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사랑
발행할 글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일상글일수록 신선도가 중요하다.
대단한 글도 아닌데 퇴고한답시고 저장해 두면 숙성은커녕 쉰내만 난다. 생물 같은 댓글소통은 더 그렇다. 댓글에 답글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제 여행은 사흘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오빠 친구였던 남편은, 가끔 오빠보다 더 오빠노릇을 한다.
어린애한테 하듯 하는 잔소리는 명심보감도 아니고 명심보강이다. '여행에 집중하라', '여권 잘 챙기라', '가방조심' 등 등 케케묵은 뻔한 잔소리다.
더 각 잡고 잔소리하기 전에 '눼, 눼' 하는 영혼 없는 대답도 아랑곳 않는다.
뻔하고 흔한 잔소리 중에 '돈 아끼지 말고 사고 싶은 거 다 사라'는 명심보강 대목에서 번개 같은 애정을 느끼게 한다. 뻔한 통장인데 너무 있어보이게 말한다.
"이번 여행은 브런치 글도 쓰지 말고 들여다보지도 말고 여행에만 집중하고 힐링시간 가져!"
남편의 그 말도 맞는데 글 쓰는 게 나의 숨 쉴 구멍이란 건 모른다.
글 좀 써 본 사람은 글 쓰는 게 얼마나 중노동 인지 안다. 손가락 근육도 아프고 어깨도 경직되고 눈도 침침해진다.
나는 보호자 노릇 8년, 남편은 나의 일상 일구수일투족 一擧手一投足빠짐없이 알고 있다. 어쩌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 집 걱정은 않는다.
남편은 나 없는 동안 자유라지만, 막상 떠나고 나면 긴장할 게 뻔하다. 하지만, 때론 그런 긴장감이 면역세포를 잠 깨우는 수도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대신 혼자놀기는 심심할걸...
* 혼자 놀기
모름지기 벗이 없다고 한탄하지 말고 책과 더불어 아울리면 된다. 책이 없을 때에는 구름과 안개가 벗이 되고, 구름과 안개조차 없다면 바깥으로 나가 하늘을 나는 비둘기에게 내 마음을 의탁한다. 하늘을 나는 비둘기가 없으면 남쪽 동네 희화나무와 벗 삼고, 원추리 잎사귀 사이 귀뚜라미를 감상하며 즐긴다. 내가 사랑해도 시기하거나 의심하지 않는다면 모두 나의 좋은 벗이 될 수 있다.
_ <조선인의 아름다운 문장들> p.214
나에겐
구름도,
브런치 작가도,
참 좋은 벗이다.
이전 글 쓰던 플랫폼은 사라졌지만 지금까지 소통하는 몇몇 분의 글벗이 있다.
나는 나의 [관심구독자]님들의 글은 따끈할 때 먹어야 한다.
이번처럼 여행을 앞두고 관심과 꿀정보를 나눠주는 작가의 글과 댓글들은 더 소중하다. 여행에도 브런치 들고 떠나는 이유다. 쉼이 있는 인생풍경을 담을 수 있어 감사할 뿐이다.