅장한 그들만의 왕국이 되어있다. 손주들과 바다가 함께 만든 모래성을 보며 신났을 아들내외 표정을 그려본다. 늘 하루, 바다와 모래가 선물해 준 특별한 추억으로 두 아이의 마음속에 영원히 반짝이는 보석처럼 남을 게 분명하다.



요즘 뭐 해?

어제저녁 친구들 대화방에서 나의 근황을 묻는다.

여행 간다는 말도 아직 못 했다. 남편 아픈 게 죄도 아닌데 위축될 때가 많다. 더군다나 이 나이에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는 여행도 내겐 쉽지 않은 결정이고 지인들에게까지 숨겨야 한다. 아픈 남편 두고 혼자 여행 간다면 수군거릴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일이 설명하기는 더 싫은 나의 자존심에


그냥 브런치 해!

라고 답했다.

이 늦은 시간 브런치 먹니?

얼떨결에

글 먹는 브런치야...

라고 대꾸했는데 답이 없다.


'브런치스토리라고 말할 걸 그랬나...'

늦은 후회는 더 깊은, 더 빠른 결론을 내리게 했다.

'니들이 게맛을 알아?!...'




이곳 브런치에서 뭘 쓰든, 뭘 읽든, 나의 숨 쉴 구멍이다.

여행에도 들고 간다. 엊그제부터 방학 여행을 하고 있는 생이들이 벌써 보고 싶어지는 할미다.

일주일도 안 남았다. 나의 방학 여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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