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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들고 떠납니다 D-9, 8

쿨한 도서관, 나도 방학

by 나철여

피해서 도서관으로 왔다.


오랜만에 찾은 도서관은 쿨하게 나를 맞는다.

내 뒤를 따라온 더위도 숨죽이며 OTT 존으로 들어가고, 나는 컴퓨터가 놓인 빈자리를 하나 잡았다.

창밖 구름은 청아한데 더위는 작렬하다.


방학이다.

부부교사인 아들네도 방학, 유치원과 초등학교 다니는 손주 둘도 방학, 따라서 주 중 육아하는 나도 본격적으로 자유로운 방학이다.


부실한 남편만(8년째 항암환자 명패를 떼내지 못하는) 빼면 퍼펙트한 휴가를 보낼 텐데 하면서도 이때를 놓칠세라 발목에 묶인 2인 1조 끈을 8월 6일부터 딱 열흘만 푼다.

이게 어디야, 이제 8일 남았다.

여행이 좋은 건지 해방이 좋은 건지 둘 다 설레는 단어다.






요즘 더 설레는 단어는 다.

요리의 고수는 손맛을 지키고
여행의 고수는 발맛을 남긴다.
나는 초보여행자 수준이라 기분만 일으키다 말지도 모른다.

여행 떠날 날이 열흘도 남지 않았다.

시동 걸린 여행에 서툰 댄스라도 좋다.
막춤처럼 신나는 일도 없다.

진정하고,

도서관에 들어서는 순간 오롯이 나를 찾는다.

독서와 여행은 새로운 나로 옷 입힌다.
모든 여행은 기존의 나로부터 탈출해 다른 문화와 다른 세상을 경험한다. 주에 하나뿐인 <나>에 색을 입힌다.


"어느 지역에 가든 먼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라. 책에 쓰여있지 않은 살아있는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 전해 내려져오는 법이다."
중국역사서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의 아버지 말씀 새겨야겠다.


중국 송나라 때 소철은 훌륭한 문장가가 되고자 묻는 선비에게 ‘독만권서(讀萬卷書), 행만리로(行萬里路) ‘만권의 책을 읽고 만 리를 여행하라' 라고 대답했다.

어찌 좋은 문장뿐이랴,

나는 마음을 살 찌우고 영혼을 살 찌우러 여행구만리를 떠난다.

여행 전에 만권의 책을 읽듯 다양한 사전 지식으로 준비하기 위해 글벗들의 글을 찾는다


브런치를 연다.


https://brunch.co.kr/@acci-graphy/388

초여름
초록색이고 나무고
끈질긴 생명력이다.
뭘 자꾸 만들고 드러내야 무탈하다.
그걸 맑게 잘 닦아서 온전한 칡넝쿨이 되려고
오늘도
귀찮지만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나간다.

미국에 사는 리그래피 아찌 작가님내가 이곳 브런치에 오기 전부터 다른 플랫폼에서 만났다.

이 좋아 따라 다닌다. 글도 좋지만 가끔은 글벗이 좋아서 브런치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브런치 들고 여행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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